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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갑사
▲ 도갑사 도갑사
ⓒ 공응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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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을 뗀 뜨끈뜨근한 아궁이 방에서 잠을 자니, 몸이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새벽 목탁소리에 살짝 잠이 깨긴 했었지만, 새벽 예불에는 참가하지 않았다. 모든 일정이 자유롭기에 좀더 자기로 선택했지만, 참가해도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았다. 아침에 본 도각사는 어젯밤에 느낀 신비한 모습과는 다르게 웅장하고 경이로웠다.

이른 아침 7시 종소리를 들으며 밥먹으러 간 곳에서는 가지런히 놓여진 콩나물, 무생체, 김치, 파래무침, 버섯볶음, 된장 아웃국, 사과, 배, 밥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아이들에게 음식을 남기면 안 되는 곳이라며 먹을 만큼만 담으라고 하였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은 김치를 남겼고, 그 몫은 나에게 돌아왔다.

그래도 참가비 4만 원에 1박 2일 머물며 스님과의 대화도 하고 좋은 강의를 듣는 것에 비하며 남은 김치를 좀 더 먹어야 하는 수고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도 식사 예절과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고, 채소과 과일로 된 식단의 사찰음식을 먹어보게 하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 같았다.

월출산 국립공원 도갑지구 안내도
▲ 월출산 도갑지구 안내도 월출산 국립공원 도갑지구 안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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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갑사 2박째 템플스테이 여정 포행가는길
▲ 월출산 가는길 도갑사 2박째 템플스테이 여정 포행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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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기대하던 월출산 산행이 있었다. 사찰에서의 산행은 정상을 향해 나아가는 목표보다는 천천히 걸으며 자연과 대화하며 자신을 성찰하며 걷기를 실천한다. 얼마나 자연스럽고 멋스러운가. 진짜 기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것 같았다.

산으로 바로 이어진 길은 평지여서 걷기가 쉬웠고, 나무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어 나무의 이름을 알 수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나무의 이름을 알려주고 물소리, 새소리를 듣다보니 자연의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았다.

도갑사에서 월출산 가는길 노각나무
▲ 월출산 노각나무 도갑사에서 월출산 가는길 노각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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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 떨어진 도토리도 주워보며 아이들은 자연스레 자연에 젖어들었고, 오감을 깨우는 교육이 저절로 되는 듯 하였다.  

도갑사에서 월출산 가는길
▲ 숲속의 참나무과 식물 도갑사에서 월출산 가는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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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출산 올라가는길에
▲ 계곡 생태계 월출산 올라가는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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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은 너무나 아름다웠고 생명력이 넘쳐났다. 길을 오르다 보니 이끼에 대한 설명글이 눈에 들어왔다. 글을 읽으며 하찮은 이끼가 주는 선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절로 시 한구절이 떠올랐다.

월출산 올라가는 길
▲ 딱딱한 바위에 부드러운 이끼 월출산 올라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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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 많은 이끼 
                                               - 공응경

딱딱한 바위위에 부드러운 이끼야
넌 어쩜 그렇게 재주가 많니?

회색 빛깔을 초록빛으로 물들이는 미술쟁이 이끼야
넌 어쩜 그렇게 재주가 많니?

딱딱한 곳을 부드럽게 만들어 주는 마술연금술사 이끼야
넌 어쩜 그렇게 재주가 많니?

마른곳을 촉촉하게 만들어 주는 꿀광피부쟁이 이끼야
넌 어쩜 그렇게 재주가 많니?

집없는 이들에게 집을 지어주고 살곳을 마련해 주는 건축쟁이 이끼야
넌 어쩜 그렇게 재주가 많니?

딱딱한 바위 위 부드러운 이끼
▲ 월출산 이끼 딱딱한 바위 위 부드러운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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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직접



태그:#월출산 도갑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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