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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화과는 보통 늦은 여름부터 가을까지 딴다. 하지만 여름이 갓 시작되는 6월부터 따기 시작해 함박눈이 내리는 1월까지 따는 농가가 있다. 다른 농가보다 1개월 이상 빨리 따고 서너 달 늦게까지 따는 것이다.

남도 특산 무화과. 꽃이 따로 없는 신비한 과일이다. 비타민과 미네랄, 철분이 풍부해 소화가 빠르다. 피부 미용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도 특산 무화과. 꽃이 따로 없는 신비한 과일이다. 비타민과 미네랄, 철분이 풍부해 소화가 빠르다. 피부 미용에 효능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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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에서 두 차례 따는 2기작 덕분이다. 한여름과 가을엔 노지에서 많이 딴다. 사실상 봄철을 빼고 연중 따는 셈이다. 특히 초여름과 겨울에 따는 무화과는 부르는 게 값이다. 당연히 소득도 높다.

2기작 성공으로 무화과 시장을 평정한 이는 이진성(50)씨. 무화과 주산지로 알려진 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에서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다. 면적은 노지에 하는 토경 재배와 시설하우스에서 하는 양액재배 각 1만 제곱미터다.

무화과(無花果)는 고혈압과 변비, 부인병, 활력 회복에 좋다.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알칼리 식품이어서다. 비타민과 미네랄, 철분 함량도 풍부해 소화 흡수가 빠르다. 피부 미용과 수술 후 건강 회복에 좋다. 항암효과도 빼어나다. 생과와 건과로 먹고 잼, 양갱, 식초, 주스 등으로 가공되고 있다.

이진성 씨가 노지에서 한창 익고 있는 무화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법고시에 여러 번 떨어지고 농사에 도전, 금자탑을 세우고 있다.
 이진성 씨가 노지에서 한창 익고 있는 무화과를 보여주고 있다. 사법고시에 여러 번 떨어지고 농사에 도전, 금자탑을 세우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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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딛고 일어선 힘...무화과에 있다

이씨가 무화과 재배를 시작한 건 그의 나이 30대 중반이었다. 198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진학을 이유로 상경했다.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고시의 문을 두드렸다. 10년 넘게 도전했고, 2차 시험도 여섯 차례를 봤다. 고비를 넘어서지 못하고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 사이 몸이 많이 상했다. 더 이상 고시 준비를 하지 못할 정도였다.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내려왔다. 하지만 공부 외에 해본 게 없던 그에게 고향에서의 생활은 무료했다. 쉬면서 몸을 돌보는 것도 한두 달이었다.

주식과 선물(先物)에 손을 댔다. 심심풀이로 시작했는데, 고향의 논과 밭이 순식간에 날아갔다. 잠시 사건 중개인 역할도 했지만 빚잔치는 계속됐다. 이 씨는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창밖에서 자라고 있는 수박 넝쿨을 봤다. 여름날 수박을 먹고 무심코 내뱉은 씨앗이 싹을 틔운 것이었다. 신기했다. 수박 넝쿨에 관심을 갖고 정성을 기울였다. 분뇨도 뿌려주었다. 큰 수박이 열렸다.

무화과 어린 열매. 무화과는 새순 사이에서 열매가 하나씩 열린다.
 무화과 어린 열매. 무화과는 새순 사이에서 열매가 하나씩 열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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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일이 아무 것도 없었거든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는데. 수박에서 삶의 희망을 발견했어요. 희한하죠?"

이씨의 말이다. 주변에 지천인 무화과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다. 그의 고향인 전남 영암은 전국적으로 소문난 무화과 주산지다.

이 씨는 밭 한 귀퉁이에 하우스 한 동을 짓고 무화과 나무를 심었다. 하우스 안에서 먹고 자며 나무를 살폈다. 싹이 나서 이파리가 되는 과정도 종일 지켜봤다. 이파리 옆에서 열매가 맺혀 과일이 되는 모습도 신기했다. 그렇게 10개월 동안 하우스에서 살았다. 무화과의 생리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무화과 재배에 자신감이 생겼다. 겨우 두세 시간 눈을 붙이는 나날이었지만 피곤한 줄 몰랐다. 시행착오마저도 즐거웠다. 무화과 재배에 이력이 붙자 재배 면적을 늘려갔다. 친환경 무농약 재배도 시작했다.

2009년엔 무화과 재배 농가 가운데 처음으로 2기작에 도전해 성공했다. 내로라하는 전문가들도 어렵다고 한 일이었다. 수확을 끝낸 나무의 가지를 바로 잘라 새로운 가지가 자라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하우스 안의 온도 유지가 관건이었지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수확량도 다른 농가보다 두세 배 더 많다. 당도도 높다. 판로는 전국을 대상으로 한다. 가격이 가장 좋을 때 백화점, 호텔 같은 곳에 납품한다.

무화과 나무. 긴 이파리 사이에 열매가 하나씩 달려 있다. 이파리 하나에 열매 하나씩 열린다.
 무화과 나무. 긴 이파리 사이에 열매가 하나씩 달려 있다. 이파리 하나에 열매 하나씩 열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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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갛게 익어가는 무화과 열매. 이진성 씨는 이 무화과를 겨울까지 딴다.
 빨갛게 익어가는 무화과 열매. 이진성 씨는 이 무화과를 겨울까지 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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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성 씨가 자신의 무화과 밭 앞으로 펼쳐진 서창저수지를 가리키고 있다. 이 씨는 이 저수지 일대를 무화과 테마파크로 꾸밀 꿈을 꾸고 있다.
 이진성 씨가 자신의 무화과 밭 앞으로 펼쳐진 서창저수지를 가리키고 있다. 이 씨는 이 저수지 일대를 무화과 테마파크로 꾸밀 꿈을 꾸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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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농가의 출하가 시작되면서 가격이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전자상거래로 돌아선다. 소출은 남들보다 앞서 내고, 수확은 가장 늦게까지 하면서 높은 소득을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씨가 지금 편하게, 재밌게 농사짓는 이유다.

이씨는 앞으로 농약 한 방울, 비료 한 줌 치지 않는 유기농 무화과 재배에 나설 계획이다. 지금은 무농약 품질인증을 받은 상태다. 무화과 2기작과 노동력 절감기술도 이웃 농가에 보급할 생각이다.

나아가 이씨는 무화과 테마공원 조성을 꿈꾸고 있다. 무화과를 여러 가지 식품으로 가공하고 방문객들이 관광과 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원이다. 집 앞의 서창 저수지 주변 16만㎡를 마음속에 두고 있다. 그 꿈을 위해서 오늘도 그는 열심히 일하고 있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 있는 서창저수지. 이진성 씨가 무화과 테마파크로 만들 꿈을 꾸고 있는 곳이다.
 전남 영암군 삼호읍에 있는 서창저수지. 이진성 씨가 무화과 테마파크로 만들 꿈을 꾸고 있는 곳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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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남새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무화과, #이진성, #서창저수지, #무화과테마파크, #무화과 2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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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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