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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10대나 20대는 전체 인구의 절반 혹은 3분의 1만 결혼할 겁니다. 우리는 (솔로 문제를) 완화하거나 솔로들이 차별받지 않게끔 할 순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어요. 동거나 결혼을 다소 늘릴 수는 있겠지만, 모든 솔로를 다 구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 14일 늦은 8시. 신촌의 한 이야기 카페에서 다준다 연구소(소장 이동학)가 우석훈 박사를 만났다.

우 박사는 그동안 한국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88만 원 세대>의 저자인 그는 활발한 저술 활동을 하는 한편, 비정규직 및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강의하기도 했다. 최근에 출간한 <솔로계급의 경제학>에서 그는 오늘날 우리나라의 솔로 문제에 대한 그의 입장을 밝혔다.

복지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아냐

<솔로계급의 경제학> 북 콘서트를 진행중인 우석훈 박사
▲ <솔로계급의 경제학> 우석훈 박사 <솔로계급의 경제학> 북 콘서트를 진행중인 우석훈 박사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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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주면 결혼할 거라는 것은 기계적인 생각입니다. 데이터를 내보니 돈을 준다고 해서 아이를 낳지는 않더라고요. 사람은 그것보다 더 복잡합니다. 스웨덴도 복지를 강화해서 문제가 풀리지 않았거든요. 문화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죠. 돈만 준다고 해서 풀리는 문제가 아니에요."

우 박사는 복지를 강화하면 솔로 문제가 해결될 거란 일반적인 견해에 반대했다. 물론 남녀 임금 차이나 교육비 및 주택, 그리고 동거를 합법화하는 문제 등 당장 복지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있음을 인정했지만, 스웨덴 사례에서 보듯 복지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프랑스의 전문가들에게서 돌아온 대답도 "할 수 있는 모든 건 다 했지만, 결정적인 해법이 무엇이었는지는 우리도 모른다"였다고 전했다.

이제는 적응의 문제

"부부들이 사는 공간과, 솔로들이 사는 공간은 달라요. 솔로들은 방 한 칸짜리라도 홍대 주변 같은 번화한 곳이 필요합니다. 그러니까 기존의 가족들을 위한 집들이 다 비는 거죠. 결국 (미국에서는) 그런 집들이 폭삭 망하고, 시내 중심에 있는 작은 집 위주로 주거 형태가 재편됐어요. 그게 바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불러온 글로벌 금융 위기의 큰 원인 중 하나입니다."

우 박사는 결국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솔로 문제를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는 것임을 강조했다. 어떤 정책을 쓰더라도 근본적으로 상황을 해결할 수 없으니, 결국 솔로 현상에 대해 사회가 발맞춰 적응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첫 번째로 강조한 것은 '주택' 문제다. 그는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언급하며 우리도 솔로가 확산되는 현상에 맞춰 기존의 주택 정책을 변화해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주택보급률'이 아닌 '빈집률'을 발표하는 일본과 같은 제도를 참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솔로계급의 경제학> 북 콘서트를 진행중인 우석훈 박사
▲ <솔로계급의 경제학> 우석훈 박사 <솔로계급의 경제학> 북 콘서트를 진행중인 우석훈 박사
ⓒ 박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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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솔로 현상이 방송 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TV와 방송 산업은 기본적으로 3,4인 가족이 중심이 된 거실 문화의 산물이다. 이런 가족이 1인 가구로 대체되면서 TV를 통한 마케팅의 광고 효과가 급감하고 있다. 때문에 현재 모든 방송사가 적자이듯, 광고로 먹고 사는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위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 방송보다는 직접 티켓을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또 불황에 더욱 발전하는 경향이 있는 영화 산업이 젊은이들에게 더 유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스웨덴의 사례도 언급됐다. 우 박사는 스웨덴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이미 솔로 사회에 진입했지만, 그들의 솔로와 우리의 솔로의 처지는 확연히 다르다고 전했다. 그는 스웨덴에는 문화와 친교 공간이 완벽하게 구비되어 있는 솔로를 위한 임대 주택 단지도 있다며,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 솔로들의 삶의 고통과 외로움을 덜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그:#우석훈, #솔로계급의 경제학, #다준다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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