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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퇴직을 거절한 뒤 회사로부터 '면벽(面壁) 책상 배치'를 당한 두산모트롤 직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고용노동부가 특별근로감독하고, 사장이 사과까지 했지만, 해당 직원은 아직 원직 복직이 되지 않았다.

경남 창원 소재 ㈜두산 모트롤BG사업장은 명예퇴직을 거부한 노동자 이아무개씨에 대해 대기발령하고, '인권 침해성 자리 배치'와 '근태관리'로 사실상 퇴직을 종용하는 행태를 반복했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모트롤이 명예퇴직을 거부했던 한 사무직 직원에 대해 지난해 말에 사물함만 바라보도록 하는 자리를 배치해 반인권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인 두산모트롤이 명예퇴직을 거부했던 한 사무직 직원에 대해 지난해 말에 사물함만 바라보도록 하는 자리를 배치해 반인권적이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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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압·방산업체인 두산모트롤은 지난해 12월 사무직 10%에 해당하는 20여 명에 대해 명예퇴직을 통보했고, 차장급인 이씨가 이를 거부하자 사무실 한 켠으로 자리 배치했다. 회사는 사무실 한 쪽 구석에 벽 쪽을 바라보도록 배치했고, 컴퓨터와 전화도 없어 이씨는 그야말로 벽만 멍하니 쳐다보고 있어야만 했다.

한동안 '면벽 자리 배치' 상태에 있었던 이씨는 방산사업관리팀 영업담당에서 방산생산관리팀 자재관리업무로 근무 부서가 바뀌었다. 이씨는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대기발령 구제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면벽 배치' 사실은 지난 3월 언론 보도로 사회에 알려졌다. 그 뒤 ㈜두산 사업부문 동현수 사장은 사과하고 재방방지를 약속했다.

동현수 사장은 지난 3월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두산모트롤에서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이 근로자의 인권존중에 반하는 사례가 있었다면, 이는 두산의 경영철학에도 심각히 위배되는 것"이라며 "이유를 불문하고 두산 사업장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동 사장은 "진상을 정확히 규명하기 위해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감사 결과 잘못이 판명되면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다시는 이러한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 했다.

고용노동부는 두산모트롤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고용노동부는 "명예퇴직과 관련해 구체적인 법 위반 사항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정인사 지침에 따라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이나 배치 전환은 퇴출 목적이 아닌 실질적인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방향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지도했고, 앞으로 집중 모니터링할 계획"이라 했다.

고용노동부는 두산모트롤 특별근로감독에서 일부 직원의 근로계약서가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2011년 10월부터 일했던 이씨의 근로계약서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에 회사는 이씨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로 했다. 회사가 제시한 근로계약서에 보면 이씨의 근무부서는 '방산생산관리팀 자재관리업무'로 되어 있었고, 회사 대표이사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명예퇴직 거부자를 '면벽 자리 배치'해 비난을 받았던 두산모트롤 사측이 사과했지만, 회사는 아직 해당 직원을 원직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사진은 회사가 제시한 근로계약서로, 영업부서였던 직원을 자재관리담당으로 해놓았다.
 명예퇴직 거부자를 '면벽 자리 배치'해 비난을 받았던 두산모트롤 사측이 사과했지만, 회사는 아직 해당 직원을 원직복직시키지 않고 있다. 사진은 회사가 제시한 근로계약서로, 영업부서였던 직원을 자재관리담당으로 해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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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이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았고, 금속노조 경남지부 지회와 논의하기로 해 판단하기로 했다. 결국 금속노조지회는 원직복직을 요구하며 근로계약서 서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손송주 금속노조지회장은 "이씨는 현재 자재창고에서 검수 작업을 맡고, 3개월간 관련 업무교육을 받고 있다"며 "원직복직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사장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다면 원직복직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법률원 김두현 변호사는 "방산영업 경력입사자에게 물건 수량이나 확인하게 하는 것은 면벽근로와 마찬가지의 퇴사종용"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두산모트롤 사측 관계자는 "근무 부서는 회사가 필요할 때 가장 밀접한 분야에 배치하는 것이고, 당시 이씨는 대기발령에다 보직이 없는 상태였다"며 "회사가 배려해서 영업부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서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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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주)두산, #두산모트롤, #금속법률원, #면벽 자리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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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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