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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개나리, 들꽃 등 봄 기운으로 가득한 안양천변.
 벚꽃, 개나리, 들꽃 등 봄 기운으로 가득한 안양천변.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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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천(安養川)은 한강으로 유입되는 4대 지천 가운데 하나다. 경기도 의왕시 백운산 자락에서 시작해 군포와 안양시, 서울시 금천구·구로구·양천구·영등포구 등을 지나 성산대교 서쪽에서 한강에 합류하는 큰 하천으로 조선시대에도 대천(大川)이라 불렸다.

기자는 유년 시절 안양천이 가까운 목동에서 살아서인지 자전거를 타고 안양천 길을 달릴 적마다 아련하고 친근하게 느껴진다.

지난 6일 안양천을 찾았다. 산책로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며 이어지는 자전거 도로는 서울 성산대교 옆 한강과 안양천이 만나는 합류지점에서 경기도 의왕시청 부근을 지나 의왕소방서 앞에서 끝나는데 전체 길이는 약 30km다.

언덕이 없는 평탄한 길이라서 자전거 타고 달리기 참 좋은 하천이기도 하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을 지켜보며 산책로를 걷거나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보면 안양천의 매력에 푹 빠지고 만다.

길이 평탄해 자전거 타고 달려가기 좋은 안양천길.
 길이 평탄해 자전거 타고 달려가기 좋은 안양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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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은 물' 안양천은 어떻게 살아났나

안양천은 한강처럼 잘 다듬어진 강변과 잘 가꾼 조경을 가진 곳은 아니다. 그렇지만 자연스레 아무것도 없는 땅에 자라나는 무성한 풀들과 갈대숲, 너무 인공적으로 가꾸어지지 않은 하천 고유의 풋풋함이 남아있다.

정말 자연 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화단, 그리고 계절에 맞춰 피어나는 벚꽃과 아이리스, 코스모스, 갈대밭이 늘 회색빛인 도심 속에서 계절감을 확실히 느끼게 해준다. 그래서인지, 최근에 생겨난 '서울 둘레길' 코스에 안양천길도 들어있다.

안양천은 지난 1970년대 산업화와 개발 시대의 영향으로 급격히 오염됐다. 기계, 전기전자산업, 화학 등의 공장이 본격적으로 들어섰고, 군포공단, 안양공단, 구로공단 등 대규모 공업단지가 조성되었다.

공장이 속속 지어지고 노동자가 모여들면서 천변 일대 지역은 빠르게 변화했고, 이와 함께 안양천도 달라졌다. 수많은 공장들은 안양천의 풍부하고 깨끗한 물을 공업용수로 사용했고, 공장들은 용수를 공급한 발원지로 다시금 공장의 폐수를 흘러 보냈다. 공장에서 나오는 오수와 폐수들이 아무런 제한도 없이 그대로 하천으로 흘러 들었다.

하천 둑방길은 나무들이 많은데다 전망도 좋은 산책로다.
 하천 둑방길은 나무들이 많은데다 전망도 좋은 산책로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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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니 1970~1980년대 안양천은 썩은 물 수준이었다. 당시만 해도 그 어떤 생물도 살 수 없는 죽음의 하천이라 불리웠다. 1990년대 중반에 들어와서야 안양천의 수질이 개선되고, 둔치에는 농구장, 롤러스케이트 등의 체육공원, 자연학습장과 야외무대, 산책로와 자전거 도로 등이 꾸며졌다.

그러면서 강가는 다시 시민의 휴식공간이자 놀이 공간으로 돌아왔다. 일종의 하천 공원화 사업을 통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여러 시설물이 들어선 것이다. 그러다 지난 2001년부터10년여간 본격적인 안양천 살리기 운동이 시작됐다.

안양시를 포함해서 서울과 경기도 지역 13개 지방 자치단체가 함께 안양천 살리기에 나섰다. 이 사업은 자연형 하천조성사업으로 기존의 콘크리트 블록을 걷어내고 수생식물이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였으며, 원래의 자연 하천에 가깝게 되돌려 생물 서식처를 복원하며 생활환경을 아름답게 꾸미기 위한 노력이었다.

물이 맑아지자 안양천에는 각종 동물들이 돌아왔다. 흔히 보이는 쇠백로, 청둥오리, 왜가리 외에 최근에는 원앙과 큰기러기, 황조롱이, 말똥가리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 위기 조류까지 발견되고 있다고 한다.

하천 중간 중간에 쉬어가기 좋은 정자들이 있어 좋다.
 하천 중간 중간에 쉬어가기 좋은 정자들이 있어 좋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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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동식물과 함께 시민들도 찾아와 즐길 수 있도록 하천변에 자전거도로, 인공습지, 징검다리, 오솔길, 발지압장, 농구장, 쉼터 등의 편의시설이 잘 되어 있다. 넓고 풍성하게 펼쳐진 갈대숲 외에도 벚꽃길이 길고 아름다운 곳 중의 하나가 안양천길이다. 지난 주말에도 벚꽃과 개나리는 물론 봄까치꽃, 제비꽃, 민들레 등 예쁜 들꽃들도 곳곳에서 피어나 시민들을 반기고 있었다.

특히 벚나무는 구로구를 지나 영등포구, 반대쪽은 양천구까지 이어지는 긴 벚꽃 터널 명소를 만들어 냈다. 이 길을 자전거로 타고 달리면 구름 위를 걷는 느낌이 든다. 주위를 환하게 밝혀주는 하얀색의 고운 아름다운 벚꽃잎에서 향기가 나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다. 바람이 불 적마다 하늘하늘 날아와 머리며 어깨에 내려앉는 예쁜 벚꽃잎을 보니 괜스레 기분이 좋아져서 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같이 드실래요?" 훈훈한 인정 살아있는 곳

산란기의 큰 물고기들이 상류를 향해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산란기의 큰 물고기들이 상류를 향해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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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변 고유의 풋풋한 풍경을 간직한 안양천.
 천변 고유의 풋풋한 풍경을 간직한 안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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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안양천은 갈대와 풀이 무성하게 자라 강변이 싱그러운 녹색으로 뒤덮인다. 하천변 가까이에 난 길을 따라가다 보니 산란기를 맞은 물고기들이 수면 위에서 몸부림을 치며 연어가 그러하듯 물을 거슬러 상류를 향해 힘차게 헤엄을 치고 있다.

물고기들의 힘찬 몸짓을 보니 자전거를 탄 나또한 물을 거슬러 상류로 달려가는 한 마리 연어가 된 기분이 들어 다리에 힘이 불끈 솟았다. 낚시가 금지된 지역이어서인지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펄떡거리며 떼로 이동을 하니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많은 시민들이 모두들 진풍경을 만난 듯 "와~" 감탄을 하며 하천변에서 구경을 하고 서 있다.

하천 중간 중간에 전망 좋은 정자가 있어 쉬어가기 좋다. 정자 안에서 잠시 쉬어가려는데 나들이 나온 남녀 대학생들이 집에서 만들어 가져온 음식을 먹다가 "같이 드실래요?"하며 젓가락을 주며 권했다. 낯선 이에게 곁을 내주며 먹거리를 나눠주는 우리의 풍습이 어른들만이 아니라 젊은이들에게도 남아있다는 게 놀랍고 흐뭇했다.

한국 사람들의 매력은 겉으론 쑥스럽고 무뚝뚝하게 보여도 속으로 따스한 인정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껴본다. 얘기를 나누며 후식으로 과일까지 잘 얻어먹고 단체 사진까지 같이 찍었다. 

큰 하천이라 그런지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가 안전하게 멀찍이 떨어져 있다. 특히 하천 뚝방길(혹은 제방길)은 오래된 나무들이 도열하듯 서 있고, 안양천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참 좋다.

벚꽃 축제를 하는 때라 그런지 하천의 널찍한 마당에서 '안양천 주민 노래자랑' 행사를 하고 있었다. 먹거리 장터까지 함께 열리고 있고 동네 주민들이 많이 찾아와 북적북적한 게 흥겹다. 수더분하고 풋풋한 안양천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화창한 봄 날씨와 흥겨운 분위기에 힘든줄 모르고 신나게 달렸다. 부드러운 봄 바람, 따스한 햇볕, 환하게 웃어주는 봄꽃들, 사람들의 생기있는 표정··· 일 년 중 가장 좋은 나날이 지나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서울시 온라인 뉴스에도 송고하였습니다.



태그:#안양천, #벚꽃, #대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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