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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17일 오전 종로구 헌법재판소 부근 안국역앞에서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반대", "국회해산", "종북척결"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박사모 등, 헌재앞 '탄핵 반대' 대규모 시위 지난17일 오전 종로구 헌법재판소 부근 안국역앞에서 박사모 등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반대", "국회해산", "종북척결" 등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열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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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만에 가까운 국민이 전국 각지의 거리와 광장으로 몰려나와 박근혜 퇴진과 부역자 처벌을 외쳤던 12월 17일, 박사모를 비롯한 '친박단체'도 맞불집회를 열었다. 그들은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청구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좌파 세력은 헌법재판소에 대한 협박을 당창 멈추라"고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KBS 아나운서 출신인 정미홍씨는 "고등학생들이 촛불시위 나왔다는데 그들이 유권자냐"고 반문하며 '태극기 바람'으로 촛불을 꺼버리자고 발언했다. 

비슷한 시각, 보신각에서는 '제6차 청소년 시국대회'가 진행되었다.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청소년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를 표현했다. 그뿐만 아니라 탄핵 이후의 정국 전개 방향, 조기대선에서의 청소년 참정권 등을 의제로 한 토론을 진행하며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들은 '청소년이 주인이다'를 필두로 한 다채로운 행진 구호를 외치며 서울 도심을 행진하기도 했다.

물론 정미홍씨 말처럼, 2016년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은 유권자가 아니다. 국가는 '미성숙하다'는 이유로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청소년은 불의에 침묵하거나 굴종하지 않았다. 철없는 청소년을 떠올리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을 비롯한 독재자 퇴진을 외치는 대오에 청소년이 없었던 적 있던가. 

사상 초유의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짓밟힌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하는 자리에도, 어김없이 청소년은 촛불과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모든 민중의 요구사항이 그러하듯, 청소년의 요구사항 역시 단순히 '박근혜 퇴진'만은 아니다. 무너진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를 회복하고, 안전과 건강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으며, 경쟁을 심화시키는 교육은 중단시키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세상을 쟁취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다. 구호 중 하나인 '적폐청산'은 이를 보여주는 가장 직접적인 언어다.

그렇다면 '친박 유권자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국정을 농단하고 국민을 기만한 대통령에 대한 책임있는 조처를 요구하는 국민을 '좌파 세력'이라 일방적으로 매도한 것만 봐도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청소년이 보여준 시국 현안에 대한 고찰 앞에서 이들이 과연 스스로를 '유권자'라 소개할 수 있을만한 자격을 갖추었는지 의심하게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청소년 참정권 보장, '어린데도 적극적 참여하기 때문'이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는 오래 전부터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요구해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오래 전부터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요구해오고 있다.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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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정국을 통해 청소년이 보여준 모습이 '주권자답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어림에도 참여적'이기 때문이 결코 아님을 밝혀두려 한다. 지금까지 청소년에 참정권이 주어지지 않은 이유는 '성숙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다만 필자 본인은 광장에서 만난 청소년의 모습을 그대로 이야기할 뿐이다. 그런 과정에서 생긴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한다.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는 일은 늘 어렵다. 그러나 해야 하기에 질문을 던진다. '박사모'와 '청소년'. 누가 더 유권자다운 걸까. 누가 더 정치적으로 성숙한 걸까. 사실 단순하게 비교하는 것 자체가 청소년에게 무척이나 송구스러운 일이다.

'어른들만의 정치'는 이미 실패했다. 세월호 참사까지 이어진 역사를 봐도 아무도 구하지 못했고, 누구도 지키지 못했다. 청소년에게 정치의 자격을 논하던 이들은, 정치가 갖춰야 할 기본 원칙조차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모든 국민은 새로운 정치를 꿈꾸며 촛불을 들었다. 청소년도 대오에서 자리를 지켰다. 그러므로 우리는 모든 국민이 주권자라는 헌법의 선언을 잊지 말아야 한다. 민주시민의 참된 모습을 보여준 이들에게 동일한 참정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를 논하는 일 역시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의 대리 정치는 없어야 하기에, 청소년 참정권은 반드시 필요하다. 단순히 투표권을 넘어 피선거권을 비롯한 모든 정치적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더 다양한 사람들이 국민의 대표가 되어야, 모든 국민을 대변하는 정치에 다가설 수 있다. 박근혜 체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를 마주하는 첫 걸음이 '청소년 참정권 보장'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태그:#청소년, #청소년 투표권, #청소년 참정권, #참정권,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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