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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31일 오전 1시 26분]

세월호는 좌현 쪽으로 기운 다음에 완전히 뒤집혔다. 그런데 사고 초기에는 좌현 쪽이 수면과 가까워 오히려 탈출하기 쉬웠다. 선원들이 4월 16일 9시 45분경 조타실에서 빠져나온 곳 역시 좌현 갑판이었다.

학생들에게도 기회가 있었다. 29일, 12번째 증인으로 나온 R학생(남, 기자 주 - 발언순서에 따라 알파벳순으로 명명)은 배가 기울어진 직후 4층 중앙 로비 좌현 쪽에 있었다. 그는 친구들과 레크리에이션룸 쪽에서 대기하다가 점점 물이 들어오자 선생님 지시에 따라 좌현 출입문으로 나가려고 있었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줄을 서서, 차례대로. 이쪽으로 빠져나온 학생들은 대부분 생존했다.

그런데 갑자기 물이 밀려들어오면서 좌현 쪽으로 탈출이 불가능해졌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렸던 R학생은 벽을 타고 우현 쪽으로 건너와서 갑판으로 나왔다.

다음은 R학생의 증언을 정리한 것이다. 이 학생은 검찰만 신문했다.

초반에 좌현 갑판으로 쉽게 탈출할 수 있었지만...

[검찰 측 신문]

"숙소는 B-8번방이었다. 4월 16일 아침에는 밥 먹고 그냥 놀고 있었다. 레크리에이션룸 쪽에서. 배가 조금씩 흔들리다가 갑자기 되게 많이 기울었다 쿵 하는 소리는 못 들었고, 방 안에 좌현 갑판 쪽으로 창문이 크게 있어서 컨테이너가 바다에 떠 있는 것을 봤다."

"사고 당시 식당 쪽에서 접시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애들도 다 (좌현 쪽으로) 미끄러져서 내려왔다. 레크리에이션룸 기준으로 중앙 쪽에 있던 애들이 좌현 쪽 출입문으로 다 떨어졌다. 안내방송에선 그냥 '구명조끼 입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처음에는 대기하라고 했고. 잘은 기억이 안 난다."

"나도 그냥 가만히 있었다.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해서 가만히 있었다. 다른 애들도. 배가 더 기울어지고 물이 들어올 때까지, 한 10~20분 정도 레크리에이션룸 입구에 있었다. 여기(레크리에이션룸)에 계속 있다가 좌현 갑판 쪽 출입문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 문이 닫혀버려서 벽을 타고 올라왔다. 만약 나가라고 했다면 그랬을 거다. 못 움직이는 상황은 아니었다."

"구명조끼는 B-5번방이랑 6번방 쪽에 있는 애들이 전달해줘서 입었다. 그냥 애들이 꺼내오기에 입었다."

"배가 거의 다 기울어졌지만... 차례대로 순서 기다려"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4월 16일 오전 안산 단원고 수학여행 학생과 여행객 등을 태우고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 인근 해역에서 침몰하는 가운데 긴급 출동한 해경이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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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거의 다 기울어져서 바다가 (갑판에) 거의 닿을 때 선생님들이 나가야될 것 같다고 해서 애들이 나갔다. 순서를 기다리며 차례대로."

"내 차례 되어서 좌현 갑판 쪽 출입문으로 갔더니 그때는 이미 물이 조금 들어와 있었다. 근데 물이, 갑자기 파도가 치면서 출입문이 닫혀버렸다. 그래서 계속 물에 떠 있다가 점점 물이 차면서 몸이 떠올라 (우현) 출입구 쪽으로 나오게 됐다. 거기에선 사람들이 내려준 소방호스를 붙잡고 나왔다."

"내 앞에 있던 친구들은 (먼저) 좌현 출입문 쪽으로 나갔다. 레크리에이션룸에 있던 애들은 거의 다 나갔다. 이때 선원이나 해경이 도와준 적은 없다. 거기서 좌현 갑판으로 나간 애들은 다 구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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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단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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