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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나누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나누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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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풍목우(櫛風沐雨) : 바람에 머리를 빗고, 비에 몸을 씻는다. 이리 저리 떠돌며 갖은 고생을 했다는 뜻.

홍준표 신임 자유한국당 대표가 4일 첫 공식 일정으로 현충원을 찾아 방명록에 쓴 글귀다. 대선 당시 연설에도 차용했을 만큼 홍 대표가 자주 쓰는 말이다. 멀리는 성완종 리스트 사건 연루 의혹부터 가까이는 대선 패배까지. 홍 대표의 연이은 '즐풍목우'는 당대표 당선으로 끝날 수 있을까. 전날 당선 당일과 4일 취임 공식일정 첫날, 자유한국당은 '홍준표 당'으로서의 면모를 곳곳에서 드러냈다. '고생 끝, 홍준표 식 쇄신'을 강조하는 장면이었다.

#장면 1. 발언 길어지자 "1분만 말해라"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부터 남달랐다. 홍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최고위원에게 발언을 지시하거나 그 길이를 조절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정우택 원내대표가 발언 시간을 2분여 소요하자, 이현재 정책위의장에게 "정책위의장은 1분만 말하라"며 "(앞선 발언이) 너무 길다"고 주문했다. 이 의장은 홍 대표의 주문에 맞게 두세 마디 정도의 당부만 언급하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장면 2. '홍준표 식' 혁신 가동

자신이 구상한 당 쇄신 시스템인 혁신위원회 가동 준비도 이번 주 내 마무리할 전망이다. 김명연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당 혁신위원회와 당 윤리원회의 구성안을 금주 중 완료하기로 했다"며 "당내 인사는 완전 배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혁신위원회를 둘러싼 가장 큰 화두는 아무래도 '사람'에 대한 쇄신이다. 홍 대표가 전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누차 강조한 것이 '인적 쇄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새로운 자유한국당 구성원으로서 전부 함께 가는 게 옳다는 생각"이라면서도 "국정 파탄에 연관 있거나 관련된 사람은 앞으로 혁신위에서 가려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 상 핵심 친박(친박근혜) 세력을 향한 경고였다.

#장면 3. 최측근 최고위원 지명

당 지명직 최고위원은 자신의 최측근 인사인 이종혁 전 의원을 임명했다. 김 대변인은 "부울경 출신에 18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여의도연구원 상근부원장을 지낸 이종혁 전 의원을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지명했다"며 "당 대표가 의결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대선 당시 특보 단장을 역임하며 홍 대표를 보좌한 인물이다. 그는 홍 대표가 2008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부대표를 지내며 함께 당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의 지명으로 '홍준표 당'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출직 최고위원 중 부산·울산·경남 출신이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도 임명 배경 중 하나다. 

#장면 4. 원내대표 일 따로 있지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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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는 원내 사안에도 당대표로서 '언질' 할 수 있음을 내비친 바 있다. 인사청문회 참여, 추가경정예산안 논의 등 원내대표가 담당하는 국정 대응에 구체적 방향을 언급한 것이 그 일례다.

그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내각 구성도 못하도록 우리가 방해한다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며 '발목잡기 식' 국정 파행에 반대한 바 있다. 이는 정우택 원내대표가 추경 요건 부실과 5대원칙 부적격자 임명을 들어 관련 협의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과 배치된 주장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이러한 홍 대표의 '원내 개입'을 의식한 듯 이날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혁신과 재건 문제는 당 대표가 주관하고, 원내에 대해서는 제가 주관하는 것으로 충분히 이야기가 됐다"며 "우리는 20여 년 지기라 충분히 잘 소통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면 5. '사실 상 유일한 야당 대표는 바로 나'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만 예방하기로 했다. 취임 다음 날 각 정당의 당수를 예방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임을 감안할 때, 홍 대표는 정부·여당에만 당력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도 "좌파 진영(국민의당·정의당)은 통합될 것으로 본다"며 "바른정당은 지방선거 전 흡수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른 야당을 깎아 내렸다.

하태경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러한 홍 대표를 직격했다. 그는 "홍 대표는 바른정당 흡수 같은 허튼 소리부터 할 일이 아니라, 몸집만 비대할 뿐 정치적 영향력은 점점 왜소해지고 있는 자신들의 문제부터 성찰해야 한다"며 "한국당은 멸종의 사실을 멸종 순간까지도 알지 못한 미련한 공룡의 길을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태그:#홍준표,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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