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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문제로 참여정부 당시 낙마한 김병준 교육부총리.
 표절 문제로 참여정부 당시 낙마한 김병준 교육부총리.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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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8월 2일 김병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자진 사퇴했다. 취임 13일 만이었다. 그는 인사청문회를 통과했지만, 취임 이후 논문 표절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사퇴 압박을 받았다. 특히, 야당인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의 총공세에 김병준 부총리는 결국 낙마했다.

당시 김병준 부총리는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적극 해명했지만, 한나라당은 의혹이 제기된 것만으로도 잘못이라며 사퇴를 요구했다. 나경원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은 "표절 의혹은 교육 최일선에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많은 교수분들, 나아가 국민들의 양심을 훔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날을 세웠다.

이후 논문 표절 의혹이 있는 교육 수장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잣대가 생겼다. 하지만 김병준 부총리의 낙마 8년 뒤 새누리당은 새 교육 수장 후보자에게 다른 잣대를 내밀었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제자 논문 가로채기·유령학술지 논문 게재·허위 경력 기재 의혹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나오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야당의 사퇴 요구에 묵묵부답이다.

2006년의 한나라당 "소문 추궁받는 것만으로도 잘못"

노무현 대통령은 2006년 7월 3일 김병준 전 청와대 정책실장을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에 내정했다. 같은 달 18일 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은 '코드인사'와 두 자녀의 외고 입학 논란을 둘러싸고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김 후보자를 낙마시킬 결정적인 흠을 찾지 못했고, 사흘 뒤 김 후보자는 교육 수장 자리에 올랐다.

하지만 같은 달 24일 김병준 부총리에 대한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면서, 한나라당은 본격적으로 그의 사퇴를 주장했다. 당시 <국민일보>는 김 부총리가 1987년 12월 한국행정학회 연말 학술대회에 제출한 논문과 이듬해 2월 김 부총리의 제자인 신아무개씨의 박사학위 논문 기초자료가 동일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부총리는 자신의 논문에서 신씨가 수집한 자료를 썼다고 각주에서 밝혔다. 김 부총리 쪽은 "1987년 기초조사를 하도록 신씨에게 제안했고, 조사 결과는 각자 활용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논문 표절은 아니지만, 김 부총리가 제자의 자료로 먼저 논문을 발표한 후진적 행태라는 지적이 나왔다. 나경원 대변인은 이날 "송자 전 교육부 장관이 표절의혹 등으로 장관직을 사퇴한 바 있다"면서 김 부총리의 사퇴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또한 "교수들의 표절이 상아탑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면 교육부 수장의 표절은 국민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라 할 수 있다"면서 "이번 교육부총리의 표절의혹은 교육 최일선에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많은 교수분들, 나아가 국민들의 양심을 훔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힐난했다.

이후 김병준 부총리의 BK21 논문실적 중복·허위 보고, 논문 중복 게재 등 여러 의혹이 쏟아지면서, 사퇴 압박이 거세졌다. 27일 김 부총리가 기자회견을 자청해 잘못을 인정하면서 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에서도 사퇴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김병준 부총리는 '제2의 청문회'인 국회 교육위원회 출석해 해명하겠다고 밝혔지만, 한나라당은 이에 반대했다.

유기준 한나라당 대변인은 30일 성명에서 "김 부총리가 청문회를 요구한 것은 자기 합리화를 위한 얄팍한 술책이자 오기와 오만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나라당은 김 부총리가 사퇴할 때까지 강력한 퇴진운동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며 "김 부총리는 자신이 사퇴하는 것보다 더 확실한 교육개혁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결국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했지만, 한나라당 의원들의 거친 공격을 받아야 했다. 주호영 의원은 "시저가 자신의 아내에게 바람을 피웠다는 소문에 대해서 추궁하자 시저의 부인은 강하게 부인했다, '왜 소문을 갖고 그러냐'고 하자 시저는 '부인이 추궁을 당하는 것조차도 잘못'이라는 말을 했다"며 "법무부장관과 교육부장관의 능력에 대해서는 엄정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튿날은 김 부총리는 자진 사퇴했다.

과거 잊은 새누리당은 '묵묵부답'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자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를 나와 한국교원대 교수를 지내면서 현재 한국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다.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자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 후보자는 서울대 사범대 교육학과를 나와 한국교원대 교수를 지내면서 현재 한국교육학회장을 맡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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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8년 뒤 교육 수장에게 제기된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입장을 180도 바꿨다. 야당과 교육계는 김명수 후보자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이러한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 24일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자,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야당도 박근혜 정부 흔들기를 이쯤에서 멈추고 대승적인 견지에서 국정운영에 초당적인 협력 자세를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오후 박근혜 정부가 김명수 후보자를 비롯한 부총리·장관 후보자 8명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서를 국회에 제출하자, 박대출 대변인은 "인사청문회를 신속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인사청문회를 위해서는 청문위원의 자격부터 떳떳해야 할 것"이라며 역공에 나서기도 했다.

교육 수장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한 새누리당의 이중 잣대를 둘러싸고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8년 전 김병준 부총리를 낙마시킨 한나라당의 거센 공격을 지적하면서 "인사검증의 동일한 기준과 원칙이 적용되어야 한다, 새누리당은 이제 김명수 교육부 장관 후보에게 사퇴를 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25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지금까지 국회가 논문을 표절한 인사를 교육부장관에 추인하도록 한 적이 없다, 이 최소한의 기준을 박근혜 대통령이 깰 수는 없다"면서 "다수여당을 믿고 그렇게 하시는 것이라면 그것은 대통령과 여당을 망치고, 국회를 망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그:#새누리당의 이중잣대, #김명수 사회부총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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