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자전거
▲ 손녀가 지은 동시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자전거
ⓒ dong3247

관련사진보기


유치원 선생님으로부터 카톡이 왔습니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활동한 내용인데 재밌다며 보내주신 사진 속에는 동요를 응용해서 네모칸에 글을 지어 넣는 것이 보였습니다. 도시에서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쓰지 않는 '뚝방길'이란 단어가 떡하니 들어가 있었습니다.

뭐 촌스럽게 이런 단어를 다 쓰나 싶어 네모의 순서를 따라가 보았습니다. 마당으로 나와서 자전거를 타고 때르릉 때르릉 뚝방길을 달리는 사람, 의심의 여지 없이 할아버지였습니다. 뽈록 나오신 배때문에 달리기나 걷기는 힘들다고 기피하시는 할아버지가 유일하게 즐기는 운동이 뚝방길을 달리며 자전거를 타는 것입니다. 할아버지의 자전거 타기는 아이가 매일 봐 왔던 풍경이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사는 시골에서 네 살까지 지낸 아이는 2년 전에 도시로와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내지만 구사하는 언어는 시골 할아버지 표 그대로입니다. 유치원을 다녀온 아이에게 물으니 주인공은 예상한 바와 같이 할아버지였습니다.

아이의 그림을 보면 아이에게 중요한 사람들의 순서가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주말부부시절 아이의 그림 속에는 엄마가 제일 크게 나오고 그 다음이 아이 그리고 맨 나중이 아빠입니다. 그러다가 주말 엄마로 지방근무 중일 때에는 아이, 아빠 그리고 엄마 순으로 바뀝니다. 하지만 바뀌지 않는 고정 자리가 하나 있습니다.

늘 맨 앞에 있는 사람, 바로 할아버지였습니다. 손자들이 태어날 때마다 무한한 사랑을 쏟으시고 그 중에서도 유독 막둥이라 예뻐한 이 녀석도 할아버지의 마음을 이미 알아채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할아버지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이 아이 맘 속에 넘버원 자리는 늘 할아버지입니다. 할아버지가 다니러 오셨다가 잠시 잠이 든 순간에도 늘 불침번 서듯이 그 옆자리를 지킵니다.

낮잠을 주무시는 순간에도 옆자리
▲ 할아버지와 손녀 낮잠을 주무시는 순간에도 옆자리
ⓒ dong3247

관련사진보기


그리고, 지난주 고모할머니의 잔치에서도 할아버지를 졸졸졸 따라다니는 사람, 바로 이녀석이었습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늘 이렇게 좋아서 꼭 붙어있는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 가끔은 샘이 날 정도입니다. 두 사람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어릴적 엄마 아빠가 직접 키우지 못해 미안했던 마음이 조금은 위안이 됩니다.

일하는 엄마덕분에 주말에만 얼굴을 보며 할아버지 할머니가 키웠지만 엄마 아빠 못지않게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보살핌으로 이렇게 잘 큰 우리 아이. 앞으로도 할아버지에 대한 아이의 사랑이 변치 않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 사랑이 퍼지고 퍼져서 아이가 커가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조금씩 조금씩 물들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 내사랑 할아버지 언제나 함께 있습니다.
ⓒ dong3247

관련사진보기




태그:#할아버지와 손녀, #사랑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금, 소중한 이 순간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며 멋지게 늙어가기를 꿈꾸는 직장인 아줌마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