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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가 6세 때 입춘첩(立春帖)을 써서 월성위군 대문에 붙였는데, 당시 북학파의 대가인 초정 박제가(1750-1805)가 지나가다가 이 글씨를 보고는 들어와 추사의 부친을 찾아뵙고 "이 아이는 앞으로 학문과 예술로 세상에 이름을 날릴 만하니 제가 가르쳐서 성취 시키겠습니다"라고 말했다는 것이 김승렬의 묘비문에 나온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가 7세 때 입춘첩을 써서 대문에 붙였다. 번암 채제공(1720-1799)이 지나가다 이것을 보고 들어와 누구 집이냐고 묻고, 김정희의 아버지인 김노경에게 "이 아이는 필시 명필로서 이름을 한 세상에 떨칠 것이오. 그러나 만약 글씨를 잘 쓰게 되면 반드시 운명이 기구할 것이니 절대로 붓을 잡게 하지 마시오. 그러나 만약 문장으로 세상을 울리게 하면 크게 귀하게 되리라", 강효석이 펴낸 대동기문에 나온다고 유홍준의 완당평전에 쓰고 있다.

수원박물관 입구
 수원박물관 입구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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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첩에 대한 전설적인 내용인데, 입춘첩이란 대한과 우수사이 24절기의 첫 번째 절기인 입춘(2016년 2월 4일)에 대문에 써 붙이는 글을 말한다. 입춘방(立春榜), 춘첩(春帖)이라고도 하는데 입춘을 맞아 액운을 막고 다복과 경사를 기원하는 내용이다.

입춘첩 내용으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 있다.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고, 따뜻한 기운이 도니 경사가 많다'는 뜻이다. '부모천년수 자손만대영(父母千年壽 子孫萬代榮)', '부모는 천년을 장수하고, 자손은 만대까지 번영 한다'는 내용도 자주 쓴다.

수원박물관 세시행사인 입춘첩 나누기
 수원박물관 세시행사인 입춘첩 나누기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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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산 복여해(壽似山 福如海), 건강은 산같이 푸르고 행복은 바다처럼 넘쳐라', '거천재 래백복(去千災 來百福), 온갖 재앙은 사라지고 많은 복은 들어 온다', '우순풍조 시화연풍(雨順風調 時和年豊), 비가 순조롭게 내리고 바람이 고르게 부니 시절은 화평하고 풍성 하도다', '수비남산 복여동해(壽比南山 福如東海), 수명은 푸른 남산의 솔과 견주고 복은 동해바다의 물처럼 넘쳐라', '천재춘설소 만복운집기(千災春雪消 萬福雲集起), 모든 재앙은  봄눈 녹듯이 사라지고 행복은 구름 일어나듯이 몰려 온다'는 등 하나같이 좋은 내용을 입춘첩에 쓴다.

2016년 1월 30일 수원박물관 중앙로비 1층에서 '입춘첩 나누기' 행사가 열렸다. 오전에는 도양 김병학 선생이, 오후에는 청향 이은숙 선생이 한글로, 서예박물관장인 근당 양택동 선생이 입춘첩을 썼다. 입춘첩은 흰색, 노란색, 붉은색 화선지 바탕에 글씨체는 정갈한 해서체, 예서체, 전서체, 행초서 등으로 써서 품격과 운치를 더했고, 글씨를 쓰면서 덕담을 건네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서예박물관 관장인 근당 양택동 선생의 입춘첩 쓰는 모습
 서예박물관 관장인 근당 양택동 선생의 입춘첩 쓰는 모습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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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첩 나누기' 행사에는 많은 시민이 몰려들어 1층 로비에서 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 어린 자녀와 함께 방문한 가족 등 다양한 시민들이 신기한 듯 입춘첩 쓰는 것을 구경하고, 입춘첩을 받아들고는 한겨울에 꽃을 본 듯 반가워하며 발길을 돌렸다. 입춘첩을 대문에 붙이며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부모님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희망차고 즐거운 모습이 눈에 생생하다.

입춘첩 내용으로 '입춘대길 건양다경'을 가장 많이 선택했지만, '서기집문(瑞氣集門), 행복하고 경사스러운 기운이 집안에 가득하다', '오복영문(五福盈門), 오복이 집안 곳곳에 가득 차다', '영수가복(永受嘉福), 영원토롤 행복하게 살기를', '덕시복근(德是福根), 행복하기 위해서는 덕을 쌓아서 뿌리로 삼아야', '적애성복(積愛成福), 은혜와 사랑을 널리 베풀어야 진정한 행복을 이룬다', '심상사성(心想事成), 마음에 생각했던 일들이 다 이루어짐', '만사여의(萬事如意), 모든 일이 뜻과 같이 되는 한해가 되길' 등의 내용도 인기가 많았다.

천재춘설소 만복운집기
 천재춘설소 만복운집기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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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1층 로비에서 근당 양택동 선생의 '입춘대길(立春大吉)', '이인위미(里仁爲美)' 휘호 퍼포먼스가 열려 로비를 가득채운 시민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인위미란 '어진 사람들이 사는 마을은 아름답다'는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말로, 수원시의 2016년 신년화두이기도 하다.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를 맞아 수원화성이 내포하고 있는 수원의 따뜻한 내면과 아름다운 외형이 조화된 도시로 가꾸어 나가자는 의미와 함께, 올해 많은 관광객이 수원을 방문하기를 기원하는 뜻도 담겨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수원박물관, #입춘첩, #입춘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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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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