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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 '국민의당'(가칭)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이 11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故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신당 '국민의당'(가칭)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과 안철수, 김한길 의원 등이 11일 오전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故 이승만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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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정치인이 이승만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는 것이 옳다고 보며 이제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평가는 객관적이면서도 신중해야 한다. 이것은 단지 진보 세력의 심리적 위안을 위해서가 아니다.

원래 역사적 기념물, 인물에 대한 참배는 그 자체가 국민통합을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역사의 경우 특히 인물에 대해서는 보수/진보 사이의 인식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상호 이해를 위해서는 그만큼 섬세한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상진 국민의당 공동 창당준비위원장이 최근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서 한 평가는 좀 지나치다. 그래서 한상진 위원장의 행보는 진보적 스탠스에서 보수를 이해하고 포용한다는 취지와 다르게 오히려 진보 진영 내 갈등만을 초래하여 '통합'과 '중용'을 강조하는 한상진 위원장과 국민의당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한 위원장의 이승만 평가, 환원론의 오류

14일 4.19 민주묘지를 참배한 이후 한상진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했는데, 한상진 위원장은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했고 그로 인해 형성된 잠재력이 4.19로 이어졌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이승만이 뿌리 내린 자유민주주의가 4.19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이건 권위주의 정권이 주도한 산업화 덕택으로 민주화가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뉴라이트의 주장과 논리적으로 유사하다. 이건 무리한 결과중심적, 단계론적 시각이며 결정적으로 환원론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역사를 사실 그대로 서술하지 않고 미화하게 될 때 대체로 2가지 경향이 나타난다. 첫째는 인과관계에 있지 않은 사안을 사실상 인과관계에 있다고 설명하는 것이고 둘째는 불리한 것을 언급하지 않거나 심지어 아니라고 우기는 것이다.

과거사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일본같은 경우는 2가지 문제점이 모두 나타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정치사회 민주화로 인해 과거사 문제 해결에 있어서 일정 정도 성과를 냈기 때문에 두 번째 경우는 거의 나타나지 않고 대부분 첫 번째 유형을 띤다.

첫 번째 경우는 사실 교묘한 방식이어서 얼핏 보면 그렇게 보인다. 그런데 이 논리의 결정적인 오류는 환원론적 시각이라는 점이다. 환원론적 해석을 하면 역사적 공과를 구분해서 평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

한 위원장이 이승만과 4.19 관련성에 대해서 더 이상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아서 그가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는 없다. 다만, 그가 위와 같은 판단을 한 이유을 추정할 수는 있다고 본다.

통합·중용은 좋지만, 평가는 신중하게

안철수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신당 '국민의당'(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김한길 의원,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김영환 의원 등과 함께 축하공연을 보며 박수치고 있다.
▲ '국민의당' 창당 발기인대회...박수치는 안철수 안철수 의원이 1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신당 '국민의당'(가칭)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김한길 의원,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김영환 의원 등과 함께 축하공연을 보며 박수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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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위원장은 아마 이런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 근대적 교육시스템이 갖춰졌고 그로 인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함양한 학생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층이 4.19를 주도했으니 이승만과 4.19를 대립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것.

사실 위와 같은 방식으로 4.19 발생 요인을 설명하는 경우도 있다. 강력한 냉전반공체제가 구축되어 있던 대한민국에서 전쟁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 4.19 혁명이 발생하였는데, 이것은 너무도 예외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그 원인를 설명하기 위한 과정 속에서 나온 하나의 이론이다.

즉 체제경쟁 시기에 북한에 대항하기 위하여 반공과 함께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을 강조하였는데, 자유민주주의를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는 학생을 중심으로 한 지식인층이 이승만 정권의 반자유민주주의적인 행태에 분노하여 4.19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즉 이승만 정권의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바로 4.19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이론은 이승만의 공을 치켜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다.

물론 이론을 재해석, 재평가 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리고 한 위원장이 위에서 언급한 다른 근거를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떠한 경우가 되었든 4.19가 이승만이 뿌리 내린 자유민주주의와 관련되어 있다는 식의 해석은 참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사실 이승만을 떠나서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역사적 인물, 세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불가능하다. 특히 그건 힘있는 자, 승자를 위한 역사 서술로 나갈 수밖에 없다. 이것이 환원론적 역사해석이 갖는 문제점이다.

통합, 중용은 좋다. 근데 그건 복잡한 역사적 사안을 한 가지 측면에서만 보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유효하다. 그런 면에서 기존 진보 세력이 보수의 역사적 기여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거나 부정적으로 보았던 점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이 점은 기존 진보 세력의 각성이 필요한 지점이다. 그런데 균형을 잃으면 역편향의 오류가 나타날 수 있다. 이것은 이 자체로 또 문제다. 지금 한 위원장은 그런 상태에 있다는 우려가 든다.

근래에 여러 전직 대통령이 서거하였기 때문에 참배 대상을 구분하지 말고 모든 전직 대통령 묘역에는 참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이 점에 대해서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의 행보가 옳다고 판단된다.

다만 평가는 신중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국민의당은 기존 야권 주류가 편협하여 중도층의 민심이반을 초래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 그들이 오히려 역편향의 오류로 기존 진보층의 반발을 초래한다면 국민의당이 강조하는 '통합', '중용', '중도층 강화'는 현실화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 이승만에 대한 그들의 평가는 우려스럽다. 한상진 위원장과 국민의당은 역편향의 오류라는 지적에 대해서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된다.


태그:#한상진, #국민의당, #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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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박사이며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에서 사료연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김대중에 대한 재평가를 목적으로 한 김대중연구서인 '성공한 대통령 김대중과 현대사'(시대의창, 2021)를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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