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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콩이는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잘 할다. 배곱 위에 손을 공손이 모으고 인사를 하면 무척  기뻐하신다.
▲ 인사하기 콩콩이는 어른을 만나면 인사를 잘 할다. 배곱 위에 손을 공손이 모으고 인사를 하면 무척 기뻐하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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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기분이 왜 안 좋았어요?"
"그림 그리고 싶었는데 할아버지가 큰 소리로 '안 돼', 그래서요."

3일 오후 손녀 콩콩이와 나눈 대화 내용이다. 이제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 4개월째다. 아침,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세수도 시켜야 하고 밥도 먹여야 한다. 머리 손질도 힘들다. 조금 컸다고 고집을 부린다.

언니를 학교에 보내고 나면 1시간 정도 여유가 있다. 유치원 차를 타는 시각이 오전 8시 50분경, 그래도 서둘러야 한다. 아침밥을 겨우 먹이고 세수를 시켰다. 머리가 문제다. 다른 엄마들은 머리 모양을 다양하게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딱 두 가지다. 양 갈래나 세 갈래로 나누어 묶어 주는 것.

장난꾸러기다. 아침에는 전쟁, 워킹맘은 힘들다. 하부지가 대신 해주지만 섬세하지  못하다. 자두를 입에 물고 있다.
▲ 콩콩이 장난꾸러기다. 아침에는 전쟁, 워킹맘은 힘들다. 하부지가 대신 해주지만 섬세하지 못하다. 자두를 입에 물고 있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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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물감으로 그림 그리는 모습이 부러웠던 모양이다. 스케치북에 선도 그리고 네모를 그리면서 도무지 유치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런데다가 할아버지가 하는 말에 기분이 상했다. "반말하지 마", 트집을 잡는다. 어디서 배워 왔을까. 반말이 무슨 말지도 모르면서.

겨우 달랬다. 단 조건이 붙었다. 유치원 다녀와서 공원 놀이터에 놀러 가기다. 이곳은 제법 어린이들이 많다. 산을 끼고 있어 향긋한 솔내음이 느껴진다. 석양의 햇볕은 고층 아파트기 가려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요즈음처럼  무더운 날씨에도 아이들이 놀기에 안성맞춤이다.

인사 잘 하는 콩콩이 인기 최고

"안녕하세요?"
"……."

백양사 인근이 친정이라는 아흔 한 살 정 할머니, 항상 놀이터에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아이들이 노는 것을 보는 것이 소일 거리다. 어린아이가 배꼽 손 인사를 하니 고마워서 어쩔 줄 모른다. 손금을 보더니 아들을 낳겠단다. 동생을 보겠다는 말인지, 손녀에게 하는 말인지 헷갈리지만 덕담이다.

콩콩이는 인사 한 덕에 얻는 것이 많다. 예쁘게 생겼다느니 시집 가서 잘 살겠다느니 온갖 칭찬을 다 늘어놓으신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지더니 사탕 한 개를 손에 쥐어 주신다. 이가 썩을 것 같아 사탕을 주지 않고 있는 터다. 내심 싫었지만 거절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아이는 머뭇머뭇 눈치를 보다가 덥석 받는다.

공원에 가면 쓸쓸히 앉아 있는 노인들,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 인사를 드리곤 한다. 네 살 손녀 콩콩이도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인사를 드린다. 그러고 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20여 년이 지났다. 생전에 어머니는 시골 은행나무 아래 쓸쓸히 앉아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계셨다. 먼 허공을 응시하면서….

콩콩이는 엘리베이터, 놀이터, 마트에서 인사를 잘 한다. 습관이 되었다. 요즈음 이웃 사촌도 옛말이다. 층간 소음, 주차, 쓰레기 등으로 이웃과 다투는 경우가 많다.
▲ 인사하기 콩콩이는 엘리베이터, 놀이터, 마트에서 인사를 잘 한다. 습관이 되었다. 요즈음 이웃 사촌도 옛말이다. 층간 소음, 주차, 쓰레기 등으로 이웃과 다투는 경우가 많다.
ⓒ 문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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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가끔 잊고 산다. 이웃이, 가족이 있어서의 고마움을 잊는다. 그래서다. 인사를 나누며 사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요즈음에도 층간 소음, 주차 공간 때문에 끔찍한 사고들이 일어난다. 웃음이 보약이 다고 하면서 얼굴은 찌푸린다. 우리 콩콩이 오늘은 100점, 아침에 짜증을 부렸지만 이웃 어른들에게 인사를 잘 해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무서워서 엄두도 못내더니 조금씩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 놀이터 하루하루가 다르게 자란다. 무서워서 엄두도 못내더니 조금씩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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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자의 마루를 닦고 있다. 청소도 잘 한다. 어른들이 버리고 간 과자 봉지 등 쓰레기도 줍는다.
▲ 청소하기 정자의 마루를 닦고 있다. 청소도 잘 한다. 어른들이 버리고 간 과자 봉지 등 쓰레기도 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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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운동도 하고 어른들과 대화도 하면서 잘 보낸다.
▲ 운동하기 혼자서도 운동도 하고 어른들과 대화도 하면서 잘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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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웃과 같이 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담 너머로 부침개 등을 나눠 먹고 담소를 나누던 고향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뉴스를 볼 때마다 섬뜻해지는 것이 솔찍한 제 심정입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을 만나면 아이에게 인사를 시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서로 목례 정도는 하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태그:#육아일기, #네살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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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며 삶의 의욕을 찾습니다. 산과 환경에 대하여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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