메뉴 건너뛰기

close

ICAS 10 행사장 입구
▲ 치앙마이에서 개최된 ICAS 10 ICAS 10 행사장 입구
ⓒ 김주영

관련사진보기


아시아는 각별한 지역이다. 학창시절 배웠던 세계 4대 고대문명 발상지는 큰 강이 자리 잡은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유역의 메소포타미아, 나일 강의 이집트, 인도의 인더스, 그리고 중국의 황하다. 기계적으로 외운 덕에 즉답은 할 수 있는데, 머릿속에 위치가 명확히 그려지지 않는다. 세계지도를 펴고 중국과 인도를 한 줄로 그어봤다. 인류 고대문명 발상지 대부분이 현재 아시아로 불리는 곳에 터를 잡고 있다. 그래서일까. 인류에게 아시아는 각별한 존재다.

International Convention of Asia Scholars(ICAS)는 문자 그대로 아시아 연구자들의 대규모 학술모임이다. 사무국이 위치한 네덜란드 라이덴(Leiden)에서 1998년에 1회 행사 이래 2년 주기로 개최돼왔고 가장 최근인 2017년 7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10회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행사 기간 동안 아시아 관련 다양한 학문분과(환경, 사회, 인문, 경제 등)의 학술세션이 열렸고 관련 다큐멘터리 작품들이 소개되는 등 가히 아시아학의 축제였다고 불릴만했다. 그리고 이 행사의 피날레는 아시아연구 우수저술상 ICAS Book Prize, IBP)로 성대하게 장식되었다.

ICAS 우수저술상은 세계 이목을 아시아 관련 출판물에 집중시켜 관련 학술서적을 널리 알리려는 목표를 갖고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세계 각국의 출판사로부터 출품된 우수저술상의 심사 및 선정의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사무국은 독립적인 심사위원회를 구성한다. 우수저술로 선정된 연구자들은 다년간의 노고와 깊은 통찰력을 인정받아 학자들과 대중으로부터 경탄의 박수를 받고 일정 규모의 상금을 수여한다. 이같은 적절한 명예와 보상은 세계 학계가 아시아연구에 관심을 갖는 계기를 제공하며 학자들의 진전된 연구 활동을 장려한다. 물론 옥에 티도 있다. 이번 치앙마이에서 열린 ICAS 우수저술상 전에는 오직 '영어'로 저술된 학술도서만을 출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메인 행사장 내 인파들로 가득찬 모습
▲ ICAS 10 개막식 전경 메인 행사장 내 인파들로 가득찬 모습
ⓒ ICAS 10 사무국

관련사진보기


고대부터 시작된 아시아의 영광은 끊임없이 이동하는 인류의 발자취를 따라 흥망성쇠 했다. 서구문명의 조상격인 로마가 세계를 호령하기 시작한 이래, 현존하는 기술문명은 세계사 중심축을 동에서 서로 이동시켰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현대 서구문명의 정수인 Pax Americana는 국가, 인종, 세대를 막론하고 시대정신으로 뿌리 내렸다. 심지어 아시아 연구조차 미국에서 해야 인정받는 -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해는 또 묘하게 가는 - 참으로 기묘한 세상에서 연구자들은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같은 시대 흐름 속에 모든 영어책만이 ICAS 우수저술상 후보군에 포함됐었던 것은 아마 대부분의 아시아학 연구자들에게 불편한 진실이었을 것이다.

국적, 인종과 관계없이 아시아 연구자들이 우리에게 친밀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유구한 학문적 자산에도 불구하고 일정부분 소외되어온 아시아를 조명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사무국 업무를 맡고 있는 International Institute for Asian Studies(IIAS)는 이번 10회 행사부터 서양(영어)일변도의 시대정신을 거부하고, 아시아연구 우수저술상에 한국어,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판을 추가로 신설하여 새로이 거듭났다.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는 이 취지에 공감하여 한국어판 주관기관으로 참여하였고 독립적인 심사위원회를 구성·운영하였다. 수개월에 걸쳐 한국어로 출간된 아시아 관련 인문학, 사회과학 학술저서를 출판사로부터 응모 받아 ICAS 심사기준에 따라 114권을 선발하였고, 최종적으로 5권의 우수도서와 그 가운데 1권의 최우수도서를 선정했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중국어판도 유사 과정을 거쳐 우수저술 리스트를 공표했다.

(좌) 강명구 교수(언론정보학과)  (우) 정재훈 교수(경상대), <돌궐 유목제국사> 저자
▲ ICAS 10 우수저술 한국어판 최우수상 시상식 (좌) 강명구 교수(언론정보학과) (우) 정재훈 교수(경상대), <돌궐 유목제국사> 저자
ⓒ ICAS10 사무국

관련사진보기


ICAS는 "지식을 장려하고 아시아 연구를 강화(encouraging knowledge and enhancing the study of Asia)"하겠다는 취지에 맞춰 서구적 시각(영어) 일색의 아시아학에 반전을 가했고, 우리 글로 쓰인 우수저술 리스트의 탄생을 축하해왔다. 김명섭 <전쟁과 평화: 6.25 전쟁과 정전체제의 탄생>(서강대학교 출판부, 2015), 김승 <북한 기록영화, 그 코드를 풀다>(한울엠플러스, 2016), 남기정 <기지국가의 탄생: 일본이 치른 한국전쟁>(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6), 임혁백 <비동시성의 동시성: 한국 근대정치의 다중적 시간>(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2014), 그리고 마지막으로 정재훈 <돌궐 유목제국사 552-745: 아사나 권력의 형성과 발전, 그리고 소멸>(사계절출판사, 2016), 이 다섯 권이 ICAS 우수저술 한국어판의 첫 주인공들이다. 심사위원회의 평가처럼 우리 언어로 쓰인 저서들은 어느 한 쪽에 편중된 아시아가 아닌, 아시아 전체를 균형 있게 바라보며 이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줬다(서평 링크: http://snuac.snu.ac.kr/2017ibp/).

이번 행사 기간 동안 아시아연구소는 자체 홍보부스를 운영했다. 1500여 명의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이 가운데 많은 연구자들이 한국에서 본인 주제를 연구할 수 있는지 타진해왔다. 인도, 베트남, 프랑스, 일본 등 국적과 관계없이 모든 문의와 대화는 국제공용어인 영어로 이뤄졌다. "언어는 표현의 도구일 뿐 아니라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국제무대에서 영어는 분명 주요한 표현의 도구이나, 학자의 생각을 담는 그릇으로선 한계가 명확하다. 특히 고대문명의 발상지에서 발전해온 아시아 연구는 서양의 한 언어로는 담을 수 없는 깊이와 다채로움을 지니고 있다.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방문학자 프로그램을 홍보 중인 김주영 보조연구원
▲ 메인홀 홍부 부스에서 홍보 중인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방문학자 프로그램을 홍보 중인 김주영 보조연구원
ⓒ ICAS10 사무국

관련사진보기


이번 한국어판 우수저술상을 계기로 2년 뒤엔 한국의 시각을 담아 해석한 아시아 관련 연구가 더 많이 선보일 것이다. 한껏 고무된 아시아학계 행보가 멈추지 않도록 서울대학교 아시아연구소는 가을학기에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과 더불어 ICAS 우수 학술도서 전시주간과 북콘서트를 공동 기획 중에 있다. 아시아 연구가 학생에게, 대중에게 보다 친숙히 다가갈 수 있도록 한국어로 쓰인, 한국적 시각으로 바라본 아시아 이야기를 음미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예정이다. 태국 치앙마이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던 학술교류의 현장이 이곳 대한민국 서울에서도 재현되길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는 글 | 글 : 김주영(국제교류부 보조연구원)
일부 사진출처 : ICAS 10 공식 홈페이지(http://icas.asia/)



태그:#ICAS10, #아시아연구소, #IIAS우수학술저술상, #정재훈교수, #돌궐유목제국사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現) 프리랜서 기자/에세이스트 前) 유엔 FAO 조지아사무소 / 농촌진흥청 KOPIA 볼리비아 / 환경재단 /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 유엔 사막화방지협약 태국 / (졸)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 (졸)경상국립대학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