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쎈뜨로 아바나의 넵뚜노거리. ⓒ 김현각
1년 넘게 쓴 가이드북이 있다. 그것도 현지에 머물면서 썼다. 이쯤되면 '장사'가 될까 싶다. 가이드북은 보통 그 지역이나 나라를 몇 번 방문한 뒤 쓴다. 머물더라도 1년 이상 머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서 그런가. 인터뷰가 처음이라는 작가는 묻는 질문에 막힘없이 술술 답이 나왔다. 최근 출간한 <이지 쿠바>(피그마리온 펴냄)는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5년 동안 일하며 영어를 배운 남자가 여행을 떠났다가 쿠바에 반해 눌러 앉기 위해 쓴 가이드북이다.

"자본주의 논리로 보면 이상한 짓"이라는 작가의 고백(?)처럼, 오랜 시간 준비한 이 책은 그동안 여행하며 들춰본 어떤 가이드북보다 꼼꼼했다. "쿠바에서 제일 매력적인 건 바다와 사람들"이라는 김현각 작가를 만나 가이드북엔 없는 비밀 팁까지 꼼꼼히 물어봤다.

"쿠바에서 한 달 반 있다 돌아오는데 눈물이 나더라"
<이지 쿠바> 김현각 작가. ⓒ 김현각
라 바하다 마을 민박집에서 보이는 바다. ⓒ 김현각
- 현재 쿠바에 체류하고 계신다고 들었다.
"쿠바와 멕시코 칸쿤을 오가면서 지내고 있다. 책을 쓴 지난해(2015년)의 경우엔 거의 쿠바에 있었다. 여행자 비자를 최대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는데, 비자가 만료되면 갱신하러 멕시코 칸쿤 가서 1~2주 있다 다시 오고 그랬다."

- 쿠바 가이드북 자체가 별로 없는 것 같더라. 가이드북은 어떤 계기로 쓰게 됐나.
"2009년 중동과 아프리카로 나가서 일을 시작했다. 건축학과 나와서 인테리어 일을 하다가 아프리카에서 2년, 이라크로 넘어가서 3년 있었다. 가게 같은 곳의 상업 인테리어 일을 했는데, 5년 정도 다니다 보니까 고갈이 오더라. 정서가 너무 말라가는 것 같아 여행을 떠나자고 결심하고 회사를 그만뒀다. 그때가 2014년 7월이었다.

그 전에 해외여행을 다닌 적은 없었다. 33살에 일하러 외국 나간 게 처음이었다. 그때는 영어도 못했다. 근데 나이지리아, 앙골라, 케냐, 이라크, 두바이, 요르단을 왔다 갔다 5~6년 하다보니 겁이 없어지더라.

여행 떠나고 맨 처음엔 유럽을 한 달 반 돌았다. 근데 사진 찍고, 건물 보고, 들어갔다 나오고를 반복하다 보니까 좀 지치더라. 그래서 유럽 말고 숙박비가 비싸지 않은 곳에서 한 달 쉬었다 가자는 생각에 지도를 펼쳤다.

사실 쿠바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음악이 2000년 처음 소개됐을 때부터 동경하는 마음이 있었다. 쿠바 영화도 관심있게 보고 했었다. 그때 파리에 있던 친구가 '선배 그럼 쿠바 가요' 하더라. '그럼 그래볼까' 하고 정말 쿠바로 갔다. 수도인 라 아바나에서 한 달 반 동안 스페인어와 살사를 배우면서 쉬었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더라. 살기 힘든 나라들을 많이 다녀 봤지만 쿠바는 굉장히 달랐다. 그 전에 있던 나라가 이라크였는데 그곳과 쿠바의 열린 마음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쿠바에 한 달 반 있다가 나오는데 아쉬워서 눈물이 좀 나더라.

그 이후 한국에 돌아와서 구직 활동을 했는데, 미국과 쿠바 수교 얘기도 나오고 하길래 쿠바로 돌아가자고 마음먹었다. 그게 재작년 12월이었다. 상업 인테리어 일을 5년 하면서 마지막 3년 했던 일이 지역 상권 분석이었다. 그걸 바탕으로 쿠바에서 여행업을 해보고 싶었다. 쿠바에 가기로 한 뒤 서점에 가서 쿠바 정보책을 찾는데 안 보이더라. 에세이는 많은데... 농담처럼 같이 간 형한테 '내가 하나 쓸까' 하고 그날 출판사 10곳에 메일을 보냈다. 몇 군데에서 연락이 오고 미팅도 하고, 그러다 지금의 출판사와 계약하게 됐다."

- 가이드북 소개가 인상적이었다. '1년 이상 현지에 체류하며 썼다'고 돼 있던데, 얼마나 걸렸나?
"출판사 계약 후 지난 2015년 2월에 다시 쿠바로 출국했다. 2016년 3월에 원고를 넘겼으니 1년 넘게 쿠바에 있었던 거다. 사실 <이지 쿠바>로 돈을 벌어야 겠다 하고 시작한 건 아니다. 책이 여행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내 인생에도 도움이 되고, 발자취로도 남기고 싶었다. 그러다 보니 정말 잘 쓰고 싶었다. 그런데 1년 넘게 있으면서 책을 쓰니까 너무 외롭더라. 중간에 같이 있던 분들이 잠깐 한국 들어갔다 나와서 책 낸다고 하면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평소에 핸드폰에 있는 스페인어 사전을 자주 들여다 보는데, 거기 머리말에 '시작이 반이라더니 벌써 서반아어 사전 작업을 시작한 지 15년이 넘었다'는 문구가 있더라. 그걸 보고 짧은 계산으로 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쿠바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내가 바르게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어로 된 책이나 블로그에 소개되지 않은 지역 중 참 아름다운 곳이 많았다. 이미 유럽이나 다른 나라 여행자들은 그곳을 즐기고 있었다. 우리나라 여행자들은 한국어로 된 정보가 없어서 즐기지 못한 것이다. 어떤 사람이 보면 여행지 하나 알고 모르고의 차이일지 모르지만 이렇게 구석구석 다니며 쿠바 전 지역을 통째로 다뤘다는 것이 자랑스럽다.

가이드북에서는 보통 5, 6개 지역을 다루는데 그것으로는 쿠바에서 어디가 유명한지는 알 수 있어도, 쿠바라는 나라가 어떻구나 하는 생각은 하기 힘들다.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번에 낸 책이 쿠바 여행자나 이 나라에서 사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쿠바가 어떤 나라인지 감을 잡을 수 있게 해주는 발판이 되리라 생각한다."
비냘레스 국립공원. ⓒ 김현각
작가의 '쿠바 여행 팁'
- 쿠바는 좀 덥고 습한 편이다. 어느 지점에 있든 마음만 먹으면 2시간 안에 바다에 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습도가 만만치 않다.

여행 가실 땐 반팔 셔츠 많이 챙겨가라고 한다. 많으면 하루에 세 번씩 갈아입어야 하니까. 10~4월까지가 성수기. 지금은 너무 덥고, 2~3월이 가장 여행하기 좋은 때이다.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도 바다가 좋으니까 바다를 주로 다니고 도시는 양념처럼 즐겼으면 좋겠다.

- 라 아바나 베다도에서 지내다 가라고 하고 싶다. 주요 관광지는 아바나 비에하 쪽에 몰려 있는데 뒤쪽은 빈곤화 돼 있다. 베다도는 아침에 문열고 나오면 풍경이 다르다.

더불어 한인들 많이 가는 숙소에 머물 경우 정보는 많은데 그 정보에 갇히게 된다. 저는 그런 게 없어서 효율적이진 못해도 쿠바사람을 많이 만났다고 생각한다.
- 책 작업이 너무 오래 걸려서 '이걸 왜 시작했을까' 하고 생각한 적은 없나?
"그런 적은 없다. 의미가 있는 일이라 생각했다. 종종 우리나라 여행 정보책의 빈약함에 대해 얘기하는 분들이 있다. 근데 그건 작가의 역량이나 출판사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장의 문제라 생각한다.

책 쓴 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체류비용이나 체류일수 따져보고, 며칠 머물러서 책 내고 그 책이 몇 권 팔려야 하나를 계산해보면 오히려 제가 이상하고 출판사가 이상한 것일 수 있다. (1년 넘게 머물면서 가이드북을 낸 게) 자본주의 논리로 보면 이상한 짓인데, 이렇게 수고해서 책 내놓은 게 당장 돈 계산하면 빠지더라도 의미있을 거라 생각한다."

- 가이드북 쓰면서 겪었던 에피소드 같은 건 없나?
"쿠바에서는 계산으로 장난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은 식당에서 계산서를 잘못 적어오더라. 천천히 살펴본 뒤 종업원을 불렀더니, 부르자마자 '아 미안해' 하더니 계산서를 다시 가져가서 새로 적어오더라. 그런데 다시 가져온 것도 잘못돼 있었다. 3번까지 그렇게 계산서를 잘못 가져왔다. 그걸 또 지적했더니, '돈도 많은데 너무 빡빡하게 굴지마'라고 하더라. 너무 잘 속아줘서 그렇구나 싶어 씁쓸했다.

또 식당에 가면 현지 메뉴와 여행자 메뉴가 따로 있다. 현지인이랑 같이 가면 현지인 메뉴판을 주고 혼자 가거나 여행자끼리 가면 여행자 메뉴판을 준다. 쿠바 여행에선 차분한 게 최고다. '전에 쿠바 친구랑 왔을 땐 이 가격이 아니었는데 왜 그러냐'고 물으니, 종업원이 다른 사람이랑 얘기하더니 현지인 메뉴를 다시 가져오더라. 차분하게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 또 스페인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뒤 가시라고 권하고 싶다. 쿠바나 중남미 지역은 영어가 거의 안 통한다.

다른 에피소드를 하나 더 소개하자면, 자주 가는 까사(숙박시설)가 있다. 오래 지내다보니 까사 할머니랑 '할머니-손자'로 부르게 됐다. 그곳에선 하루 단위로 돈을 지불했는데, 한 달 단위로 돈을 내고 쓸 수 있는 작은 집으로 가야겠다고 말씀드렸더니 할머니가 아쉬워하면서 열쇠 하나를 주시더라. 건물 밖 현관 열쇠였다. 그러면서 '너 올 때마다 내가 내려가려면 힘드니까 문 열고 들어와서 벨 눌러라' 하시더라. 자주 놀라오라는 얘기다. 쿠바 사람들은 그런 정이 있다. 그러면 일주일에 한 번씩 갈 수밖에 없다.

또 할머니 집에 머물 때 지방 출장 갈 일이 있어 계획을 짜는데 숙소를 결정했냐고 물으셨다. 가서 결정할 거라 했더니 자기가 아는 곳 연락처를 적으시더라. 다음 날 새벽에 나가면서 보니 책상 위에 볼펜으로 또박또박 적은 글씨로 세 군데 숙소 연락처와 짧은 편지가 있었다. 제일 마지막 문장이 '돌아오기 전에 연락해, 너의 할머니가'였다.

저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으면 한 곳에 오래 머물면서 사람들을 느끼라고 얘기한다. 나이 있으신 분들이나 저같은 경우에는 쿠바에서 옛날의 한국 정서를 느끼는 것 같더라. 쿠바 사람들이 사람을 훅 잡아 당기는 매력이 있다. 쿠바 뭐가 제일 좋냐고 물으면 전 항상 사람이 제일 좋다고 한다."

"자본주의 논리로 보면 이상한 책...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
바라꼬아의 블랑까 해변. ⓒ 김현각
작가가 추천하는 '쿠바 기념품'
시가와 럼주는 너무 유명하다.

하나 더 추천하고 싶은 건 그림이다. 쿠바 그림 좋아하는 분들은 유심히 보고 사오라고 하고 싶다. 기념품 그림이 참 많다. 그림 그리는 사람들이 사진을 보고 그리는데 정말 잘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 잘 그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섞여 있어서 구분하기 힘드니 잘 보고 고르자. 색이 강렬한데 멕시코의 색과 쿠바의 색이 오묘하게 다르다.
- 쿠바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이라고 보나?
"'사람-자연-리듬(춤과 음악)'이다. 쿠바는 여행 콘셉트를 잘 잡고 와야 재미있게 있다 돌아갈 수 있다. 남미는 보통 어떤 장소를 보러 간다. 멕시코도 마찬가지. 쿠바는 좀 다르다. 장소 자체가 남미나 멕시코만큼 임팩트가 있진 않다. 쿠바가 가진 매력은 인근 국가 중에서도 굉장히 아름다운 축에 속하는 바다와 사람들과 부대꼈을 때 느낄 수 있는 정서이다.

기존에 나온 쿠바책에는 쿠바 해변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 그래서 이번에 책을 내면서 해변 사진을 많이 넣어달라고 출판사에 부탁드렸다. 왜냐하면 바다를 빠뜨리고 쿠바를 얘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일부러 바다 구석구석을 가보고 장점 등을 디테일하게 적으려고 애썼다.

쿠바 사람들은 자기들은 리듬이 피에 녹아 있다고 얘기한다. 어떤 주말, 비냘레스 마을 광장에 나갔는데 아무것도 없는 광장에 음악만 크게 틀어져 있었다. 그런데 6살 정도 된 아이들부터 50대 아줌마까지 다같이 춤을 추더라. 꼬마들도 굉장히 잘 춘다. 조기 교육인 거다. 자기들 음악에 대한 자부심도 많고 학교에서의 음악 교육 등 노력도 많이 한다."

- 쿠바에서는 인터넷 쓰기가 어렵다던데, 여행 풍경도 좀 다를 것 같다. 요즘 같은 경우 해외 나가도 각국 여행자들이 카페에 앉아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지 않나. 쿠바는 어떤가?
"쿠바에선 정말 인터넷 사용이 어렵다. 그러다 보니 구두 정보에 의존하게 되고 서로 얘기도 많이 나누게 된다. 까사에 주변 다른 숙소 사람들이 와서 동행 찾는 쪽지를 붙여놓고, 어디 가실 거냐 물어 보기도 한다. 동행 구하는 분위기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지만 쿠바는 모여서 얘기하고 럼 마시고 해야 한다. 쿠바에 있으면 책이라도 하나 더 읽고,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만나고, 더 걷고, 더 생각하게 된다. 아날로그적으로 돌아가는 것 같다. 핸드폰 배터리도 정말 안 닳는다. (웃음)"

- 쿠바여행 전문가 인터뷰 한다고 하니 주변에서 이걸 궁금해하더라. 쿠바사람들은 체게바라를 정말 좋아하나?
"좋아한다고 얘기할 수 있다. 프로파간다라고 할 수도 있고. 실제로 프로파간다로 많이 활용하기도 한다. 오히려 피델 카스트로에 대한 우상화 작업은 덜 돼 있다. 체게바라는 동상이나 얼굴이 굉장히 많이 보인다. 공식적 자리에만 붙어있으면 프로파간다라고 생각할 텐데 자기 차에 체게바라 얼굴 붙여놓은 경우도 많다. 1950년대 혁명을 같이 시작하고, 성공한 세대들이 아직 살아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 쿠바 사람들은 확실히 여유가 있는 것 같다. 한국이랑 사뭇 다른 분위기인 것 같은데, 어떤가?
"마음에 넓이가 있다. 관용이라고 해야 하나. 남이 자기에게 실수한 거나 내가 남한테 실수한 거... 모두 받아준다. 너그럽다. 약속시간 한 시간 늦고 이런 것도 너그럽다. 대중교통이 잘 안 돼 있는 거 서로 아니까 이해하는 것이다. 쿠바 사람들은 함께 힘든 시절을 버텨왔다는 공감대가 있다. 너도 힘들도 나도 힘들던 시기가 1990년대 초반에 있었다. 그러다 보니 남을 이해하는 마음이 크다."

- 한국 여행자들은 '쿠바의 만만디'라고 하며 좀 답답해하는 것도 같던데...
"개인차인 것 같다. 쿠바 두고 호불호 갈린다고 하는데, 쿠바에서 마음에 치유를 받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못 견디는 사람도 있고... '여기 왜 정가가 없냐 가격표 붙은 나라 가고 싶다'고 하는 경우도 봤다. 마트가 있긴 한데 대부분의 상황에서 협상을 해야 한다. 외국인이라고 하면 다르게 부르니까... 그걸 힘들어 하는 분들은 힘들어 하신다."

"쿠바에서 꼭 살사 춰보길... 적어도 꼭 한번 보고 갔으면"
바라꼬아의 석양과 '엘 윤께'. ⓒ 김현각
작가가 추천하는
'까사 2곳' & '칵테일 맛집'
- 호아끼나 까사
: 요즘 한국 사람들도 온다고 한다.

- 까사 도리스
: 라 아바나의 베다도 지역에 있다. 작가가 에피소드로 소개한 할머니가 바로 도리스 할머니이다.

- 엘 플로리디타
: 쿠바 사람들은 모히토와 쿠바 리브레를 많이 마신다.

한국인인데 호주에서 바텐더 하는 친구 왔었다. 술집마다 가서 칵테일 다 먹어보고 나서 하는 얘기가 헤밍웨이 갔다고 하는 엘 플로리디타가 잘 한다고 하더라.
- 쿠바 사람들이 제일 좋아하는 휴양지는 어디인가?
"마딴사스 바라데로에 많이 간다. 외국인 여행자들이 일반적으로 많이 가는 데 쿠바 사람들도 많이 간다. 서로 여행 시즌이 겹치지 않는다. 쿠바 사람들은 더운 7~8월에 가니까. 바라데로는 요즘 우리 여행자들도 많이 가더라. 가성비 높은 호텔들이 많다. 인근에 공항이 따로 있어서 캐나다 사람들은 여기에만 있다 가기도 한다."

- 1일 여행 경비는 얼마 정도로 생각하면 될까?
"보통 2인이 머무는 방 하나에 20~25달러, 식사는 세끼에 1만 원 정도, 이동비는 하루에 1만 원. 잡비 5000원. 얼추 6만 원 선이면 지낼 수 있다."

- 호텔 vs. 까사 빠르띠꿀라, 어디를 추천하나?
"쿠바 호텔들이 가격대비 효율을 나타내기 쉽지 않다. 까사가 워낙 많고 잘 돼 있다. 1990년대 초반에 쿠바 정부가 경제적 위기를 관광업으로 돌파했다. 여행객들은 막 들어오는데 호텔은 부족했다. 그래서 가계 수입도 올리고 부족한 숙박업소 확충도 할 수 있는 민박(까사)을 허가해줬다. 민박도 위치나 건물을 따지게 되는데 혁명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좋은 집들을 분배했다고 한다."

- 까사 잘 고르는 팁 같은 게 있을까?
"저같은 경우엔 일단 흥정할 때 무조건 여유를 갖는다. 비성수기 지방 도시에 가면 버스터미널에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자기집 묵으라고, 싸게 해준다는 거다. 그때는 빨리 거길 벗어나서 진정하고 여유를 찾은 다음에 다시 가서 주도적으로 꼼꼼히 차분히 따지면 협상이 잘 된다. 위치나 가격, 조식 포함 여부, 욕실 별도 등을 따져봐야 한다."

- 쿠바에 가면 이건 꼭 보고, 혹은 먹고 와라 하는 걸 꼽는다면?
"랑고스타라 불리는 랍스타. 한국 사람들이 꼭 먹고 간다. 만 원 안쪽에 한 마리 먹으니까... 자장면 값으로 랍스타 먹는 셈이다. 춤 추는 걸 꼭 보고 오라고 하고 싶다. 쿠바 사람들이 모여서 살사 추는 모습에 굉장히 충격받았다. 이 사람들은 삶을 굉장히 즐겁게 즐기면서 사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달랐다. 우리가 알고 있는 댄스보다 더 서민들에게 보편적이고, 아무데서나 춰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살사 클럽 가서 못 추는 춤이라도 추면 더 좋고. 적어도 보고 왔으면 좋겠다. 저같이 느꼈으면..."

- 나만 아는 비밀 아지트 같은 장소 한 곳만 추천해준다면?
"가이드북에 안 적은 곳이 한 군데 있다. 못 적은 이유가... 주인이 자주 바뀌더라. 주인이 제가 있는 동안 3번 바뀌었다. 하지만 다 맛있었다. 작은 카페테리아는 금방 없어진다. 너무 자주 바뀌어서 알려드리기가... 저만 알고 있겠다. (웃음)

대신, 쿠바에서 식당 한 군데만 가라고 하면 뜨리니다드에 라 보띠하 라는 집. 일단 믿고 가서 먹으면 된다. 관광객에게 가장 유명한 맛집이다. 줄 서서 먹는다. 묵었던 숙소 앞에 있어서 우연히 갔다가 깜짝 놀랐다. 나름 한국 여행사들한테도 유명하다.

갈 만한 곳으론... 쁘라야 히론에서 깔레따 부에나를 처음 발견하고 너무 놀랐다. 쿠바 바다 탑3 중 하나에 속한다. 이렇게 조용한 동네에 이런 데가 있다니. 혼자 간직하고 있다가 올해 4월쯤 사진 찍으려고 다른 한국 사람들을 데리고 갔다. 너무 좋아하더라. 여긴 정말 한국 사람들한테 안 알려진 데다. 오자마자 같이 갔던 친구들이 한인들 머무는 숙소에 다 소문냈다. 쿠바 기대 안 하고 왔다던 한 친구는 거길 4번이나 가더라."

- 책에 그런 문장이 있더라. '누구나 쿠바에 갈 수는 있지만, 그곳에 간 모두가 쿠바를 보고 오는 것은 아니다'. 진짜 쿠바를 보기 위해 여행자에게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제일 아쉬운 게 현재 여행사들의 패키지 여행에서 진짜 쿠바를 볼 수 있을까 하는 거다. 아예 부정하는 건 아니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내가 쿠바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들과 부대꼈던 시간인데. 호텔에서 자고 차량으로 돌아다니면서 그걸 느낄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지금 여행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하는 것도 그 부분이다. 자유 여행이라고 가도 한국인들끼리 몰려다니면 얻을 수 없다."
쿠바 여행 ⓒ 김현각
태그:#이지 쿠바, #김현각, #쿠바, #여행, #쿠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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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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