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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박근혜 대통령(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자료사진)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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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꼼꼼한' 국내 현안 챙기기가 화제다. 빡빡한 정상회담 일정 중 시간을 쪼개 사상 최악의 금융사 개인정보 유출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에 대한 철저한 대응을 주문하는 이례적인 국정 챙기기에 나선 것이다. 

스위스 국빈 방문을 수행 중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한국시각으로 20일 밤 11시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경로를 철저하게 조사해 파악하고, 책임을 엄하게 묻는 한편,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점을 파악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에 대해서도 "철새 이동경로를 파악해 방역대책을 철저히 세울 것"을 지시했다.

홍보수석에 경제수석까지 나선 국정챙기기 브리핑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사의 역대 최대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롯데카드 임원단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카드 3사의 기자회견에서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허리숙여 사과하는 롯데카드 임원단 KB국민카드, NH농협카드, 롯데카드사의 역대 최대 개인정보 유출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롯데카드 임원단이 20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카드 3사의 기자회견에서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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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한국과 스위스의 시차에도 국내 악재 수습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을 가감 없이 공개했다. 박 대통령의 꼼꼼한 국정 챙기기를 알리려는 브리핑에는 홍보수석은 물론 조원동 경제수석까지 나섰다. 그만큼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청와대의 의도는 그뿐만이 아닌 것 같다. 국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박 대통령의 이번 인도·스위스 국빈 방문은 청와대의 기대만큼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여론이 악화되면서 언론들의 해외 순방 보도 비중은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다. 집권 1년차 내치에서 위기가 올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톡톡히 했던 해외 순방 효과를 이번에는 기대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게다가 청와대로서는 다소 억울한 일도 발생했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20일 언론에 보도된 박 대통령의 순방 일정은 공연 관람과 부채춤 배우기 등 문화교류 행사였다. 미리 정해진 일정이었지만 심각한 국내 상황과는 어울리지 않는 다소 한가한 모습으로 비칠 소지가 다분했다. 

박 대통령이 현지에서 개인정보 유출과 조류인플루엔자에 대한 긴급 지시를 내리고 청와대가 이를 뉴스로 만든 것은 이런 상황을 의식한 측면이 커 보인다. 

연제욱 국방비서관 '꼬리 자르기'에는 침묵

21일 오후 서울 청운동 청와대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군축팀장 조승현 씨가 군의 대선개입 책임자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 파면과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청와대 1인 시위 "군 불법대선개입 연제욱 구속하라" 21일 오후 서울 청운동 청와대 앞에서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평화군축팀장 조승현 씨가 군의 대선개입 책임자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 파면과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양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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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박 대통령이 꼭 챙겨야 할 국내 현안인데도 외면하고 있는 '사건'이 있다는 점이다.  21일 공개된 이아무개 전 사이버심리전단장의 군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연제욱 청와대 국방비서관은 심리전단장으로부터 매일 대선 개입 활동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연 비서관은 당시 군 사이버사령관으로 재직하던 중이었다.

연 비서관의 지시를 받은 심리전단 요원들은 주로 민주당, 통합진보당 등 야권을 비난하는 내용의 '작전 문구'를 열심히 트위터와 인터넷 블로그에 퍼날랐다.

앞서 군 조사본부는 연 비서관이 사이버사령부에 정치관여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며 사실상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군 검찰의 공소장 내용은 군 조사본부의 결론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군이 윗선을 보호하기 위해 '꼬리 자르기' 조사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박 대통령은 연 비서관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으로 기용했고, 정부 출범 후에는 청와대 국방비서관으로 발탁했다. 박 대통령이 연 비서관의 대선 개입 혐의를 인지할 수는 없었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대북 사이버심리전을 빙자한 불법 대선 개입의 공로를 인정한 모양새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연 비서관이 '개국공신'으로 인정받은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침묵하고 있다. 당사자인 연제욱 비서관도 언론의 취재를 피한 채 어떤 해명도 내놓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도 국내 현안을 챙기는 박 대통령도 여전히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을 외면해온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태그:#박근혜, #연제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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