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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미국 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3일 청와대에서 미국 CNN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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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현재 박근혜 대통령은 인도를 국빈방문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은 인도에 이어 스위스를 국빈 방문하기 위해 지난 15일 출국했습니다.

대통령이 해외순방에 나서면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항상 하는 일이 있는데요. 바로 외국언론을 통해 공개된 박 대통령의 인터뷰 '받아쓰기'입니다. 아시다시피 취임 이후 한 번도 국내언론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은 박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앞두고는 방문국의 언론들과 대부분 인터뷰를 해왔습니다.

다보스포럼 참석이 포함된 이번 순방을 앞두고 박 대통령은 미국의 CNN, 블룸버그통신과 인터뷰를 했고, 인도의 국영방송 DDTV와 인터뷰를 했습니다. "박 대통령 '북 이산가족상봉 거부, 안타깝다'" , "박 대통령 '북 김정은 장악력 취약해질 수도'"와 같은 제목의 보도는 모두 이들 인터뷰를 인용해서 보도한 것들입니다.

대통령의 인터뷰가 힘들다 보니 외신에 보도된 박 대통령의 말 중에 뉴스가치가 있는 부분을 인용해 보도하는 일이 반복 된 겁니다.  지난해에도 박 대통령은 미국의 CBS와 <워싱턴포스트>, 중국의 CCTV ,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포스트>와 < KOMPAS >, 프랑스의 <르피가로>, 영국의 BBC 등 총 8번 외신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국내언론 인터뷰 기피, 이명박·박근혜의 닮은꼴

전임 대통령들은 어땠을까요. 먼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살펴보면, 박 대통령 보다 사정이 낫긴 하지만 국내언론 기피 증세는 비슷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중 국내언론과 인터뷰를 한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인데요.

단독 인터뷰는 2010년 11월 <동아일보>, 퇴임을 앞둔 2013년 2월 <조선일보><동아일보>와 한 게 전부입니다. 개별 언론과는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는 게 원칙이라고 했지만 상황에 따라 보수언론만 고른 점이 눈에 띄네요. 이 전 대통령은 특히 국내언론과 인터뷰하더라도 외신과 짝을 지어하는 형식을 선호했습니다.

<연합뉴스>와 일본의 <교도통신>, <조선일보>와 영국의 <더타임스> 일본의 <마이니치>, <중앙일보>와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중국의 <인민일보>, 일본의 <니혼게이자이> 등을 묶어 하는 식이었습니다. 외신 인터뷰에 국내언론을 끼워넣을 때 특정 보수언론만 선택해 다른 언론사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었죠. 특히 영향력이 큰 미국의 CNN, <워싱턴포스트> 영국의 BBC 등 유수 언론과는 단독 인터뷰 자리를 자주 마련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도 마찬가지인데요. 이같은 국내언론 홀대는 역대 대통령들이 언론사 창간 기념일 등에 맞춰 해당 언론과 개별인터뷰를 해왔던 것과는 크게 다른 모습입니다.

박 대통령의 대 언론 가이드라인... "특종도 낙종도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인도 두다샨(Doordarshan) TV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일 인도 두다샨(Doordarshan) TV와 인터뷰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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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이 국내언론보다 외국언론을 선호하는 것은 왜 일까요. 청와대 관계자들은 외국언론과의 인터뷰에 대해 세일즈 외교의 연장선상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정상외교를 위해 상대국을 방문하기 전에 그 나라의 유력 언론들과 인터뷰를 하는 것은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효과적인 기회라는 것입니다.

반면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마다하는 이유는 좀 독특(?) 합니다. 모든 언론을 평등하게 대하려는 박 대통령의 '배려' 때문이라는 설명인데요.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좀 거칠게 요약하자면 한 언론을 선택해 인터뷰를 할 경우 그 언론에는 특혜가 되는 반면, 인터뷰에서 배제된 언론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게 된다는 겁니다.

박 대통령은 2012년 초 새누리당 공천심사위원 인선 과정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기자분들이 걱정이 많은 것은 아는데요, 제가 (특정 언론사를) 낙종 (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해요"라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이같은 박 대통령의 언론 가이드라인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유명했던 "특종도 낙종도 없다"는 말은 특정 언론에 미리 정보가 새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박 대통령의 의중을 그대로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취재를 위해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들과 첩촉하면 비슷한 이야기가 나올 때가 많습니다. 질문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다른 언론에도 똑같이 이야기 하지 않을 거니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며 안심시키는 식이죠.  

국내언론 홀대에서 드러난 '불통'의 징후

하지만 박 대통령이 국내언론을 피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언론과 외국언론 인터뷰 성격의 차이를 살펴보면 이유가 분명해 집니다. 먼저 외국언론은 인터뷰를 하더라도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등 외교안보 현안이 주요 관심사입니다. 골치 아픈 국내 정치상황은 제쳐둘 수 있습니다. 국내 정치를 벗어나 외교 무대에서 고민하는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외신 인터뷰만한 게 없습니다.

하지만 국내언론들은 아무래도 민감한 국내 정치현안을 집요하게 따져 물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대답하고 싶지 않은 사안까지 파고들어야 하는 게 기자들의 임무라 대통령이 갖는 정치적 부담이 큰 인터뷰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박 대통령의 경우 지난해 국가기관 대선개입 사건, 부정 선거 논란 등으로 피해가고 싶은 이슈가 연이어 터지는 상황 속에서 인터뷰는 커녕 기자회견마저 단 한 번도 하지 못했습니다. 대신 수석비서관회의나 국무회의 등을 통해 대통령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전달하는 데 그쳤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내언론과 인터뷰를 꺼린 이유도 집권 초 벌어졌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논란과 촛불 시위, 4대강 사업 논란, 민간인 불법사찰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현안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었죠.  

결국 대통령이 국내언론은 피하고 외국언론들과의 인터뷰를 고집하는 것은 국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민감한 국내 현안을 피해가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언론 인터뷰 기피에는 하고 싶은 말만 하겠다는 불통의 기저가 깔려 있다는 것이죠.

박 대통령이 불통 해소 카드로 새해 첫 기자회견에 나섰지만 오히려 불통 논란이 커진 상황입니다. 특정 언론에 특혜를 주지도 않고 불통 논란도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없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이 보다 민감한 현안을 피하기 보다 자주 기자회견 자리를 만들어 주요 국내 현안을 놓고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는 겁니다. 이게 책임감 있는 국정운영의 태도 아닐까요? 집권 1년차에 그랬듯이 집권 2년차에도 외치로 내치의 실점을 만회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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