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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소방차
 뉴욕 소방차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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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대의 소방차가 사이렌을 울리며 퍼레이드를 하는 장면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감동으로 다가온다.  

소방대원과 소방차들이 줄맞춰 운행하면서 듬직한 모습을 뽐내면 시민들은 박수와 환호로 화답해준다.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이들의 결연한 책임감과 이에 대한 감사함이 만나 서로 교감을 나누는 순간이다.

미국 전역에서 펼쳐지는 소방차 퍼레이드는 각 소방서의 전통과 역사를 알리는 숭고한 의식이자 시민들을 찾아가 안전을 전하는 열린 교육현장이기도 하다.

이렇듯 소방차 퍼레이드가 하나의 축제로 자리 잡은 미국에서는 건물을 지을 때에도 소방차 접근을 위한 공간을 고려한다.

일반 차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소방차는 그 높이와 폭, 그리고 회전반경에서 더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건물 안전과 화재예방에 관한 전문 기준을 만드는 미국의  '국제규정위원회(International Code Council)'에서는 건축물을 지을 때 소방차 통행과 접근을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면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건축도면을 그릴 때도 이런 내용들이 반영되어야 하며 도면을 관할 소방서에 제출해서 사전 검토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다.

미국 국제규정위원회(ICC)에서 만든 '국제화재코드(International Fire Code)'에서는 막다른 골목에서의 소방차 통행 및 회전을 위한 최소면적을 제시하고 있다. (출처: 2015 International Fire Code)
 미국 국제규정위원회(ICC)에서 만든 '국제화재코드(International Fire Code)'에서는 막다른 골목에서의 소방차 통행 및 회전을 위한 최소면적을 제시하고 있다. (출처: 2015 International Fire Code)
ⓒ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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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미국은 건축물 하나를 지을 때에도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소방차 통행을 위한 깐깐한 기준들을 마련해 놓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주택가 골목은 소방차가 통행하기에 턱없이 비좁고, 부족한 주차공간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법 이중주차는 소방차를 계속해서 멈춰 서게 만든다. 그런 이유로 현장에서는 꽉 막힌 도로 사이로 소방관들이 소방호스를 끌고 백 미터 이상을 달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한편 도로에 툭 튀어나와 있는 불법 입간판들은 소방차의 운행을 방해한다. 자칫 부딪혀 손상이라도 생기면 어김없이 민원이 뒤따른다. 정상적인 임무가 불법에 가로 막혀 곤혹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충북 제천소방서 소속 소방관들이 한 재래시장에서 소방통로 확보 동참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충북 제천소방서 소속 소방관들이 한 재래시장에서 소방통로 확보 동참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충북 제천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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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시 금천소방서 신설과 관련해 지역 주민들이 소방차 소음을 이유로 반대를 하고 있는가 하면, 경기도 포천소방서는 아파트 단지와 인접해 있어서 민원을 고려해 이전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소방차 사이렌 볼륨을 줄여달라거나 아예 꺼 달라는 황당한 요구까지도 이어져 지역사회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들이 졸지에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 버렸다.

사람을 살리는 전문가인 소방대원과 사람을 살리는 장비를 실은 소방차는 현장에 도착해야만 비로소 그 존재감이 생기는 것이다.

비록 미국처럼 사이렌을 켜고 달리는 소방차를 위해 박수를 보내주지는 못할망정 소방차가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출동할 수 있도록 통행을 허하라. 


태그:#이건 소방칼럼니스트, #소방차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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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출생. Columbia Southern Univ. 산업안전보건학 석사. 주한 미 공군 오산기지 선임소방검열관. 소방칼럼니스트. <미국소방 연구보고서>, <이건의 재미있는 미국소방이야기>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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