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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역사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고등학교 재학 당시 한국사 1급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이러한 관심은 한국사 뿐만 아니라 세계사, 특히 중국사와 유럽사에 지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렇기에 평상시에도 시간이 있으면 틈틈이 역사와 관련된 책을 즐겨 읽는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이 책, <프랑스 혁명사 제1권 대서사의 서막- 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주명철 저, 여문책 펴냄)는 정말 많은 이들이 꼭 한번 일독했으면 할 정도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프랑스 혁명사라고 한다면, 세계 시민혁명을 언급할 때 빠지지 않는 대사건이다. 하지만 이러한 프랑스 혁명사를 제대로 아는 이들은 얼마나 될까. 아마도 학교에서 배운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 같다.

예를 들어 대중매체나 교과서에서는 프랑스 혁명의 원인을 '어리석은 루이 16세'와 '사치스러운 마리 앙투아네트'에 초점을 맞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것은 일부 잘못 알려진 이야기'라는 것과 함께, 단순히 프랑스 혁명이 그 국왕 부부의 실책으로만 벌어진 것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다. 보통 프랑스 혁명을 다루는 소설 및 교과서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목을 언급한다.

'무능한 왕', 루이 16세는 진실일까?

프랑스혁명사 1권 대서사의 서막 표지
 프랑스혁명사 1권 대서사의 서막 표지
ⓒ 여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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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 7월 14일, 파리의 민중은 바스티유 요새로 갔다. 왕이 파리로 불러 모은 군대와 맞서려면 탄약과 무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바스티유 요새를 지키는 군인들과 한바탕 싸운 뒤 요새를 정복하고 악명 높은 감옥의 문을 열고서 갇힌 사람들을 풀어주었다. (중략)

왕에게는 '큰 즐거움'과 '작은 즐거움'이 있었는데, 사냥은 전자에 속했고 연극이나 오페라는 후자에 속했다. 그는 사냥을 마치고 궁으로 돌아가 사냥수첩에 '한 마리도 잡지 못함'이라 쓴 뒤 밤 10시 넘어 잠을 청했다. 조금 뒤 파리에서 민중이 바스티유를 정복했다는 소식이 베르사유 궁에 도착했다. 궁부의 의상담당관인 라 로슈푸코 리앙쿠르 공작은 왕을 깨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직 잠이 덜 깬 왕에게 파리에서 들어온 소식을 전했다. (중략)

"반란인가요?"
왕이 되묻자 공작은 곧바로 이렇게 대답했다.
"아닙니다, 전하, 혁명입니다."

이를 언급할 경우, 루이 16세는 대부분 '커다란 사건이 일어나는지도 모르는 무능한 왕', '혁명이 발생하는 와중에 사냥이나 가는 무책임한 왕'으로 비판을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기껏 사냥을 나갔는데 한 마리도 못 잡았다고 추가적으로 비판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반박한다.

프랑스 혁명 전후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루이 16세는 그 나름대로 현실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모든 상황이 변화했고 또 급변하던 순간 프랑스에서 그 누구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는데, 왕이 모든 것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고 비난하면서 무능하다고 하는 것은 지나치다.

절대군주정에서 비록 왕의 역할이 막중하다 할지라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책임을 모두 루이 16세의 무능 탓으로 돌린다면 당시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 .16 중

저자는 이러한 근거로 이미 프랑스에서의 고질병인 앙시앵레짐, 즉 '구체제'를 총 4가지로 세분화하여서 집중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도로망과 관련이 있는 '지리적 앙시앵레짐', 루이 16세 이전부터 문제를 안고 있던 '정치적 앙시앵레짐', 흔히 언급되는 신분제의 모순으로 비견되는 '사회적 앙시앵레짐', 마지막으로 이미 부르봉 왕가 초기부터 고질적인 문제로 자리를 잡고 있던 종교 관련 '문화적 앙시앵레짐'이 그것이다.

이 앙시앵레짐은 이 책의 총 94페이지에 걸쳐서 상세하게 다뤄지고 있다. 프랑스혁명의 발생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그렇기에 이 부분을 읽고 나면 프랑스혁명이 단순히 루이 16세의 무능으로 발발한 일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보는 프랑스혁명의 직접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저자 주명철은 프랑스 혁명의 주된 원인을 '경제적인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앙시앵레짐에 대해서 읽는다면 단순히 경제적인 이유로 혁명이 발발한 것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수백 년간 프랑스를 지배해온 앙시앵레짐, 즉 '구체제'가 발전하는 사회의 모습과는 다르게 점차 모순적으로 변하면서 그것이 쌓이고 쌓이던 차에, 루이 16세 당시의 심각한 경제적인 문제와 복합적으로 엮이면서 터진 것이 '프랑스 혁명'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 진실일까?

또한 저자는 세간에 프랑스 혁명의 배경으로 널리 알려진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에 대한 재미있는 진실을 이 책에 담았다. 사실 루이 16세는 불행한 왕이었다. 이미 선왕이자 할아버지인 루이 15세가 두 차례의 전쟁에서 패배했고 그런 상태에서 재정이 파탄 직전인 프랑스의 왕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하여 막대한 군비를 소모하며, 부족한 비용은 신용도가 낮은 프랑스가 높은 이율로 돈을 빌리면서 재정적인 위기는 점점 커져갔다. 결국 20살의 어린 나이에 즉위한 루이 16세는 할아버지가 남겨주신 왕위와 '막대한 빚더미'를 자동으로 물려받은 셈이다. 처음부터 국민의 불만이 폭발할 도화선을 끌어안고 시작한 왕이었던 것이다.

또한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어찌하여 마리 앙투아네트가 대중들에 의해서 사치 부리는 여자로 남게 되었는가' 하는 점을 저자가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는 데 있다. 저자는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씌워진 사치는 누명이라고 변호하고 있다. 즉, 왕비를 사칭한 사기꾼 일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이 마리 앙투아네트를 '사치스러운 왕비'로 만든 출발이라고 쓰고 있다.

이 외에도 저자는 루이 15세부터 흔들리기 시작한 '절대 군주'의 모습을 서술하면서 '프랑스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거대한 배경을' 말끔하게 설명했다. 그렇기에 세계사에 관심이 많다면, 혹은 프랑스 혁명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실로 대단한 수작(秀作)이다. 현재 1권과 2권이 나왔고 향후 10권으로 구성될 이 책, '프랑스 혁명사'가 기대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프랑스 혁명사 10부작 / 대서사의 서막(1권, 300쪽), 1789(2권, 328쪽), 주명철 지음, 여문책 출판, 각 권 1만8000원



대서사의 서막 - 혁명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주명철 지음, 여문책(2015)


태그:#프랑스 혁명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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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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