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예전, 나는 기차를 타고 달렸다, 녹슨 철길을 타고.
해운대를 지나 송정과 일광으로 기차는 달렸다.
아침나절이었던가,
기차가 해운대역을 지나 송정으로 갈 때
나는 환희라는 것을 실감했다.
유리창을 통해 와장창 들어오는 투명한 햇살.
그 햇살 사이로 보이는 눈부신 은린의 바다.
푸른 소나무에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솔잎들.
그 가벼운 떨림, 떨림들...
이젠 하나의 추억이 되어버렸지만.
마지막 기차를 찍던 날도 햇살이 눈부셨다.
기차는 순식간에 내 망막세포에 맺히더니
영원의 공간 속으로 멀어져갔다.
남은 것은 그저 텅빈 공간이었다.
초겨울의 어느날,
동해남부선이 처녀의 허리처럼 길게 드리우던 날.
나는 다시 철길을 걸어갔다.
기찻길 위에서 만난 장승은 웃으면서 말하더군.
길은 하나로 합칠 거라고.
걸었지. 걷고 또 걸었지.
기찻길이 하나로 합쳐져 있더군.
언젠가는 이 길을 통해
반도의 허리와 두만강을 건너
만주벌판 흑룡강성까지
갈 수 있는 날이 올 것같더군.
꿈이 아니라면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