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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구시가지와 바다 위를 오가는 해상 케이블카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여수 구시가지와 바다 위를 오가는 해상 케이블카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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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벨이 울립니다. 누굴까? 전화기에 뜬 이름만으로도 반갑습니다. 그는 울적하거나 외로울 때 위로가 되는 분입니다. 그는 선배랍시고 먼저 전화하는 법이 없습니다. 암요. 까마득한 후배가 먼저 전화 올리는 게 맞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먼저 전화한 겁니다. 무슨 일 일까? 얼른 전화기를 듭니다.

여행 중 그 지역의 막걸리를 맛보는 건 '행복'

"얼굴 한 번 보세! 집으로 오시게. 나랑 같이 갈 데가 있어."

무척 보고 싶었나 봅니다. 괜히 기분 좋아집니다. 만사 제쳐두고 달려가는 게 도리지요. 근데 어디를 가려고 그러는지…. 묵묵히 기다렸습니다. 지인이 이끈 곳은 여수 돌산공원. 돌산대교, 장군도, 구시가지 둘러보며 한 해를 잘 마무리 하자는 취지였습니다. 마음까지 여유로운 그의 멋스러움이 고마웠습니다. 여수 풍경 구경 후, 자연스레 돌산공원의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향했습니다.

막걸리, 이렇게 들고 가기 편리하게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더군요. 노력이 반가웠지요.
 막걸리, 이렇게 들고 가기 편리하게 관광상품으로 만들었더군요. 노력이 반가웠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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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탑승장 주변의 먹을거리 가게를 둘러봤습니다. 그중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있었지요.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아, 글쎄! 지난 4월 여수를 찾은 이연복 세프가 "서울에 사가서 지인들에게 선물하고 싶다"던 여수 막걸리가 떡 허니 상품으로 나왔지 뭡니까. 막걸리 5병을 한 박스에 담아, 만원에 판매하더군요. 그걸 몰랐지 뭡니까.

여행 중 그 지역에서 만드는 막걸리를 맛보는 즐거움은 행복입니다. 하여튼 관광객들이 여수 대표 상품 중 하나를 사갈 수 있게 포장 상품으로 만든 자체가 대단했습니다. 여수막걸리 사장과 막역한 사이인지라 더욱 반가웠습니다. 이쯤에서 막걸리 관련 시(詩) 한 편 읊지요. 막걸리를 마시는 제 마음과 거의 흡사해 좋아하는 시입니다.

자네, 막걸리가 뭔지 아나? 지조 있는 술이여!

막걸리, 천여 년을 이어 온 우리네 술입니다.
 막걸리, 천여 년을 이어 온 우리네 술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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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윤인환

막걸리가 뭔지 아나?

막,
걸러낸 술이기에
막,
출출할 때
막,
취하고 싶을 때
막,
그리울 때
막,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
막사발에 따라 먹는 좋은 술이여

어설픈 사랑을 구걸하지 않는
열정의 유통기간을 간직한 술이여
이 세상에서 보기 드문 지조 있는 술이여.

막걸리는 탁주, 농주라고도 불리며 천년 이상을 우리 민족과 함께 지내온 술입니다. 그래서 막걸리를 서민의 술이라 하지요. 왜냐하면 예로부터 농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새참이고, 새참에서 뺄 수 없는 게 바로 막걸리였지요. 왜 그랬을까? 막걸리는 쌀로 만든 관계로 배고플 때 허기를 달래주고, 얼큰하게 취하면 일하기 좋게 기운도 북돋아 주었기에 사랑을 듬뿍 받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일전에 웰빙 붐을 타고 막걸리가 한창 인기였지요. 그건 막걸리 알코올 도수가 6% 내외라 몸에 부담 없고, 단백질과 비타민뿐 아니라 유산균이 많아 암 예방 등에 좋기 때문이지요. 막걸리는 이소리 시인의 표현을 빌리면 "환족이 쌀로 빚은 신비스런 술 방울"입니다. 공감합니다. 이소리 시인과 막걸리 마시던 때를 떠올리니 입 안 가득 침이 고이네요.

돌산갓김치 등 다양한 안주와 어울리는 '막걸리'

금풍쉥이, 군평서니 등으로 불리우는 샛서방고기입니다. 막걸리와 어울리는 궁합 중 하나지요.
 금풍쉥이, 군평서니 등으로 불리우는 샛서방고기입니다. 막걸리와 어울리는 궁합 중 하나지요.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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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는 어떤 안주와도 어울립니다. 우선 먼저 떠오르는 게 해물파전입니다. 그리고 여수의 대표 맛 중 하나인 서대회 등 생선회, 샛서방고기와 서대구이, 게장과 조개구이, 연포탕과 주꾸미구이, 장어탕과 가오리찜, 새조개와 새우구이, 삼치 등 선어회, 삼겹살과 돼지 머리고기, 두부 김치, 돌산갓김치 등 막걸리와 어울리는 안주가 다양합니다. 드디어 지인과 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 뭐 먹을까?"
"당근 막걸리죠."

엑스포 로고가 생생하게 박혀있는 여수 생 막걸리가 나왔습니다. 경치가 아름답고 물이 맑은 '여수(麗水)'는 지명에 이미 막걸리 맛의 비결이 들어 있습니다. 술맛을 좌우한다는 물이 좋으니 맛이 뛰어날 수밖에. 막걸리가 나오니 자연스레 삶의 덕담이 등장합니다.

"성님, 내년에도 건강하세요."
"고맙네. 이놈의 술, 적당히 마셔야 하는데 그게 안 돼 문제야."

그렇습니다. 술에 장사 없습니다. 어떤 술이든 적당히 마셔야 합니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술이라면 마다 않는 '두주불사(斗酒不辭)'가 문제입니다. 뿐만 아니라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한 것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니 문제지요. 어쨌거나 막걸리와 함께 또 하루가 지나갑니다. 여수막걸리로 여수를 마시는 즐거움 누리시며 한 해 잘 마무리 하시길.

막걸리, 이렇게 먹어도 딱입니다.
 막걸리, 이렇게 먹어도 딱입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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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여수막걸리, #이연복 세프, #금풍쉥이, #해물파전, #해상케이블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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