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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올림은 삼성이 반올림과의 사회적 대화를 중단한 채 일방적인 보상위원회를 꾸린 것에 문제를 제기하며 10월 7일부터 삼성본관이 위치한 강남역 8번 출구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29일로 노숙농성이 115일이 되어가지만 삼성은 '제멋대로 보상'과 '내용 없는 사과로 삼성직업병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삼성 반도체와 LCD에서 일하다가 각종 암과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렸다고 반올림에 제보된 수는 221명이며, 그 중 76명이 안타깝게 사망했습니다.

28일에는 삼성 LCD에서 일하다 난소암으로 사망한 이은주 님이 법원으로부터 산재로 인정받았습니다. 삼성은 더 이상 직업병문제를 외면하지 말고 반올림과 사회적인 대화를 이어나가야 합니다.

반올림은 매일 저녁 6시, 강남역 8번 출구 반올림 농성장에서 삼성직업병 문제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는 전문가, 활동가, 시민들이 함께하는 '이어말하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9일 이날은 2009년부터 삼성백혈병 충남대책위 활동하고 반올림지원노무사모임에서 활동 중인 김민호 노무사 님을 모셨습니다. 사회는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조대환 국장님이 해 주셨습니다.

이야기 손님 ; 김민호 노무사, 사회자 : 삼성노동인권지킴이
▲ 이어말하기 이야기 손님 ; 김민호 노무사, 사회자 : 삼성노동인권지킴이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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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올림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무엇인가요?
"2008년도에 천안에서 노무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같이 세들어 사는 옆 단체에서 노동자 건강권 활동하고 하고 계셨어요. 그 단체에서 찍어둔 전단지를 보고 삼성 백혈병 문제를 알게 되었습니다."

- 어제 난소암에 걸린 고 이은주 님이 법원으로부터 산재인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죠? "이종란 노무사님으로부터 소식을 듣고 울컥했어요. 이은주 님을 만나러 병원에 간 기억도 나요. 힘든 치료를 받고 있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산재신청 해 보겠다 하셨어요. 장례식장에서 어렵게 동료분들을 만났어요. 은주씨가 무슨 일을 했는지 인터뷰 하는 과정에서 돌아가시게 되었는데, 은주씨 동료분들이 적극적으로 하시던 일을 알려주셔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판결문을 읽어봤는데, 동료분들의 진술이 많이 언급되어서 뭉클했어요. 자기와 일했던 동료를 위해 용기내서 저희를 만나주고 글로 옮겨줬던 거라 감동이었죠. 꼭 그분들을 찾아 은주씨가 덕분에 산재 인정을 받았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 이은주 님은 퇴사 후 많은 시간이 흘러 난소암에 걸려 삼성이 직업병이 아니라고 발뺌 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많이 걸려도 직업병으로 봐야하는 이유는 뭘까요?
"의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감기는 걸린다고 하잖아요. 복잡한 이유로 인해, 그리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원인도 많구요. 아직 (인과관계를 밝혀지지 않았다고) '모른다'고 해서, 섣불리 (산재가) '아니다'라고 해서는 안 된다고 해요. 사회적으로 만든 규범의 관점에서 산재를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근로복지공단은 상식에 따라 인정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엄격한 과학의 영역에서 따지려들고, 과학의 한계도 인정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참 안타까워요. 2012년 산재신청을 하던 그 날 참 추웠어요. 근로복지공단도 참 싸늘하게 반응했어요. 막내딸을 잃은 연로하신 부모님들이 어렵게 근로복지공단 천안지사장을 만나 '잘 부탁한다' 하시는데, 떼쓰는 민원인 취급 했어요. 딸을 잃은 노부모님께 예의도, 인정도 없는 태도에 격앙이 되어 제가 어찌나 화가 나고 죄송하던지, 언성을 높이기도 했어요. 오늘 은주씨 오빠분께 1심 승소 판결난 것 축하한다 전화드렸더니 막 우시더라구요."

- 산재신청 시 근로복지공단에서 제대로 조사하고 산재로 인정했더라면, 상처를 덜 드렸을텐데. 어렵사리 법원 싸움까지 거쳐 나온 결과라 기쁘다고 하기가 그렇네요. 현재에도 산재 대리인도 하고, 노무사로 활동하고 계시죠. 삼성에서 일방적으로 보상위원회를 만들어 피해자를 만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현황이 어떤가요?
"전 세 분의 산재 대리를 하고 있는데, 한 분은 돌아가셨어요. 삼성 가대위에서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 온다고 해요. 그 분들이 하시는 말들이 '불안하다'고 해요. 지금 신청 안 하면 그마저도 영영 보상을 못 받을까봐 불안하대요. 잘못한 사람이 죄를 뉘우치고 '내가 할 수 있는 보상할 수 있는 데까지 해줄게'가 맞는 거지. 자신들 마음대로 기준을 세워놓고 '언제까지 안 하면 보상 안 해준다'라며 시간까지 못 박은 건 상식적이지 않은 것 같아요. 제 대리인은 생활도 어려워 흔들리시기도 하는데, 반올림 믿고, 저 믿고 마음을 다잡았다 하시더라구요.

또 12월 31일이 지나고도, 삼성은 '기한이 지났더라고 해줄 수 있다'며 호혜를 베푸는 양 하더래요. 합의서에 삼성에 보상을 받아도 산재 신청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문구 넣어주고, 합의서 달라고 했더니, '삼성을 못 믿냐!'며 그렇게 써줄 수도, 합의서도 줄 수 없다고 하더래요. 진정어린 사과이고 떳떳한 보상이면 '날 못믿냐'고 하지 않았겠죠.

삼성이 직접 보상을 하고 나중에 산재로 인정되었을 땐, 근로복지공단이 피해자(재해자)에게 지급할 산재보험금 중에서 삼성이 이미 직접 보상한 금액을 삼성에게 주게 되어요. 합의서에 '산재 신청과 관련이 없다'는 말을 넣어줄 수 없다고 하는 걸 보면, 삼성은 그걸 아는 거죠. 그런데도 삼성은 얼마를 주지 않고도 생색을 내요. 피해자들은 떳떳하게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구요."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매일 저녁 6시, 이어말하기가 진행된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맨 오른쪽(삼성 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님과 어머니)
▲ 삼성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이어말하기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매일 저녁 6시, 이어말하기가 진행된다. 이야기를 듣고 있는 맨 오른쪽(삼성 LCD 뇌종양 피해자 한혜경 님과 어머니)
ⓒ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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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위 권고안은, 공익법인을 세워서 보상을 하게 했잖아요. 잘못을 한 당사자가 기준을 정하고 집행을 하는 건 투명하기도 공정하기도 않으니까요. 지금 삼성의 내용 없는 사과를 하고 제멋대로 기준을 세워 집행을 강행하는 보상을 보면 초일류기업의 모습인지 모르겠어요. 12월 31일까지 보상을 마무리하겠다는 얘기 자체도 진정으로 피해자들을 위한다고 생각할 수도 없고. 앞으로도 피해자들을 만날텐데, 어떤 얘기를 해줄 수 있을까요?
"저도 12년차 노무 활동을 해서 제법 많은 산재 사건을 했더라구요. 유독 사망 사건을 많이 했어요. 돈도 물론 중요해요. 더 중요한 건 어떤 죽음인지를 규명하는 거예요. 남자들이 산재로 죽고 아내와 자식이 있으면, 어린 아이들이 크면 '나는 왜 아빠가 없어?' 이런 것 물어볼텐데. '너희 아버지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다가 더 많은 힘을 쏟고, 너무 열심히 일한 나머지 이렇게 되었어. 그게 법으로 인정됐어' 그렇게 말해주는 게 중요하다 생각해요.

국가가 운영하는 산재보험이 죽음을 허망하게 만들지 않는 거죠. 매달 나오는 유족연금이 돈만이 아니라 더 큰 가치가 있다 하더라구요. 지금 삼성의 보상은 그런게 아니라는 거죠. 여기 이 곳에 더 버틴다면, 제대로 된 보상, 사과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반올림을 믿고 함께 더 싸웠으면 좋겠어요."

- 김민호 노무사 님과 얘기하다 보니까 산재 인정받는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 것 같아요. 이 분이 왜 돌아가셨는지, 우리 사회가, 우리 나라가 어떤 죽음으로 인정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 진상 규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오늘 김민호 노무사 님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왔어요. 어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삼성 LCD에서 일하신 분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셔서 장례식장에 다녀왔거든요.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노조파괴문건을 보면, 삼성 안에 자살 방지 방법이 나와 있더라구요. 얼마나 많은 직원이 자살을 하는지, 삼성 문화가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아닌가...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죠.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지 않나 싶었어요."

- 천안에서 활동하시는 김민호 노무사 님이 앞으로 삼성 노동자를 만나가는 어떻게 고민하고 계신지 궁금해졌어요.
"반올림이 워낙 유명해져서요. 충남 지역에 일하시는 분들을 반올림을 통해 상담이 많이들어와요. 오늘 장례식장에 가는데, 2011년 1월 한참 추울 때 자살하신 김주현 님이 떠올랐어요. 오늘 삼성 LCD에서 일하시다 몸을 던지신 분도 유서에 업무 스트레스를 얘기했다고 하는데, 그때랑 달라진 게 없구나 싶어요. 반올림에서 100일 넘게 김주현씨의 장례 투쟁을 하면서 떠들썩하긴 했는데, 여전히 노동자들을 극도의 경쟁에 내몰고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주는 것 같아요.

김주현씨도 너무 힘들어 결국 휴직을 했는데, 복직 첫 출근 몇 시간 전에 기숙사에서 투신했어요. '나 힘들어, 뭣 때문에 힘들어'라고 하면 어떤 이들은 '삼성에 다니면서 배부른 소리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임금이 많다고 좋은 직장은 아닌데, 무조건 '버티라'라고 압박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런 우리 사회도 돌아봤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아직 바뀌지 않은 삼성, 함께 바꾸어나갔으면 좋겠어요."

- 삼성직업병 문제도, 자살하는 이들이 많이 나오는 것도 삼성이 그 문제를 알면서도 제대로 해결하지 않는다는 건 범죄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안타까운 죽음이 더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반올림 농성장에 이제야 오게 된 이유는?
"오지랖이 넓어서 이것저것 바쁘게 하느라 이제야 오게 되었어요. 요즘 청소년 노동인권에 관심이 많아 고등학교에 가서 삼성 얘기하고, 노동인권 얘기하고 다니고 있어요. 그건 반올림 때문이기도 해요. 젊은이들이 삼성반도체 LCD에 입사해서 암에 걸리는 것을 보고, 청소년 노동 교육, 안전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아직도 고등학교 학생들이 현장 실습을 나가 야간 근무에 위험에 노출이 많이 되거든요. 또 애쓴 결과 얼마전 청소년 노동인권 조례도 천안에서 통과되었어요."

- 청소년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알려주는 건 참 의미 있는 것 같아요. 황상기 아버님이 "삼성에 노조가 있다면, 우리 유미가 죽지 않았을텐데"라고 말씀하시잖아요. 반올림을 찾아오는 특성화도 선생님들도 학생들에게 일찍이 노동 인권 교육을 하고 삼성에 보냈어야 하는데 후회하시는 분들도 계시구요. 지역에서 청소년 노동인권 향상을 위해 의미 있는 활동을 하고 계신 것 같아요. 지금 반올림은 삼성이 제대로 된 사과와 배제 없는 보상을 요구하며 농성 중인데요. 어떻게 풀어나갔으면 좋을지 말씀 좀 해주세요.
"전 큰 기여를 하지 않아 뭐라 말할 수 없지만, 당사자 분들, 활동가 분들 이미 너무 잘 하시고 계신 것 같아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좋은 결과 나올 것 같아요."

- 삼성에 따끔한 한 마디 부탁해요.
"부끄러운 줄 알아라! 삼성!"

반올림은 이 곳에서 115일째 삼성직업병 올바른 해결을 요구하고 있어요. 삼성이 재발방지대책 약속을 잘 이행하는지 지켜보고, 제대로 되니 사과, 배제 없는 보상 요구를 약속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강남역 8번 출구 앞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태그:#삼성직업병, #반올림, #반올림 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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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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