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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의 출발편 기준 국제선의 정비로 인한 결항은 2013년 17편에서 2014년 23편, 2015년 28편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만 16편을 기록했다. 항공정비 산업에 적기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항공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 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의 출발편 기준 국제선의 정비로 인한 결항은 2013년 17편에서 2014년 23편, 2015년 28편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만 16편을 기록했다. 항공정비 산업에 적기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항공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 사진출처 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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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정비로 인한 결항률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가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안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항공안전이 아니라 '지역안배'라는 정치적 논리에 갇혀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정비단지 부지를 고시만 해놓고 수년째 지정을 미루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결항률 상승에 따른 항공안전대책 마련과 2018년 제2여객터미널 개장에 따른 항공정비 인프라 구축, 나아가 동북아시아 허브공항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하고 싶지만, 국토부에 막혀있다.

인천국제공항 이용 여객은 지난해 4928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공항 여객처리능력 4400만명을 500만명 이상 넘어선 것으로, 올해는 5000만명을 무난히 돌파할 전망이다. 여기다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여객인구는 약 6000만명을 넘어설 예정이다.

인천국제공항은 2016년 5월 기준 항공사 90개가 54개국 193개 도시에 취항하는 허브공항이다. 드나드는 비행기가 하루에 약 1000편에 달한다.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항공사와 취항노선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국적 항공사(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를 제외한 외국 항공사들은 기체 중정비 이상의 정비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중정비 이상을 요구하는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에서 지원하는데 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정비격납고가 비어 있을 때만 가능하다. 아시아나항공도 엔진정비는 시설이 없어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인천국제공항의 출발편 기준 국제선의 정비로 인한 결항은 2013년 17편에서 2014년 23편, 2015년 28편으로 꾸준히 늘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만 16편을 기록했다. 항공정비 산업에 적기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항공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연간 수 백편에 달하는 정비로 인한 지연편까지 포함하면 인천국제공항의 정비서비스는 심각한 수준으로, 동북아시아 허브공항 경쟁에서 계속 밀리고 있다. 2014년 기준 인천국제공항 국제선의 정비로 인한 지연은 258건에 달했고, 이는 전체 지연의 약 6.4%에 해당했다.

인천공항 주춤한 사이, 중국과 동남아 허브공항 약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감도. 공사 공정률은 7월 현재 85.4%다. 인천공항의 현재 여객처리능력은 4400만명으로 지난해 4928만명을 돌파하며, 528만명을 초과했다. 2018년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처리능력은 6200만명이 된다. 항공수요 증가에 따라 인천공항의 안전과 허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항공정비단지 조성이 시급하다.
▲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조감도. 공사 공정률은 7월 현재 85.4%다. 인천공항의 현재 여객처리능력은 4400만명으로 지난해 4928만명을 돌파하며, 528만명을 초과했다. 2018년 제2여객터미널이 개장하면 처리능력은 6200만명이 된다. 항공수요 증가에 따라 인천공항의 안전과 허브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항공정비단지 조성이 시급하다.
ⓒ 사진출처 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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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의 항공정비단지 조성이 주춤한 사이, 싱가포르 창이공항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 등, 인천국제공항 개항 전인 2000년 당시 김포국제공항보다 여객인구가 적엇던 공항들이 인천국제공항을 제치고 허브공항으로 약진했다.

2000년 당시 김포국제공항의 여객인구는 3672만명으로 세계 14위 공항에 해당했다. 당시 홍콩 첵랍콕국제공항은 3275만명으로 22위,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은 2861만명으로 28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공항은 30위권 밖에 있었다. 베이징공항은 2002년에 2716만명을 기록하며 26위로서 30위권 안으로 처음 들어왔고, 광저우공항은 2009년 3705만명으로 23위를 기록하며 30위권에 처음 진입했다.

그러나 인천국제공항은 2014년 4566만명으로 세계 23위에 랭크된 반면, 김포공항보다 후발주자였던 홍콩 첵랍콕공항은 6314만명으로 10위, 광저우공항은 5478만명으로 15위,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5409만명으로 16위, 쿠알라룸푸르공항은 4893만명으로 20위에 랭크됐다.

주목할 점은 이 공항들을 비롯해 30위권 안에 있는 국제공항들이 대부분 공항 인근에 항공정비단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허브공항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의 국제공항들은 루프트한자테크닉 등, 외국계 항공정비업체와 합작으로 항공정비 산업을 육성해 항공안전과 함께 공항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인천공항에서 '원스톱' 항공정비서비스 제공해야"

인천시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국회의원 등은 지난 20일 인천시청에서 ‘항공도시 인천 발전 전략 토론회’을 공동으로 주관해 인천국제공항 항공정비단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인천시 인천시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 국회의원 등은 지난 20일 인천시청에서 ‘항공도시 인천 발전 전략 토론회’을 공동으로 주관해 인천국제공항 항공정비단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 사진제공 인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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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가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안전을 담보할 항공정비단지 조성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자, 인천시와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20일 인천시청에서 '항공도시 인천 발전 전략 토론회'를 공동으로 주관해 인천국제공항 항공정비단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또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이학재 의원(서구갑)과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남동을), 지역구에 인천국제공항을 두고 있는 안상수 의원(중구동구강화군옹진군)은 토론회에 참석해 '인천이 항공정비 산업 최적지'임을 강조한 뒤,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안전을 외면하고 항공정비 산업의 경제성을 '지역 안배'라는 정치적 논리에 가두고 있는 국토부를 강하게 질타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최정철 인하대 교수는 "중국의 항공시장은 2005년 2억 8000만명에서 2015년 9억명으로 그 규모가 급속하게 성장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의 중국노선은 48개 도시인데 향후 더 확대해야하고, 한ㆍ중 간에도 한ㆍ러처럼 비자면제 협정을 체결하면 항공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라고 한 뒤 "또, 10년 뒤면 대한민국 항공여객만 1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인천국제공항에 항공정비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어서 "중국노선 확대와 여객인구 증가에 따른 항공정비 수요는 반드시 따라오게 돼있다. 인천국제공항은 항공정비서비스 수요에 대비해 현재 정비격납고가 있는 14만평 외에 35만평을 4활주로 옆에 추가로 지정했다. 하지만 국토부가 항공정비단지 조성을 가로막고 있어 답보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에선 대한항공ㆍ한국공항서비스ㆍ아시아나항공ㆍ아시아나공항서비스ㆍ샤프 등, 5개사가 국적 항공사와 외국 항공사를 대상으로 운항정비 수준의 항공정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이 중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중정비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엔진정비는 대한항공만 보유하고 있다.

최 교수는 "향후 항공 수요에 비해 정비서비스 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인천국제공항에 운항정비뿐만 아니라 기체 중정비와 엔진정비, 부품정비를 할 수 있는 단지와 설비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한 뒤 "루프트한자테크닉의 경우 이미 인천국제공항에서 운항정비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중국이나 동남아에선 합작으로 정비업체를 설립해 중정비와 엔진정비를 하고 있는 만큼, 투자 유치 합작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웅이 한서대 교수는 운항정비에서 기체 중정비, 엔진정비에 이르는 모든 항공정비서비스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원스톱'으로 이뤄져야한다고 주장했다. 기체 중정비는 인천에서 하고, 엔진정비를 다른 지역에서 할 경우 항공정비 산업에 경제성이 떨어지는 만큼, 가장 많은 비행기가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이 최적지라는 얘기다.

김 교수는 "국내 기술력이 아직 미국이나 독일만큼 뛰어나지 않고, 중국과는 인건비로 승부할 수 없는 구조다. 이런 가운데 항공정비 산업을 육성하려면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사례를 따라야한다. 그래야 경제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인천공항공사 '벙어리 냉가슴' 대체 언제까지

그러나 국토부는 다른 지역 공항을 항공정비단지로 염두에 두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4활주로 옆에 35만평 규모의 항공정비단지를 고시해 놓고도, 지역균형발전을 이유로 인천을 배제하고 있다.

인천시와 인천지역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등의 비판에 대해, 국토부는 "항공정비 사업자가 준비되는 대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공정하게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라면서도 "정부가 지금까지 논의한 패러다임(=지역경제 발전) 속에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달라"며 지역 공항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인천공항공사는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항공안전과 허브공항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항공 수요 증가에 따라 항공정비서비스 제공이 적기에 이뤄져야한다. 인천공항공사는 누구보다 항공정비단지 조성이 시급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국토부에 아무 말도 못 꺼내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정비 산업이 정부 추진 사업이 아니라, 민간사업 영역이라며 '민간 사업자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공정하게 검토해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인천시가 항공정비 산업 투자 유치를 위해 인천공항공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조차 반대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날 토론회 때도 말을 못했다. 임병기 복합도시사업처장은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공사 공정률은 현재 85.4%다. 인천국제공항의 안전과 허브공항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항공정비가 필요하고, 부지도 있다. 4단계 마스터플랜에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구체적 사업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책임 있는 답변을 하기 어렵다. 여건(정부 입장 등)이 변하면 적극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라고 말을 아꼈다.

이광호 인천평화복지연대 사무처장은 "인천국제공항의 항공안전과 고부가가치로 각광받는 인천의 항공 산업이 인천시의 적극적인 의지와 인천공항공사의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에 막혀 정체돼있다"며 "국토부는 국가정책 차원에서 인천시와 파트너십을 맺고 인천국제공항에 항공정비단지를 조성해야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인천국제공항, #인천국제공항공사, #국토교통부, #인천공항 결항률, #항공정비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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