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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를 마친 의미로 보라색 인주가 묻은 새끼손가락을 보여주는 미얀마 총선 풍경을 소개하는 BBC 뉴스 갈무리.
 투표를 마친 의미로 보라색 인주가 묻은 새끼손가락을 보여주는 미얀마 총선 풍경을 소개하는 BBC 뉴스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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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에서 25년 만에 자유 총선이 실시됐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8일(한국시각) 미얀마 전역의 4만500여 개 투표소에서 총선이 실시돼 성공적으로 끝났다. 미얀마 선거관리위원회는 잠정 집계 결과 투표율이 80%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표 결과는 빨라야 오는 10일 공식 발표될 예정이다.

이번 총선은 군부 독재가 정권을 잡고 있는 미얀마에서 민주화 운동가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1990년 이후 처음으로 참여해 25년 만에 실시되는 자유선거로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렸다.

25년 만의 자유 총선... 미얀마 휩쓴 '보라색' 열풍

NLD는 1990년 총선에서 492석 중 392석을 얻어 압승을 거뒀으나 군부가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고, 2010년 총선에서는 군부가 수치의 출마를 불허하면서 NLD가 선거 참여를 거부했다.

민주주의를 열망해온 미얀마 국민들은 이른 아침부터 투표소로 향했다.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이 몰린 탓에 교통이 정체되고, 투표소에 도착해서도 몇 시간을 기다려야 겨우 기표소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투표를 마친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보라색 인주가 묻은 새끼손가락을 들어올리며 '투표 인증'을 했다. 외신과 인터뷰한 한 시민은 "내가 좋아하는 정당과 후보를 위해 직접 투표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라고 소감을 나타났다.

투표소에서 5시간이나 기다렸다는 한 남성은 "투표하기 위해 오래 기다렸지만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지금의 상황(군부 통치)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오전 8시 45분께 자택에서 가까운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바한구 투표소에 나타난 수치는 수백 명의 취재진이 쏟아내는 질문에 결연한 미소로 침묵하며 투표소에 입장, 한표를 행사했다.

아웅산 수치, 군부 독재 몰아낼까... '신중한 낙관'

미얀마 총선에서 투표하기 위해 길에 늘어선 사람들을 소개하는 CNN 뉴스 갈무리.
 미얀마 총선에서 투표하기 위해 길에 늘어선 사람들을 소개하는 CNN 뉴스 갈무리.
ⓒ C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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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언론과 서방 외신들은 이번 총선이 공정하게 치러지고 큰 이변이 없다면 NLD가 군부 출신의 테인 세인 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을 제치고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NLD가 과반을 차지해 단독 집권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상·하원의 의석수 657석 중 329석을 얻어야 한다. 이번 총선에 나온 선출직 491석의 67%에 해당하는 의석이다. 최근 보궐선거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NLD로서는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반면 집권당 USDP는 지지율은 낮지만 163석만 차지해도 선거 결과와 상관 없이 군부에 할당된 166석을 합하면 '반쪽 민정'으로 재집권이 가능하다. NLD가 압승을 거두더라도 쉽게 단독 정부 구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이유다.

USDP를 이끄는 세인 대통령이 집권 4년간 과감한 개방 정책을 추진하며 경제를 가파르게 성장시켰고, 반정부 인사에 대한 정치적 탄압을 완화하고 언론 자유를 허용하면서 나름대로 탄탄한 지지 기반을 형성한 것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이에 따라 총선에서 예상되는 결과는 ▲ NLD가 과반 의석을 확보해 단독 집권하는 경우 ▲ USDP가 군부 할당 의석을 합해 재집권하는 경우 ▲ NLD와 USDP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연정에 나서야 하는 경우로 좁혀진다.

수치 "집권하면 대통령 넘어 권한 행사할 것"

그래도 아직까지 가장 가능성이 큰 경우는 NLD의 단독 집권이다. BBC는 예상 밖 결과를 배제하지 않으면서도 '신중한 낙관론'이라는 표현으로 NLD의 정권 탈환을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그러나 NLD가 집권하더라도 수치는 대통령이 될 수 없다. 미얀마 현행법상 외국인 배우자나 자녀가 있는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치는 영국인 남편과 결혼해 영국 국적의 아들을 두고 있다.

이 때문에 수치는 NLD가 집권하면 "대통령을 넘어서(above the president) 실질적인 대권 권한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혀 군부를 긴장시키고 있다. 미얀마는 내년 3월 의회가 뽑는 간접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수치는 NLD가 집권하면 헌법 개정을 통해 자신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을 열고, 군부에 116석을 할당하는 것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개헌을 위해서는 전체 의석 가운데 75%가 동의해야 하므로 미얀마의 진정한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태그:#미얀마 총선, #아웅산 수치, #군부 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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