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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20일 양일간 친구들과 예부터 '봉승사화(奉承士化, 선비를 받들고 숭상함)'의 고장으로 알려진 산림휴양지 봉화군(奉化郡)과 온천과 금강송으로 유명한 생태관광지 울진군에 휴식을 위한 힐링투어를 다녀왔다.

당초에 코스는 그냥 울진에 가서 1박2일 동안 관광하고 온천을 즐기고 늦잠도 자고 요즘 제철인 대게와 회를 먹고 오는 것이 목적이었다. 그런데 가는 길목인 봉화 어딘가를 잠시 방문하여 시간 관계상 점심을 먹고는 쉬었다 가야했다.

바로 그 가는 길목에 있어 선택된 곳이 요즘 '겨울산타마을'로 인기를 얻고 있는 영동선 '분천역(汾川驛)' 마을이다. 춘양목의 반출(搬出)지, 메밀산지로 유명한 봉화군 소천면의 분천역 주변 마을은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하루 이용객이 10여 명 정도였던 작은 역과 주민 100여 명이 사는 작은 마을이다. 

봉화군 소천면
▲ 분천역 산타마을 봉화군 소천면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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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분천역이 한국관광공사 주관 '한국대표관광 100선'에 선정된 '백두대간 협곡열차'의 시발역이 되면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지난 2013년 5월 스위스 체르마트역과 분천역이 자매결연을 맺고는 역사(驛舍)를 스위스 풍으로 바꾼 것을 시작으로 여름과 겨울 산타마을로 변신했다.

봉화군
▲ 분천역 산타마을 봉화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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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하반기부터 방문객 수가 연간 10만 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분천역 주변은 내년 2월 24일까지 겨울산타마을로 운영된다. 이제부터 매주 공휴일과 주말 공연이 이어지고 마을입구부터 대형풍차와 이글루, 산타레일바이크를 비롯한 당나귀 꽃마차, 눈썰매장, 얼음 썰매장, 국궁 체험장 등 다양한 체험거리와 조형물 등이 설치되었다.

아울러 마을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곤드레밥, 메밀부침 등 겨울 별미를 맛볼 수 있다. 호두, 도라지, 버섯, 사과, 메밀 등 농산물도 팔고 있다. 특히 야외에서 썰매를 타며 즐기는 군고구마, 찰옥수수 등과 함께하는 장작불체험 등은 동심을 자극하고 있다.

분천역 산타마을
▲ 봉화군 분천역 산타마을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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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춥기는 했지만 맑은 하늘에 눈(雪)도 오지 않은 이상한(?) 겨울산타마을에 도착한 우리들은 역전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지역 특산나물과 시래기 국, 돼지고기 반찬으로 점심을 했다. 붉은 간장양념을 올린 도토리묵과 메밀전병은 약간의 텁텁한 맛이 있기는 했지만, 고향의 맛을 느끼기에 적당한 요리였다.

봉화군
▲ 분천역 산타마을 봉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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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소로 넣은 묵은 김치의 매운 맛이 목을 타고 들면서 이내 위장을 강하게 자극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새큼한 샐러드와 잘근잘근 씹히는 연근, 맛보다는 흙냄새를 품어 향이 더 좋은 나물무침, 노란색이 보기에도 침샘을 자극하는 호박조림 등을 배가 터지게 먹었다. 마지막 입가심으로 인근에서 생산되는 쌀알이 탱글탱글 살아있는 농주까지 한 잔 했다.

식사를 마치고 오가는 열차를 잠시 보다가, 역사 안팎과 마을을 크게 한 바퀴 둘러보았다. 솔직히 아직 산타마을이라고 불리기에는 초라한 수준이고 시작 단계지만, 나름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 들기는 했다. 이제부터라도 코레일과 봉화군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노르웨이의 오슬로나 핀란드 로바니에미의 산타마을처럼 경관 전체를 바꾸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아 보였다.

마을 곳곳을 북유럽의 산타마을을 옮겨온 것처럼 새롭게 바꾸는 사업은 도시계획을 잘하는 공공건축가와 조경가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경북도와 봉화군, 코레일, 주민들의 의지가 합쳐지면 3~4년이면 가능할 듯 보였다. 물론 이후 외형보다는 내실을 잘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역사(驛舍)와 마을을 둘러 본 다음, 나는 잠깐 쉬기 위해 2년 전에 개업했다는 역전의 작은 카페에서 커피를 한잔했다. 협곡열차와 산타로 시나브로 변해가는 어르신들뿐인 시골마을을 다시 한 번 조망하고는 울진의 후포항으로 이동했다.

울진군
▲ 울진 후포해변 울진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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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월말~3월초에 '울진대게축제'가 열리는 후포항은 동해바다와 해안선을 따라 소나무 숲, 대나무 숲이 멋진 곳으로 파도치는 겨울바다를 보면서 싱싱한 대게를 싸게 맛볼 수 있다. 우리들은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한 해변의 고운 모래사장을 산책하고는 낙조가 시작될 무렵 대게식당으로 이동하여 대게 찜, 탕 등으로 저녁을 했다.

울진군
▲ 울진 대게 울진군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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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냄새와 대게의 묘한 비린내가 진동을 할 정도로 요란한 식당에서 맛본 대게 찜은 가위로 다리를 잘라가면서 속을 파내 쫄깃하고 담백하며 부드러운 속살을 먹는 절묘한 맛이다.

혀끝에서부터 타고 올라오는 바닷내음을 가득 담은 살살 녹는 연한 살을 미련하게도 목구멍 끝까지 넘치도록 쑤셔 먹고는 맑게 끓인 대게 탕에 라면사리를 넣어 천천히 시원한 국물을 음미하여 조금 더 먹었다.

화학조미료를 넣지 않았지만, 심해의 바닷물을 품은 듯한 담백한 국물 맛이 시원했다. 게딱지에 비벼주는 질퍽한 비빔밥 역시도 버터 향과 어울려 혀를 자극했지만 너무 배가 불러 겨우 한 입 먹고 말았다. 반찬으로 나온 포항에서 올라온 과메기도 마늘과 고추와 다시마에 싸서 애써 한입 먹어 보았다.

저녁식사까지 마친 일행은 숙소가 있는 '백암온천'으로 이동하여 잠시 쉬다가 온천으로 몸과 마음에 위안을 주고는 하룻밤을 보냈다. 청량하게 물이 맑고 깨끗하여 피부염, 동맥경화 등에 좋다는 온천수가 좋아 아침에 다시 얼굴과 피부가 당기도록 목욕을 했다. 피로가 확 풀린 듯하다.

이어 숙소에서 제공한 황태국으로 식사를 했다. 국물보다 건더기가 더 많은 황태국은 미리 참기름으로 황태를 달달볶은 다음, 밑간을 해서 국을 끓인 것인지 원산 앞바다에서 지난겨울 갓잡은 듯한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씹힘과 깊고 진한 맛이 좋았다.

오랜만에 아침식사로 과식을 할 정도로 많이 먹었다. 저녁에 맥주를 한잔하여 속이 조금 쓰렸는데, 해장으로 정말 좋았다. 나는 저녁과 아침에 온천물을 약간 마셔둔 덕분에 기본적인 속풀이를 해서 그런지 황태국이 더 구수하고 맛있었다.

식사를 마치고는 잠시 쉬다가 예전 농업엑스포가 열렸던 망양정 주변의 '울진엑스포공원'으로 이동했다. 이천년 대 초반까지 해안경비를 하던 군부대가 있던 곳이라 아름드리 소나무 수백 그루가 자연스럽게 남아 있어 좋은 곳이다.

소나무 숲
▲ 울진엑스포공원 소나무 숲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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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공원조성이 완성되어 친환경농업관, 곤충여행관, 아쿠아리움, 전통체험장을 중심으로 울진군의 친환경농업과 자연 및 안전한 먹을거리, 해양생태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나는 아침시간 피톤치드가 넘치는 소나무 숲을 거닌다는 마음으로 기분 좋게 산책을 했고, 천천히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

친환경농업관
▲ 울진엑스포공원 친환경농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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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3번째 규모로 희귀종인 해마를 비롯하여 5000여 마리의 다양한 어류를 전시하고 있는 아쿠아리움에 반하여 한참을 돌며 물고기 구경을 했다. 잘생긴 청년 잠수부가 먹이 주는 모습도 너무 멋져보였다. 

아쿠아리움
▲ 울진엑스포공원 아쿠아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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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부가 수족관 안에 들어가 쇼를 하면서 물고기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은 과히 장관이었다. 울진의 바다와 농업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다시금 이곳에서 농업엑스포 행사가 열리길 바란다. 중간에 있는 자연을 닮은 몇 개의 조각품과 너무 잘 어울리는 소나무 숲이 진짜 멋져 가족과 함께 다시금 찾고 싶어지는 곳이다.

조각
▲ 울진엑스포공원 조각
ⓒ 김수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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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점심을 먹기 위해 다시 북쪽으로 차를 돌려 죽변항으로 갔다. 항구 앞에서 지난 밤 파도와 함께 싸우며 밤새 작업을 하고 귀향하여 지친 모습으로 서 있는 오징어배들이 여러 척 정박하고 있다. 그래도 수백 개의 전등을 단 배의 모습은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가로등처럼 청초하게 빛나 보인다. 

회와 매운탕으로 식사를 했다. 정갈한 회와 밑반찬이 좋아 맛있게 회를 먹었다. 작은 오징어순대는 진한 먹물 맛이 입맛을 자극했고, 오징어 회는 질기지만 씹히는 맛이 좋았다. 부드러운 도토리묵과 달달하게 만든 고구마 맛탕도 피곤을 잊게 하는 사탕처럼 달콤했다.

매운탕의 남은 국물까지 전부 마시고는 식사를 마쳤다. 길을 조금 더 가서 인근에 있는 죽변등대로 갔다. 겨울이라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등대에는 관사까지 두 채 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드라마 <폭풍 속으로> 세트장이었던 '어부의 집'은 바닷가 바위언덕 위에 너무 아름다고 이쁘게 지어진 2층 양옥이다. 단순히 세트장으로 개방 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지어져 있었고 주변 경관도 좋았다. 차라리 민간에게 불하하여 찻집이나 민박집으로 사용해도 좋을 것처럼 보였다.

드라마세트장
▲ 울진군 드라마세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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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층 거실에 앉아 차를 한잔하고는 바다가 보이는 방에서 잠자리에 드는 꿈을 꾼다. 파도소리 들으면서 동해의 일출을 보며 이런 곳에서 기분 좋은 아침을 맞고 싶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좋다. 멋진 곳이다. 

바다와 너무 잘 어울리는 세트장까지 보고는 주변 산책을 잠시 한 다음 차를 돌려 천천히 서울로 향했다. 오랜 만에 마음 편하게 먹고 신나게 온천도 하고 바다도 보았다. 행복하고 기분 좋은 1박 2일의 여행이었다.


태그:#봉화군, #울진군, #산타마을, #울진엑스포공원, #분천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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