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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당 표구사에 전시되어 있는 표구 도구들
▲ 표구 도구 금호당 표구사에 전시되어 있는 표구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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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구 도구들
▲ 도구 표구 도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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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칼, 긴자, 풀, 풀귀얄, 망치, 송곳... '화려한 작품' 뒤에는 표구가 있듯, 표구 뒤에는 이것이 있게 한 도구들이 있다. '금호당 표구사' 조규석씨와 '예진 표구사' 전명수씨를 찾아 지난 11월 초, 표구장인만큼이나 숨겨진 표구 도구들을 살펴보았다.

표구에 쓰이는 칼들
▲ 칼의 향연 표구에 쓰이는 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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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년의세월을 그대로 담고 있다
▲ 서두칼 30년의세월을 그대로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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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구하신 지 얼마나 되셨나요?"
"1973년도에 시작했으니까, 43년 정도 되었네요."
"이 칼은 정말 많이 닳았네요. 얼마나 썼나요?"
"한 30년 쓴 거 같은데요."

표구 외곬 인생을 함께 걸어온 서두칼. 세월의 흔적이 칼날에 그대로 묻어난다. 복어처럼 생긴 두툼한 칼날은 닳아서 뭉툭해졌고, 날카로운 빛깔도 사라졌다. 30년 된 서두칼은 더 이상 아무것도 베지 못하는 칼이 되었지만, 표구 인생에 가장 오래된 '벗'으로 조규석씨 옆을 지키고 있다.

조규석 씨가 배접을 위해 한지에 풀을 칠하고 있다.
▲ 귀얄 조규석 씨가 배접을 위해 한지에 풀을 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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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얄'이라고 다 같은 '귀얄'아니다. 물을 가볍게 뿌릴 때 사용하는 '물귀얄', 풀을 바를 때 사용하는 '풀귀얄', 배접지가 건조판에 잘 접착되도록 두드리는 '문지름귀얄'. 배접지의 양끝을 두들기는 '다짐귀얄'.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용도를 가진 '귀얄'들이 투박한 그의 손을 따라, 한지 위에서 부드럽게, 때로는 '쿵쿵쿵' 소리를 내며 강렬하게, 춤추듯 움직이고 나면, 어느새 곱게 배접된 작품들이 눈앞에 펼쳐진다(*풀이나 옻을 칠할 때 쓰는 솔을 우리말로 '귀얄'이라고 한다).

표구에 많이 쓰이는 도구다
▲ 송곳과 지우개 표구에 많이 쓰이는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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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의 자리를 '송곳'이 대신했다. 흰 종이에 흑연가루 대신 뾰족한 점이 남았다. 화가들이 남긴 흑연가루들은 지우개의 가루와 뭉쳐져 떨어져 나왔다. 연필의 자국은 작품을 얼룩지게 할 뿐. 배접하기 전까지의 공정에서 전명수씨가 가장 많이 쓰는 도구는 바로 송곳과 지우개다.

우라슬로 작업 중이다.
▲ 우라슬 우라슬로 작업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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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주같이 생긴 '우라슬'에서 선조들의 지혜를 만난다. 족자가 완성되면 벽에 걸어놓은 족자에 습기가 차는 것을 막기 위해, 우라슬을 만들었다. 초를 바르고 '우라슬'로 잘 문질러주면, 족자는 오래도록 처음의 그 모습으로 생명을 이어간다.

대칼로 건조판에서 배접된 작품을 떼고 있다.
▲ 대칼 대칼로 건조판에서 배접된 작품을 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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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칼'로 슥슥 거침없이 손을 놀리면, 배접지가 건조판에서 떨어진다. 

조규석씨가 작업대를 닦고 있다
▲ 작업대 조규석씨가 작업대를 닦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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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 장의 배접지가 작업대를 거쳐갔고, 그만큼 작업대에 풀칠이 남았다.

들대로 풀칠한 배접지를 옮기고 있다
▲ 들대 들대로 풀칠한 배접지를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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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대, 꺽자, 곡자, 각자. '귀얄'만큼이나 '자'의 종류도 다양하다. 풀 먹은 한지를 배접을 위해 옮기는 자는 '들대'다.

작업하는 손
▲ 손의 기억 작업하는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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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도구를 가장 아끼느냐는 질문에 예진표구사 전명수씨는 대답했다. 

"연장이 손 안 맞으면 일이 잘 안되니까, 자기 연장은 다 아껴요."

흐른 시간만큼,  장인의 손맛,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는 도구들에서 장인의 삶을 엿보게 된다.

○ 편집ㅣ최은경 기자

덧붙이는 글 | (재)종로문화재단과 함께 무지개다리지원사업 문화지구사랑방 문.지방.의 일환으로 기획한 "장황의 기록, 손의 기억” 展을 준비하면서 취재한 인터뷰입니다. 행사 도록에 중복게재 되었습니다.



태그:#표구, #장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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