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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 기사는 제주에 사는 어린여행자들의 여행이야기입니다. 현재 제주시 광양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평범한 어린이들이 부모나 교사의 도움 없이 모둠별로 스스로 여행지를 선택하고, 교통이나 각종 정보를 조사하고, 예산을 짜고, 좌충우돌 여행을 다녀온 후에 배우고 느낀 점을 쓴, 각자 인생에서 보자면 최초의 여행기인 셈입니다.

따라서 문장의 짜임새도 부족하고 글의 연결도 투박하지만, 아이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점을 누군가에게 전하고자 하는 마음의 진지함만큼은 부족하지 않게 담겼습니다. 다만, 아이들이 왜, 어떻게, 어떤 과정을 거쳐 '스스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지 앞뒤 맥락에 대한 설명을 그들의 교사인 제가 얼마 정도의 글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 기자 말

여행 사진 찍기 수업
 여행 사진 찍기 수업
ⓒ 양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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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여행을 다녀온 후에 쓴 몇 아이들의 성찰일기 일부분이다.

"(여행과 글쓰기) 프로젝트 수업이 생겨나면서 모둠에서 우리가 어디를 갈지 정하고, 조사하여 여행을 가고, 또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원하는 것을 시간 안에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게 참 즐겁고 재미있었다." (광양초등학교 5학년 조휘성)

"이번만큼 신나는 여행은 내가 태어나서 처음이다." (광양초등학교 5학년 김정한)

"느낀 점은 우리끼리 부모님 도움 없이도 우도에 간 게 대단했다는 것이다." (광양초등학교 5학년 오명준)

"이번 여행은 내 인생의 처음이다. 나는 여행과 글쓰기 두 번째 주인공이 되려고 한다. 나는 동백동산에 가서 숲이 어떻게 사는지 배웠다. 숲의 삶을 마음속으로 배웠고 느꼈다." (광양초등학교 5학년 김보형)

숲의 삶을 마음속으로 배우다

여행과 글쓰기 공책
 여행과 글쓰기 공책
ⓒ 양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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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배워갈 이야기들(프로젝트 수업 마인드맵)
 함께 배워갈 이야기들(프로젝트 수업 마인드맵)
ⓒ 양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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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올해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학년별로 여러 가지 프로젝트 수업을 시도하고 있다. <여행과 글쓰기>는 그 가운데에서 5학년 2개 학급, 55명의 어린이들이 1년 교육과정을 관통하며 진행하는 프로젝트 수업이다.

말하자면, 인성-환경-역사-예술이라는 4가지 주제를 가지고 4월, 6월, 10월, 12월에 각각 한 번의 여행을 떠나고 돌아와 후속활동을 하는 국어-사회-미술-체육-도덕-실과 등의 교과내용이 어우러진 통합수업인 셈이다.

특별함이라고 하면, 여행지를 선택하는 것부터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여 여행을 떠나고 또 돌아와 여행을 정리하는 그 모든 과정을 어린이들 스스로 한다는 점일 것 같다. 이를 위해 아이들은 여행 한 달 전부터 모둠별로 주제에 대해 조사하고 공부하고, 그에 맞는 여행지를 찾고, 교통편 및 각종 정보를 찾아 여행 계획을 세우고, 심지어 예산까지 꼼꼼하게 짜서, 배낭에 카메라와 여행수첩을 챙겨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길을 나서는 순간부터 여행이란 계획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자기들끼리 좌충우돌 옥신각신 문제 상황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행과 함께 삶과 우정을 배운다. 그리고 여행에서 돌아와 보고 듣고 배우고 느낀 점을 여행 사진전과 모둠여행기로 표현하거나, 학교 후배들에게 배운 것을 가르쳐주는 '꼬마 선생님 활동'으로 정리하기까지 2달의 시간이 소요되는 프로젝트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하나의 주제마다 세 번의 여행, 즉, 여행 전 설레는 마음으로 떠남을 준비하며 한 번, 학교를 벗어나 길 위에서 친구들과 함께 즐기며 한 번, 그리고 돌아와 여행길에서 얻어온 배움과 추억을 정리하면서 또 한 번의 여행을 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들이 만든 제주환경지도
 우리들이 만든 제주환경지도
ⓒ 양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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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준비하는 여행(역할 나누기)
 함께 준비하는 여행(역할 나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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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행복하다는 것을 배우다

여행은 길든 짧은 그 안에 또 하나의 삶이 녹아들게 마련이다. 아마도 여행이란 익숙했던 자신의 시공간을 떠나는 것에서 시작되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들은 낯선 곳에서 낯선 상황을 만나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된다. 참된 배움 안에는 삶이 녹아들어야 한다면, 여행은 좋은 배움의 공간이 된다. 성찰일기에서 아이들이 배우고 성장한 흔적들을 발견하는 것은 큰 기쁨이다.

"우리 모둠에서 많은 일을 담당하고, 어려운 일도 많이 해야 했던 그 2달 동안 힘들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였다. 부족한 부분은 함께 채워나가고 잘된 점은 더욱더 발전시키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2차 프로젝트는 마무리되었지만 3차 프로젝트 '역사' 때는 더욱더 잘하고 열심히 하고 싶다. 많은 노력을 기울려 만든 사진전, 여행기, PPT 같은 자료들은 언젠간 사라지지만 그것에 깃들어 있는 우리의 땀과 노력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광양초등학교 5학년 현지수)

"이 여행을 준비하는 것은 3주 동안인데 여행은 잠깐이라서 허무했지만 아주 알찬 여행이었다. 모둠원끼리 말이 안 맞아서 삐끗거릴 때도 있었지만 여행만큼은 좋았다. 그리고 우리는 특별히 '우도'라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어린이 선생님 수업도 긴장했지만 기분은 꽤 괜찮았다. 다음부터는 더 성실히 모둠활동에 참여해야겠다. PPT에 있는 실천약속도 지켜야겠다. 환경을 아끼고 사랑하자!" (광양초등학교 5학년 문준)  

"두 번째 프로젝트 '자연과 함께하는 삶'은 내게 여러 가지를 알려주었다. 거문오름 같은 데는 먹는 것도 안 되고 동식물을 훼손하면 안 된다는 것, 식당에도 예약석이 있다는 것, 또 자연은 매우 소중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 행복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여행계획을 짤 때와 PPT만들기는 현지수가 아주 활약했다. 진호연은 후배들에게 발표할 때 큰 웃음을 주었고, 신동헌은 여행기를 아주 잘 썼다." (광양초등학교 5학년 김주현)

"생각을 해보니 두 번째 프로젝트가 훌쩍 지나갔다. 많은 활동과 수많은 사진은 이렇게 우리가 열심히 준비하고 난 결과물이다. 만약에 물이 수건에 스며드는 과정으로 설명하면 많은 활동은 물이고, 여행은 수건이고, 수건에 물이 스며드는 중은 여행 중이다. 수건이 물에 다 젖을 때는 우리가 여태동안 여행과정을 정리하는 것 같다." (광양초등학교 5학년 강지민)     

한라산 등산에서 친구와 함께
 한라산 등산에서 친구와 함께
ⓒ 양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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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시 사진전을 준비하며
 한라산 시 사진전을 준비하며
ⓒ 양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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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여행은 4월에 있었고, 한라산 등산이었다. 이때는 어린이들이 모두 '함께' 등반하였는데, 모둠별로 준비해서 떠나는 여행의 연습 혹은 훈련이었던 셈이다. 따라서 이번 연재기사는 <여행과 글쓰기> 프로젝트 두 번째 여행으로 '자연과 함께하는 삶-환경'을 주제로 다녀왔던 6월 여행에 대한 여행기다.

아이들과 함께 '모둠여행기' 쓰기 활동을 하는 이유가 있다. '모둠여행기'는 아이들 각자가 쓴 여행기를 모아 모둠별로 하나의 여행기로 다시 작성하는 방식이다. 이는 모든 아이들이 전자출판의 경험을 통해 독자를 염두에 둔 글쓰기 활동을 체험하고, 글쓰기가 우리들 생활 곁에 있다는 것을 배우게 하려는 마음에서 시작되었다.

13개 모둠이 9개의 제주 환경여행지로 떠난 여행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한다. 그 첫 번째 이야기다.(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학부모 안전도우미 한 분이 동행하였으나, 안전과 관련한 문제를 제외한 모든 상황은 아이들이 판단하도록 하고 따라만 다녔다.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다음 연재 글에서 보충할 계획이다.)

우리끼리 떠난 여미지 탐험 

글/사진: 문경민, 원태양, 정예경, 최예린(광양초등학교 5학년 2반)

길 찾기 역할은 누구?
 길 찾기 역할은 누구?
ⓒ 양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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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3모둠은 식물에 대해서 더 알아보고 싶었기 때문에 여행할 장소를 여미지로 정했다. 여미지 식물원은 여러 정원의 여러 식물들이 종류별로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우리는 2016년 6월 8일 8시 20분에 다 같이 모여서 제주 시청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시청 버스정류장에서 13분을 기다려서 8시 34분에 1인당 450원을 내고 502번 버스를 탔다. 8시 39분에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을 한 후, 1인당 1300원으로 표를 끊고 8시 48분에 782번 버스를 탔다. 우리는 9시 40분에 중문 관광단지에 도착을 했다.

그런데, 여미지 식물원까지 걸어가는데 길. 을. 몰. 라. 서. 중문 관광 센터에 들러 길을 여쭤 보았다. 중문 관광 직원님(?)께서 길을 자세하게 알려주신 덕분에 길을 잘 찾아 도착했다.

우리는 먼저 여미지 매표소에서 1인당 5000원으로 표를 끊으려고 했지만, 제주 도민은 할인이 된다고 했다. 4000원으로 표를 끊었다. 우리는 표를 끊고 나서 우리들이 들고 있는 짐들을 사물함에 넣었다.

여기 동전을 던지면 다시 오게 되는 건가요?
 여기 동전을 던지면 다시 오게 되는 건가요?
ⓒ 양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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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결 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본격적인 여미지 탐험을 시작 했다. 여미지 식물원은 옥외 식물원, 온실 식물원이 있는데 우리는 온실 식물원을 먼저 구경을 했다. 꽃의 정원, 물의 정원, 선인장 정원, 열대 정원, 열대 과수원을 순서대로 구경했다.

온실 식물원의 종류를 더 정확히 설명하자면 꽃의 정원은 300여 종 이상의 꽃과 꽃나무, 분수와 연못, 꽃 터널이 만들어낸 천상의 화려한 정원이 있다. 이 꽃의 정원은 들어가자마자 꽃향기가 좀 독해도 향기롭게 퍼지고 정말 아름답다.

우리가 두 번째로 구경했던 물의 정원은 4개의 연못 및 아열대 지방의 황홀한 수련들과 물속에 사는 식물로 조성된 작은 폭포가 있는 꿈의 정원이다. 물의 정원은 한마디로 수생 식물로 이루어진 신비로운 바다 같다. 우리가 세 번째로 간 선인장 정원은 100년 가까이 자란 금호들을 비롯한 각종 선인장들과 여러  나무가 어우러진 오아시스 같은 정원이다. 이 정원은 선인장들이 너무 멋지고 잘 자라서 구경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우리가 네 번째로 간 열대 정원은 아마존이나 열대 우림 같게 꾸며 놓은 정원이다. 이 정원에 가면 아바타(!) 같은 영화 속 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간 열대 과수원은 여러 열대 과일을 심어놓은 폴리네시안 풍의 정원이다. 열대 과수원은 과일이 많다 보니까 그 주위를 날고 있는 날파리들도 많다. 하지만 냄새는 최고다.

우리는 정원 구경을 하고 전망대로 갔다. 계단으로 올라 간 후 얼마 안 있다가 내려왔다. 다 구경을 하고 기차를 타려고 1인당 500원을 내서 표를 끊었다. 근데 표를 뽑는 것이 기계였는데 누르는 것이 재미있었다. 우리는 표를 다 끊고 기차를 기다렸다.

열차를 기다리며 찰칵!
 열차를 기다리며 찰칵!
ⓒ 양학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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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 동안 짧은 포토 타임을 가졌다. 얼마 안 지나고 기차가 도착했다. 우리는 기차를 타며 옥외 식물원을 구경을 했다. 금방 지나가서 잘 구경하진 못 했지만 그래도 좋았다. 우리는 기차도 타고, 짐을 챙긴 후, 여미지 설명서(?) 같은 것을 도둑 같이 48개(꼬마환경선생님 활동 때 후배들에게 나눠주기 위해)나 챙겼다.

우리는 여미지에서 나온 후 밥을 먹으러 편의점에 갔다. 우리는12시 30분에 다 먹고 쉬는 시간을 잠시 가졌다. 우리는 12시 50분에 버스 정류장으로 출발을 해서 1시에 도착했다. 그. 런. 데. 학부모님께서 볼일(?)이 급하셔서 다시 돌아간 후, 일처리를 하시고 다시 버스정류장으로 갔더니, 우리는 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흑흑. 10초만 더 기다려 주시면 되는데, 운전기사님께서는 우리를 보시면서도 야속하게 출발하셨다.

이 버스 맞아?
 이 버스 맞아?
ⓒ 엄지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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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781-1번 버스를 1인당 1300원 이라는 돈을 내고 탔다. 우리는 지루한 시간을 보내며 2시 16분에 시외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운이 좋게 바로 앞에 502번 버스가 있어서 바로 1인당 450원을 내고 탔다. 우리는 시청에서 내려서 학교까지 걸어왔다.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여러 식물을 구경해서 재미있고 즐거운 탐험 이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최현빈 어머니와 같이 여행하고 싶다. 


태그:#여행과 글쓰기, #혁신학교, #여미지식물원, #제주 환경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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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섬 제주에서 살고 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초등교사가 되었고, 가끔 여행학교를 운영하고, 자주 먼 곳으로 길을 떠난다. 아내와 함께 한 967일 동안의 여행 이야기를 묶어 낸 <길은 사람 사이로 흐른다> 이후, <시속 4킬로미터의 행복>, <아이들, 길을 떠나 날다>, <여행자의 유혹>(공저), <라오스가 좋아> 등의 책을 썼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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