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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통제의 주역, 청와대의 하수인 길환영 KBS 사장은 즉각 퇴진하라!"

원로 언론인을 비롯한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12일 오후 KBS 본관 앞에서 길환영 KBS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80년 해직언론협의회와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KBS가 국가재난주관방송사가 아니라 국가재앙초래방송이자 박근혜 헌정방송사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최근 KBS는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대해 막내급 기자들이 사내 게시판에 성토글을 게재하고, 보도국장이 사임하며 "(길 사장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밝히는 등 공영방송의 보도 독립성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5월 12일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환영 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5월 12일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이 KBS 본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길환영 사장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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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는 "세월호 유족들의 KBS 항의 방문에도 사과하지 않고 버티던 사장과 보도국장이, 유족들이 청와대와 면담을 하자 바로 사과하고 사임했다"며 "이는 KBS 인사권이 청와대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지적했다.

지난 8일 저녁 세월호 유족들은 KBS 본관 앞에서 항의 집회를 하며 김시곤 KBS 보도국장과 길환영 KBS 사장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이들은 유족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다음날 세월호 가족대책위는 청와대 앞으로 이동해 대통령 면담을 요구했고,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과의 면담에서 길 사장의 사과와 김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후 불과 4시간 후에 김 보도국장은 사의를 표하고, 길 사장은 가족들에게 직접 사과한 바 있다.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도 "길 사장의 사과는 자리를 보전하기 위함일 뿐"이라며 "기레기(기자 쓰레기의 준말)라는 말을 듣는 것이 창피하다는 일선의 외침에도 꿈쩍도 안 하다 청와대의 신호를 받고서야 움직였다"고 비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보도로 드러난 언론 문제가 KBS에서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길 사장의 사퇴에서 근본적인 언론 혁신운동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강성남 언론노조 위원장은 작금의 사태에 대해 언론인으로서 국민들에게 사죄하며 "대한민국 언론은 독재정치에 버금가는 악의 축과 같다"며 "언론노동자의 자성과 언론소비자들의 연대로 개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2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길 사장에 대한 내부 신임투표와 퇴진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또 KBS노동조합도 11일 '창사 이래 최대 위기, 길환영 사장은 조속히 결단하라'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발표하고, KBS와 청와대의 관련성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아래는 언론·시민·사회단체들의 기자회견 전문이다.

공영방송 보도통제의 수장, 길환영은 즉각 퇴진하라!

KBS는 국가재난주관방송사가 아니라 국가재앙초래방송이자 박근혜 헌정 방송사였다. 세월호가 승객 삼백여 명을 태운 채 속절없이 가라앉고 있는 동안 KBS는 구조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거짓보도에 열을 올렸고 그 사이 승객들은 하나둘 죽어 갔다. 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와 '조문'은 집중적으로 보도했지만, 정부와 언론의 거짓말에 항의하는 유가족들의 목소리는 단 한 번도 보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공영방송 KBS의 수장인 길환영은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조차도 잃어버렸다. 지난 5월 9일 밤, "연간 교통사고 사망자들에 비하면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숫자는 한꺼번에 죽어서 많아 보이는 것"이라는 김시곤 KBS 보도국장의 망언에 분노한 유가족들이 KBS 본관 앞으로 찾아왔을 때, KBS는 유가족들을 세 시간 넘게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 버려두었다. 오히려 유가족들을 난동꾼이라 생각했는지 경찰 버스로 본관 앞을 겹겹이 감쌌고 경찰들을 데려와 본관으로 가는 길목을 막았다. 사과는커녕 김시곤 보도국장과 길환영 사장은 끝내 유가족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KBS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유가족들이 청와대를 찾았고 여론이 악화하자 그제서야 청와대와 KBS는 부랴부랴 진화에 들어갔다. 김 보도국장이 사임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길환영 사장은 유가족들 앞에서 명목상 사과를 했다. 그러나 유가족들을 난동꾼 취급하고 내팽개쳤던 그들이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해 어쩔 수 없이 사과한 것을 진정어린 사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게다가 길환영 사장은 유가족들 앞에서 김시곤 보도국장의 사표를 수리하겠다고 공언해 놓고 보도국장의 보직 해임으로 그쳤다. 김 국장을 KBS 방송문화연구소 공영성연구부로 발령을 낸 것이다. 유가족들은 길사장의 말장난에 또 다시 기만당한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김시곤 보도국장이 사임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발언이다. 김시곤 국장은 이 자리에서 길 사장이 "권력의 눈치만 보며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며 길 사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보도본부의 핵심 인사에게서 나온 이야기인 만큼 KBS에서 보도통제가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은 이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길환영 사장은 정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공영방송을 '정권홍보방송', '관제방송'으로 전락시킨 것도 모자라 세월호 참사 거짓보도를 지휘하며 유가족들의 마음에 거듭 대못을 박았다. 이미 KBS에서 콘텐츠국장과 부사장직을 거치며 정권 찬양과 독재 미화로 얼룩진 방송을 수차례 제작한 탓에 '길완용'이란 별명까지 있는 길 사장의 퇴진은 이제 지금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 애초부터 그는 공영방송사의 사장직에 앉아서는 안 되는 인물이었다.

우리는 촉구한다. 정권의 감시견은커녕 정권의 애완견들만 득실거리는 KBS를 이제라도 국민과 함께하는 진정한 공영방송으로 탈바꿈시키려면 우선 보도통제의 주역, 청와대의 하수인 길환영부터 KBS에서 사라져야 한다. 다행히도 KBS의 젊은 기자 중에는 추악하게 몰락해 버린 KBS의 현실을 개탄하며 썩어 빠진 간부들을 향해 곧은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이 있다. 길 사장의 퇴진은 KBS를 다시 공공성과 독립성을 갖춘 공영방송으로 되돌리는 첫걸음이다. KBS 길환영 사장은 즉각 퇴진하라!

2014년 5월 12일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경기미디어시민연대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미디어기독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독립포럼 불교언론대책위원회 새언론포럼 언론개혁시민연대 언론광장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 전국언론노동조합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 표현의자유공대위(가나다 순)



태그:#길환영 퇴진, #KBS 독립성,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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