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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또 하나의 약속>시사회에서 배우 박철민, 유세형, 박희정, 윤유선, 김규리와 김태윤 감독이 인사를 하고 있다.
▲ 무대 인사하는 <또 하나의 약속> 2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또 하나의 약속>시사회에서 배우 박철민, 유세형, 박희정, 윤유선, 김규리와 김태윤 감독이 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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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입대를 앞둔 친구는 영화 제작에 작은 힘을 보탰다. 약 2년 후, 그 친구는 제대를 했고 영화도 이제야 개봉을 한다.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실화를 토대로 만든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출연 배우인 유세형씨가 전한 본인의 사연이다.

극중에서 직업병 피해자의 동생 역할을 맡은 그는 20일 오후 서울 왕십리 CGV에서 열린 <또 하나의 약속> 언론시사회에서 "이번이 첫 영화인데 좀 힘들었다"며 "영화가 나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렸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유씨뿐만이 아니다. 감독과 다른 배우들 역시 "어렵게 만든 영화"라고 입을 모았다. 이 영화는 삼성 직업병 피해자 고 황유미씨 아버지 이야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황상기씨는 지난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23세 딸이 급성 백혈병으로 숨을 거둔 뒤 딸의 산업재해 인정을 위해 지금까지 삼성을 상대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를 두고 영화계 안팎에서는 '국내 1등 대기업이 시나리오에 얽힌 만큼 제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감독 김태윤(왼쪽 첫번쨰)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또 하나의 약속> 시사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감독 김태윤, 배우 김규리, 박희정, 윤유선, 유세형, 박철민.
 감독 김태윤(왼쪽 첫번쨰)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또 하나의 약속> 시사회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감독 김태윤, 배우 김규리, 박희정, 윤유선, 유세형, 박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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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 투자사 없어 제작두레로 제작비 마련"

김태윤 감독은 "우려와 달리 기업의 외압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보통 상업영화에 붙는 메이저 투자사가 없어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쓰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 말리는 분이 많았습니다. 배우 캐스팅이나 투자 유치가 어려울 것이란 조언이었는데요. 역시나 투자 받기가 힘들었어요. 메이저 투자사라고 하는 곳에서 돈을 전혀 받지 못 했으니까요."

초반에 자본 투자를 받지 못해 영화 촬영 시작도 점점 늦어졌다. 극중에서 고 황유미씨의 엄마 역을 맡은 배우 윤유선씨는 "촬영하기로 해놓고는 한동안 대본 리딩 후 밥만 먹고 헤어졌다"며 "정말 이 영화를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됐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돈이 없다면서 왜 만날 밥만 먹어요"라고 제작진을 타박한 적도 있다고 한다.

다행이 영화는 크라우드 펀딩과 제작두레·개인 투자 등을 통해 제작비를 마련했다. 국내외 1만여 명의 '개미투자자'들이 십시일반으로 영화에 힘을 보탰다. 세계여행을 위해 약 5년 동안 모은 자금을 이 영화에 선뜻 건네거나, 이민 가기 전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에 선물을 주겠다며 투자 의사를 밝힌 사람도 나타났다.

돈이 없다면서 갓김치나 가방을 대신 보낸 사례도 있었다. 제작진은 이 물품들을 팔아 제작비를 마련했다. 김 감독은 "자본을 전부 확보하고 촬영에 들어간 게 아니라 작업 흐름이 끊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여러 도움 덕분에 고비를 넘기며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 영화는 제작두레로 후원금 3억여 원을 모았고 100명 이상의 개인 투자로 12억 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덕분에 순제작비 10억 원을 유치했고 배급과 마케팅비 5억 원도 구했다.

배우들도 개런티 없이 출연하기로 했다. 노무사 역을 맡은 김규리씨는 "많은 분들이 보내준 마음 덕분인지 이번 영화 촬영 현장에는 유독 웃음과 눈물이 많았다"며 "이 작품처럼 가슴이 울렁거린 현장은 드물다"고 소감을 전했다. 극중에서 아버지 역을 맡은 박철민씨도 "작은 기적들이 모여 영화 개봉이라는 큰 기적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하늘도 시민도... <또 하나의 약속> 위해 '기적' 만들다

감독 김태윤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또 하나의 약속> 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김태윤 "이 영화 누군가 도우는 느낌 받았다" 감독 김태윤이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또 하나의 약속> 시사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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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과 출연진은 "실제로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며 몇 가지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아마 3월 말이었을 거예요. 눈 내리는 장면이 필요했는데, 절대 눈이 올 수 없는 때였어요. 그런데 갑자기 강원도에 기적처럼 눈이 펑펑 왔어요. 배우들은 비록 추위에 떨며 촬영했지만 필요한 장면을 얻어 기분이 좋았어요." (배우 김규리)

"우리는 예산이 부족해서 기계로 비, 눈을 뿌릴 수 없었어요. 그런데 이상하게 눈이 왔으면 하고 바라면 눈이 왔고, 비가 왔으면 하고 바라면 비가 왔어요. 누군가 제작비를 보태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면 어디선가 투자자가 나타나기도 했어요. 철민씨가 '많은 기적들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는데, 공감합니다. '정말 이 영화는 누가 지켜주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김태윤 감독)

감독과 배우들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들이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황씨 역을 맡은 박희정씨는 "(반도체 직업병 피해는) 비단 어떤 특정 인물만이 아니라 어느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많은 분들이 관심과 사랑으로 이 영화를 바라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윤유선씨는 "이 영화를 계기로 대기업이든 개인이든 나 때문에 불편함을 겪는 사람은 없는지 한번쯤 돌아봤으면 한다"고 바랐다.

2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또 하나의 약속>시사회에서 가족으로 나오는 배우 박철민, 박희정, 윤유선, 유세형이 손인사를 하고 있다.
▲ '우리 함께 가족으로 출연했어요' 20일 오후 서울 왕십리CGV에서 열린 영화<또 하나의 약속>시사회에서 가족으로 나오는 배우 박철민, 박희정, 윤유선, 유세형이 손인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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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오는 2월 6일 개봉한다.


태그:#또하나의약속, #삼성백혈병, #삼성직업병, #황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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