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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고향이자,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 박지원 국회의원의 지역구다. 최근 목포는 정치의 '백화제방' 시절을 맞고 있다. 현재 10명이 넘는 총선 후보들이 지역을 누비고 있다. 역대 총선을 앞두고 '전남 정치 1번지'라 불리는 목포에서 이처럼 많은 수의 예비후보군이 등장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그동안 목포에서는 권노갑, 김홍일 전 의원 등 김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그만큼 야권에 대한 여론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이었고, 후보가 정해지면 전폭적인 지지로 이어졌다.

하지만 20대 총선을 앞둔 상황이 달라졌다. 야권이 갈라지고 후보들은 "내가 적임자"라며 백가쟁명식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전국 정치판을 그대로 옮겨온 듯 각 정당과 정파의 대표를 자임하는 후보들이 모두 망라된 점도 눈에 띈다. 최근 전국의 많은 선거구 중 하나인 '목포'가 주목받는 이유다.

박지원 불출마-무소속 가능성에 경쟁 치열해져

여당인 새누리당 소속으로는 전 국정원 출신 박석만(50)씨와 한영배(57) 법무사가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야권에서는 경쟁이 치열하다. 유선호(62) 전 국회의원과 배종호(54) 전 KBS 뉴욕특파원, 전 <한겨레> 편집국장 출신 조상기(66)씨 등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신민당 창당을 추진 중인 박준영(69) 전 전남지사, 배용태(61) 전 전남도 행정부지사도 꾸준히 출마설이 나돌고 있다. 정의당에서는 '국민 판사'로 알려진 비례대표 서기호(46) 의원과 윤소하(54) 전남도당 위원장이 출마를 공식화한 상태다. 여기에 486으로 지역사회운동 출신인 강성휘(48) 전남도의원과 권욱(50) 전남도의원의 이름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후보들이 각개약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우선, 야권이 갈라선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1개의 야당 독점 상황에서 야권 분화와 신당추진은 후보들에게 선택지가 많아진 것이다.

다음으로 현역 국회의원인 박지원 의원의 불출마 전망이다. 저축은행 관련 재판에서 결국 유죄 판결을 받을 것이란 기대 심리다. 박 의원이 재판에서 살아남더라도 신당 공천은 어려워져 결국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해볼 만하다는 판단도 한몫한다.

여기에 새누리당에 대한 거부 정서 완화도 있다. 새누리당 후보가 복수로 나와 경쟁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왼쪽부터 서기호, 강성휘, 박석만, 박지원, 배종호, 조상기, 유선호, 한영배.
 왼쪽부터 서기호, 강성휘, 박석만, 박지원, 배종호, 조상기, 유선호, 한영배.
ⓒ 이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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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명 중 더민주 소속은 단 1명, 신당에 후보 몰려

후보들의 성향을 따져보면 몇 가지 흐름이 나타난다.

가장 큰 특징은 더민주의 추락이다. 10여 명의 후보 중 더민주 소속은 대선 때 문재인 선대위 언론특보에 이름을 올렸던 조상기 전 국장 1명뿐이다. 조 전 국장은 지역에서는 다소 낯선 인물로 최근 들어 지역활동을 시작했다.

더민주에 대한 싸늘한 민심은 지난 지방선거부터 시작됐다. 더민주(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단체장 후보는 무소속 후보에 패했다. 이후 목포지역에 연고를 둔 천정배 박준영 유선호 의원의 신당 추진과 안철수 신당이 대안으로 등장했고, '지역 정치의 빅뱅' 현상을 불러오기에 이른 것이다.

반면, 야권 신당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배종호 예비후보는 "안철수 의원과 함께 목포를 발전시키겠다"며 국민의당 발기인 참여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출마설이 나도는 또 다른 정치인은 "안철수 의원을 만나 공천을 약속받았다"는 설을 흘리며, "근거없는 정보를 자체 생산하는 구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남희망연대를 이끄는 유선호 전 의원과 신민당 창당을 준비 중인 박준영 전 지사는 야권통합 후보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당과 함께 정의당도 목포지역에서는 탄탄한 기반이 있어 주목받는다. 정의당 서기호 의원은 지난해부터 목포에 사무실을 열고 무료법률 상담을 하는 등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천정배 의원은 공개적으로 "서기호 의원의 목포 출마를 권유했으며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밝혀 향후 신당과 정의당의 선거 연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의당에서는 윤소하 전남도당 위원장도 오랜 지역활동을 통해 다져진 기반으로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여기에 이른바 486 출신으로 목포지역에서 오랜 사회운동과 시의원을 거친 강성휘 전남도의원이 하마평에 오른다. 강 의원은 정의당 서기호 의원과 함께 목포지역 총선 후보군 중 둘뿐인 40대다.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와 높은 의정활동 평가로 더민주와 신당에서 모두 출마와 영입의사를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강 의원은 더민주 탈당을 예고해 놓았다.

인물교체 여론, 김홍걸 '목포 출마설' 최대변수

올해 총선에서 어디까지나 최대 변수는 박지원 의원이다. 탈당을 예고한 박 의원은 특유의 돌파력으로 꾸준히 3선을 향한 표밭을 다지고 있다. 하지만, 만만치 않은 벽들이 가로막고 있다. 바로 저축은행 관련 재판 결과와 신당과의 관계 및 타 후보들의 맹공격이다.

박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군의 공통적인 화두는 '인물'과 '세력교체'다. 박지원 의원과 야당 세력을 교체해야 한다는 의미다. "힘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며 전통적인 목포지역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박 의원과 "인물과 세력교체를 이뤄 새 인물을 키워야 한다"는 나머지 후보군의 논리가 팽팽히 대결하는 양상이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논란을 일거에 정리시킬 설이 목포지역에선 꾸준히 나돌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막내아들인 김홍걸(52)씨의 목포 출마설이다. 최근 안철수 의원의 이희호 여사 방문 언론보도에 대해 김홍걸씨가 반박 보도자료를 발표한 게 이와 무관치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목포지역 한 정치인은 "김씨의 목포 출마는 더민주에서 철저하게 박 의원을 겨냥해 시도해 볼 만한 회심의 카드일지 모르지만, 또 다른 구태논란을 부르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평가했다.

정치 9단 박지원의 3선을 향한 집념과 더민주의 목포사수 전략, 틈새를 노린 야권신당 후보들의 물고 물리는 수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볼 대목이다.


태그:#박지원 박석만, #목포 총선, #강성휘 서기호 , #배종호 조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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