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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이야기'는 추석상에서는 빠질 수 없는 메뉴다. 특히 내년 대선의 싹이 움트기 시작한 시점과 맞아 떨어지면서 어느 때보다 풍성하게 차려질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에 제3지대 정치세력까지, 차기 대선 주자들의 현재와 미래를 기사로 지어 밥상 위에 올려 놓는다. [편집자말]
19대 대선을 1년 4개월 앞둔 2016년 추석, 여야 잠룡들에게는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예비고사'와 같다. 명절을 맞아 전 세대와 계층, 지역이 한데 모여 내년 대선구도를 관통할 민심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집권여당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은 야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린 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여느 대권주자보다 돋보였던 지난 10년을 비교하면 그 무게감도 약해진 편이다. 특히 '장외주자'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고는 다들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곧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대선 1년 전 추석은 '새로운 흐름'을 종종 만들어냈다. 2006년 추석 때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박근혜 대세론'을 무너뜨렸다. 이 전 대통령은 그동안 박 대통령과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다가 추석 이후 10%p 차로 박 대통령을 앞서기 시작했다. 2011년 추석 때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대선주자 안철수'가 등장했다.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그는 단숨에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에 오르면서 결국 유력한 야권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비춰보면 여권 대선주자들은 상대적으로 신중함을 유지하면서 '칼'을 갈고 있는 편이다. 특히 세미나·강연·연구소 설립 등으로 대선 어젠다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김무성] 더 이상 박 대통령에게 참지 않는 '무대'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7월 14일 오후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7.14 전당대회 2주년 만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7월 14일 오후 당산동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7.14 전당대회 2주년 만찬에서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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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의 이 한 마디 : "병신소리 들으며 참았지만..."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가 지난 7월 14일 지지자 모임에서 한 말이다. 20대 총선 참패로 대표직에서 물러난 이후 가장 강도 높은 발언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제가 선봉에 서겠다"고도 말했다. 사실상 총선 참패 원인을 공천 전횡을 저지른 친박(친박근혜)계에 돌리면서 대권 출마 의사를 밝힌 것이었다(관련기사 : "병신 소리 들으며 참았지만...", 대권으로 가는 김무성).

김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전당대회 이후 가장 오랫동안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혔다. 한 당 관계자는 당시 1500여 명의 지지자를 한 자리에 모은 것을 두고 "이 정도의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권 정치인은 '무대(김 전 대표의 별칭)'가 유일하다"고 할 정도였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대 총선 패배 이후의 행보다. 앞서 그는 스스로 '병신소리 들으며 참았다'고 표현할 정도로 박 대통령과의 대결을 극도로 피했다. 현재 권력을 딛고 일어서야 하는 미래 권력의 숙명을 거부하고 당청 간 협력을 우선시 한 것이다. 그러나 그는 총선 이후 방향을 선회했다.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비박(비박근혜) 후보들의 단일화를 종용했고, 박 대통령을 향해서도 각을 세웠다. 최근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를 두고서는 청와대와 정부를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미래 권력'답게 박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시동을 건 것이다.

국가비전을 제시하기 위한 '열공 모드'도 가동 중이다. 이 중 김 전 대표가 내세운 대표적인 의제는 '격차해소'다.  그는 지난달 30일 의원모임 '격차해소와 국민통합의 경제교실'을  띄우면서 "서민층과 청년층을 위한 희망의 사다리가 없어지고, 좌절과 분노의 나쁜 에너지가 폭발 직전"이라며 "정치권이 절박한 심정으로 격차해소를 위한 해결방안을 찾아내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그의 행보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역설적으로 박 대통령이다. 이정현 당대표 체제 출범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한 재선 의원은 이에 대해 "사실 최대 패배자는 김무성"이라며 "김 전 대표가 본인의 초조함 때문에 그랬는지 몰라도 나서지 말아야 할 때 너무 나섰다, 그에게 반발하는 표가 꽤 있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관련 기사 : 신화와 박심의 결합, 이정현 체제로 "사실 최대 패배자는 김무성이다").

[유승민] 권력의 핍박으로 성장한 새 지도자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학생들 앞에서 강연하는 유승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5월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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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의 이 한 마디 : "국민께 희망을 드릴 수 있는 보수혁명을 해야 한다."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 5월 성균관대 특강에서 한 말이다. 당시 무소속 신분이었던 그는 '보수혁명'을 통한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주장했다. 특히 "이기기만 하면 자기 멋대로 하는 식을 벗어나 공화주의로 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관련기사 : 대학생 만난 유승민 "돌아가면 '보수혁명' 할 것").

이는 지난 2015년 7월 국회법 개정안 사태로 박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혔던 그의 상황과 맞물리는 발언이다. 유 의원은 당시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유 의원은 이후 여권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차기 지도자'로 급부상했다.

20대 총선 공천에서 낙천됐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대통령에게 밉보인 탓에 부당한 탄압을 받는 것으로 해석됐고 결과적으로 유 의원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유 의원은 현재 '강연정치'를 통해 몸을 풀고 있다. 그는 지난 7일 강원도 춘천 한림대에서 '정의'를 주제로 강연했고, 오는 30일에는 서울대학교에서 특강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그는 한림대 강연에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 자율형사립고·외국어고 폐지, 모병제 반대, 청년수당 반대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두루 피력했다. 또 "대선 출마는 고민이 다 되고 제 각오가 서면 국민께 솔직하게 제 뜻을 말씀드리겠다"며 "자기 생각을 알리고 국민이 동의해주면 거기에서 힘이 생기고 그러는 건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친박의 핍박이 그를 키웠지만 이는 동시에 가장 큰 걸림돌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유 의원은 연말께 최종적으로 출마 여부를 밝힐 것 같다"면서도 "당내서 워낙 공격을 많이 받는 편이라 그런 이미지를 극복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경필] 진보진영 화두 움켜쥐고 '연정' 깃발 세운 광역단체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기자회견
 남경필 경기도지사 기자회견
ⓒ 경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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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경필의 한 마디 : "어떤 정책에 대해 정의롭지 못한다는 것은 굉장한 모욕"

남경필 경기지사가 지난 9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 자신의 모병제 제안을 '정의롭지 못하다'고 비판한 유승민 의원에 대해 한 말이다. 정책에 대한 단순한 견해 차로 빚어진 갈등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대선 어젠다를 둘러싼 대권주자 간 신경전으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남 지사는 이 같은 대선 어젠다 경쟁에서 가장 앞서고 있는 여권 대선주자이기도 하다. 모병제 뿐만 아니라 행정수도 이전, 생활임금 1만 원제 등 각종 이슈를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모병제나 행정수도 이전, 생활임금 1만 원제 등은 모두 진보 진영의 화두기도 하다. 그는 경기지사 취임 후 일찌감치 야권과의 '연정'을 자신의 브랜드로 만들면서 '탈(脫) 새누리당'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관련기사 : 남경필 지사 "권력 나누지 않는 협치는 사기").

이러한 확장성은 정책뿐만이 아니다. 남 지사는 지난 4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멘토였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을 경기도 지무크(G-MOOC·온라인 공개강좌)의 추진단장으로 영입했다. 진보 진영 원로인 한완상 전 통일부총리도 최근 경기도 산하 경기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임용했다. 보수·진보를 아우를 수 있는 원로들을 모두 자신의 곁으로 모신 격이다. 이외에도 남 지사는 김범수 (주)카카오 의장과 김화수 전 '잡코리아' 대표를 각각 경기도 스타트업 캠퍼스 초대 총장, 경기도 일자리재단 대표이사로 영입한 바 있다.

사실상 여권 대선주자 중 누구보다도 빠르게 차기 대선을 겨냥한 인적 확장에 앞서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는 많은 견제구를 양산하기도 한다. 유승민 의원 등 당내 많은 인사들이 남 지사의 모병제에 딴지를 건 게 대표적이다. 경기도의회 김종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부대표는 지난 7일 도의회 임시회 '5분 발언'을 통해 "남 지사는 도민을 위해 연정을 하고 있나, 아니면 대권을 향한 도구로 연정을 하고 있나"라고 질타하기도 했다.

[반기문] 친박 구애 받으며 '대망론' 키우는 장외 주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5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내일정을 마치고 출국하고 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지난 5월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국내일정을 마치고 출국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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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의 이 한 마디 : "내년 1월1일이면 한국사람이 된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5월 25일 방한 첫 일정인 관훈클럽 기자간담회에서 대권 도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답한 내용이다. "유엔 사무총장에서 돌아오면 국민으로서 역할을 더 생각해보겠다"면서 사실상 대권 도전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놨다. 그로부터 3일 뒤인 28일에는 충청권 맹주였던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독대하기도 했다. 반 총장을 중심에 놓고 정가에 부각되던 '충청 대망론'에 불을 붙인 순간이었다.

엄밀히 말하자면 반 총장은 '장외의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꽤 오래 전부터 새누리당의 대권주자 중 한 명, 특히 친박의 차기 대권주자로 평가되고 있다. 박 대통령 이후 마땅한 대권주자를 배출하지 못한 친박계는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공공연히 주장하며 외교·안보 등 외치를 맡을 대통령 후보감으로 반 총장을 점찍었기 때문이다.

반 총장도 이러한 친박의 구애를 거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가 지난 2월 '반기문 사단'으로 분류되던 윤여철 전 외교부 의전장을 대통령 의전비서관으로 임명하면서 박 대통령과 반 총장 사이에 '밀약'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는 형편이다. 대규모 지지모임도 조직됐다. 최근 반 총장의 팬클럽인 '반(潘)딧불이'는 오는 11월 10일 전국 조직 창립대회를 열고 그 이전에 전국 시·군·구 절반 이상의 지역에 지부와 준비위를 조직하기로 했다.

이는 대세론으로 이어지는 중이다. 반 총장은 지난 12일 발표된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 9월 1주차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22.8%를 기록, 6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그 뒤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18.0%),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10.4%), 박원순 서울시장(5.9%),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4.3%)가 이었다.(5~9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528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1.9%p) 즉, 특별한 대선 어젠다를 제시하지 않고도 높은 인지도만으로 여야 대권주자들을 앞지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여야 안팎에서는 이를 '거품'으로 보고 있다. 대권 가도에서 검증을 받기 시작하면 지지도는 자연스레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친박에서 반 총장을 옹립하더라도 비박은 강하게 검증하고 (비박 후보와) 함께 경선을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반 총장이) 정치권의 태풍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는 아무도 모른다"고 지적한 바 있다(관련기사 : 친박 "반기문, 대통령 적임자" 비박 "친박 후보 되면 지지율 반토막").

만약 반 총장이 임기 종료 직후 대권 후보로 활동하게 되더라도 논란이 예상된다. 당장 반 총장의 대권 행보가 '사무총장 퇴임 직후 정부 직위를 삼가야 한다'고 명시한 유엔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 상황이다.(관련기사 : 반기문 대선 출마는 유엔 결의안 위반?)


태그:#김무성, #유승민, #남경필, #반기문, #대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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