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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엄마의 자격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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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애가 다치면 "엄마가 애 안 보고 대체 뭘 한 거야."란 말들은 참 쉽게도 한다.
나도 이런 말들을 무수히 들었다.
워낙 아이는 에너지가 넘쳐서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내가 신이 되어서 모든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다.
예방만이 최선이라 한시도 눈을 떼지 않으려고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다친다.

몇 주 전 아이가 선인장을 만지다 다쳐서 비명을 지르자, 가족들이 달려왔다.
그때 들려오는 말이 있었다.

"너 같은 건 엄마 자격도 없어. 애를 똑바로 봐야지."

아이의 가시를 빼려고 정신이 나가 있었는데, 순간 그 말을 들으니 멍해졌다.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내 부주의이고, 내 탓이다.
하지만 속에서 뜨거운 것이 끌어 올랐다.
과연 그 자격이란 건 뭘까?
아이가 다치면 가장 마음이 아픈 건 엄마다.
상처를 보면서 좀 더 챙기지 못했던 내 자신을 원망하고 몇 번을 되새김질하며 슬퍼한다.

엄마도 사람이다.
실수할 수 있고, 남들보다 눈이 몇 개 더 달린 것도 아니다.
주변에서 보면 지나치게 완벽한 엄마를 원하는 것 같다.

"아이에게 좋은 말만 해줘야 해."
"유기농만 먹여야지, 사탕하고 콜라는 몸에 나빠."
"애 안 보고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는 거야?"

'엄마'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들은 만능이어야 하는 것일까. 
건강하게 키우는 것,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 남 보다 뒤처지지 않게 교육시키는 것, 잘 놀아주는 것, TV를 보여주지 않고 책을 보여주는 것 등등 무수히 많은 자격요건을 붙여댄다.

나도 임신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과연 엄마 자격이 있는 건가 의구심이 들 때가 수없이 있었다.
아이를 잘 키울 수 있을까? 만약 내가 바로 키우지 못해서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지.
늘 노심초사했다.
육아 관련 카페나 블로그를 보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엄마들이 많았다.
감기에 걸려 아이가 열이 날 때는 너무 놀이터에서 많이 놀게 했나, 목이 근질거리던 게 혹시 감기여서 아이에게 옮았나,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가 다칠까 봐 밖에 아예 안 나가게도 할 수 없고 뛰어놀다 보면 여러 아이들과 어울리게 되고 감기에 옮을 수도 있다.
또 어쩌다 보면 나뭇가지나 뾰족한 물건에 다쳐 아플 수도 있다.
온실 속의 화초처럼 키우지 않는 이상, 아이는 다칠 것이고 아프기도 할 거다.
그럴 때면 잘 치료해주고 안아주면 된다.
크게 자책할 필요가 없는 일인 것 같다.

내가 생각했을 때 '엄마의 자격'이란, 아이를 마음껏 사랑해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벅차다.
아이가 다쳤다고 해서, 감기에 걸렸다고 하더라도 그 자격이 '있다, 없다'를 쉽게 운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태그:#엄마, #자격, #자책, #아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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