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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제법 많은 짐을 싣고 달리던 짐자전거가 풍미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자전거는 인간이 만든 기계 중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기계다. 그 중에서도 짐자전거느 여느 자전거와는 달리, 서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짐자전거 한때는 제법 많은 짐을 싣고 달리던 짐자전거가 풍미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자전거는 인간이 만든 기계 중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기계다. 그 중에서도 짐자전거느 여느 자전거와는 달리, 서민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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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자전거와 산악자전거의 전성시대, 저마다 스포츠웨어로 무장한 이들이 메이커 자건거의 위용을 뽐내며 부지런히 달리는 모습은 낯선 풍경이 아니다. '4대강 살리기'라는 흉물스러운 사업의 한 쪽에는 '자전거전용도로'도 있었으니 자전거는 이제 흔하디 흔한 물건이 되었다.

지하철 역이나 버스정류장 자전거보관소에서 버려진 자전거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아이들은 자전거를 잃어버려도 찾지 않으며, 그닥 비싸지 않은 자전거는 수리해서 타지도 않는다.

그러나 자전거는 그렇게 흔한 물건이 아니었다. 특히 70년대에서 80년대 초반까지는, 청계천을 중심으로 동대문운동장과 종로일대는 짐자전거가 엄청나게 많은 짐을 싣고 곡예를 하듯 골목골목을 누볐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자전거가 하던 일들은 오토바이로 넘어갔고, 리어카가 하던 일들도 소형트럭들로 옮겨졌다.

점점 근육을 직접 사용하는 일들은 쇠퇴했고, 더는 근력을 잃어버린 이들은 짐자전거나 리어카처럼 삶의 뒤안길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다. 폐휴지라도 모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리어카는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짐자전거는 유물이 되어버린 듯 만나기가 쉽지 않다.

어시장이나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포터에는 삶의 흔적들이 끈적하니 묻어있다. 대형마트의 카트와는 다르게 서민의 삶이 베어있는 것이다.
▲ 포터 어시장이나 재래시장에서 만나는 포터에는 삶의 흔적들이 끈적하니 묻어있다. 대형마트의 카트와는 다르게 서민의 삶이 베어있는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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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하는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막대한 공해를 내뿜는 기계들을 보면, 저러다 기계가 사람을 먹어치우지 않겠나 싶다. 이제 사람들은 저마다 좋은 기계를 넘어선 명품 기계로 무장을 하고 자신의 삶의 위치를 가늠한다.

거리마다 넘쳐나는 외제차, 신형신품들이 쏟아져 나오기만 하면 쓸만한 제품들도 모조리 고물이 되는 시대,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가전제품 선전도 있었는데, 이젠 일년도 되기전에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론다. 신제품은 출시되자마자 또다른 신제품이 구형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빠른 시대가 버겁다. 그래서일까? 인간의 노동이 더해져야 하는 것들을 만나면 새삼 고맙다. 그들은 공해와도 거리가 멀고, 그들을 이루고 있는 쇳조각조차도 마지막 순간에는 세상의 밑바닥에 있는 이들에게 고물값이라도 치르게 할 것이니 얼마나 귀한 물건인가?

노년의 삶은 오래된 것, 낡은 것이 아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우리 사회에서의 노년의 삶은 버겁고 또 버겁다.
▲ 노년의 삶 노년의 삶은 오래된 것, 낡은 것이 아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맞이한 우리 사회에서의 노년의 삶은 버겁고 또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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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상영되고 있는 <수상한 그녀>라는 영화에서 주인공은 50년 젊은 시절로 돌아갔지만, '그 시절을 살아가시라'는 아들의 말에,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도 단 하루도 다르지 않게 살아갈 것이다'고 말한다.

어쩌면 그게 삶이다. 그러나 늙어가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그 두려움에 맞서는 것은 개인의 몫이지만, 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게 해줘야 할 몫은 후대의 몫이요, 사회의 몫이다. 그들이 있어 지금 우리가 있다는 것을 애써 단절시키는 매정한 사회에서 이런 이야기는 고리타분한 이야길수도 있겠지만, 좋은 나라는 힘없는 노인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나라일 터이다.

나는 요즘 치매에 걸리셨지만, 어머니가 내가 아들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그것조차도 기억하시지 못하시는 이들도 많은데, 어머니는 꼬박꼬박 아들임을 알아보시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무엇을 낚으려는 것일까? 노동 끝에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아니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매일 나오는 것이라면 얼마나 쓸쓸한 풍경인가?
▲ 낚시 무엇을 낚으려는 것일까? 노동 끝에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 아니라, 시간을 보내기 위해 매일 나오는 것이라면 얼마나 쓸쓸한 풍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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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낚시광이었다. 주말에 퇴근하면 곧바로 낚시터로 달려가 1박을 하고 다음 날 새벽에 오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풀만큼 낚시광이었다. 그러다 실직자가 되고, 마음껏 낚시를 해보자고 낚시터에 갔을 때 단 10분 조차도 재미가 없었다.

나는 그 바다에서 낚시를 하던 그분의 뒷모습을 보면서 즐거운 시간, 행복한 시간이길 바랐다. 그냥 시간을 떼우기 위한 것이 아니길 바랐다. 일년에 혹은 몇 개월만에 갖는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이어야, 내 마음도 아프지 않을 것 같았다.

이 시대는 사람들을 공허하게 한다. 정직하게 사는 사람들이 곤경에 처하는 일이 다반사다. '약육강식'이라는 논리를 증명이라도 하겠다는 듯이 강자들이 모든 것을 독식한다. 그리하여 그들은 더 강해지고, 더 강해진만큼 더 가혹하게 수탈해 간다. 빼앗긴 이들은 더 약해지고, 더는 뒤로 물러설 곳이 없어 절망한다. 권력의 편에 선 이들은 아무리 큰 죄를 지어도 무죄이고, 그에 반하는 이들에게는 이런저런 죄목딱지가 붙여진다.

이런 공허함, 그런데 왜들 이렇게 익숙하게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것일까? 그렇게 힘든데, 그들은 살아갈 힘을 어디서 얻는 것일까?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들처럼,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일 터이다. 때론 초점이 맞지 않은 듯 흔들리는 삶이 다가올 때, 누구의 삶이라도 그렇다는 것을 생각하며 위안이 된다.
▲ 흔들림 바람에 흔들리는 들풀들처럼, 그렇게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이 사람일 터이다. 때론 초점이 맞지 않은 듯 흔들리는 삶이 다가올 때, 누구의 삶이라도 그렇다는 것을 생각하며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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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부터 '힐링'이 대세다. 달관한 듯한 힐링 선생들이 나와서 "왜 그렇게 힘들어 하냐?'고 호통을 친다. 그 좋은 치유의 방법들이란, 한결같이 개인의 문제로 돌려버리는 것이다. '나만 바뀌면 세상이 다 바뀔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하는 것이다.

내가 변하는 문제는 중요한 것이지만, 내가 변해도 세상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음을 그들은 알지 못할까? 사회 구조의 문제가 인간의 삶에 어떤 족쇄로 작용하는지 몰라서 그런 처방전을 쉽게 내뱉고, 호통을 치는 것일까?

시대가 힘들고 버겁게 느껴져서 그런지는 모르겠다. 모든 풍경들이 쓸쓸해 보였다. 그리고 흔들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쩌면 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가 흔들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대에서 위태위태 살아가는 그들을 보면서, 사라져가는 것들을 보면서 그들도 나와 다르지 않음에 위로를 받는 것이다. 그들에게 너무 호통만 치지 마시길. 그들 중에서 누군들 피어나고 싶지 않은 이가 있을까?


태그:#짐자전거, #노년, #흔들림, #힐링, #초고령화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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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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