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11월 21일 오전 울산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의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류경민 의원(사진 왼쪽)이 'A 공무원의 할머니 성추행' 사실을 지적하며 울산시의 성폭력과 성희롱 근절 의지가 약하다고 질타하고 있다. 이에 울산시 고위 간부는 "교육을 해서 될 일이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고 답했다  
ⓒ 울산시의회 인터넷방송 캡쳐
 11월 21일 오전 울산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의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 행정사무감사에서 류경민 의원(사진 왼쪽)이 'A 공무원의 할머니 성추행' 사실을 지적하며 울산시의 성폭력과 성희롱 근절 의지가 약하다고 질타하고 있다. 이에 울산시 고위 간부는 "교육을 해서 될 일이 아니라 개인의 문제"라고 답했다 ⓒ 울산시의회 인터넷방송 캡쳐
ⓒ 박석철

관련사진보기


울산시의회가 울산시를 비롯한 45개 지역 기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지난 11월 13일부터 시작해 26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22일 현재 종반으로 치닫고 있는 '2013년도 행정사무감사'는 제5대 울산시의원의 임기 마지막 행정사무감사이자 감사 위원들이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하는 것이라 여야를 막론하고 날타로운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를 보면서 그동안 시민단체로부터 "집행부인 울산시의 거수기 역할을 한다"는 지적을 들어왔던 새누리당 시의원들도 나름대로 그동안 금기시 돼 왔던 3선 새누리당 시장에 대해 지적을 내놓은 등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행정사무감사 답변에 앞장서야 할 박맹우 울산시장이 감사가 시작된 13일부터 21일까지 돌연 동유럽 순방을 떠나면서 집행부의 저항이 예상되더니, 급기야 감사장에 나온 울산시 간부 공무원들의 답변은 그야말로 놀라울 정도의 대담한 내용들이다. 

"커피값 5000원 안 비싸다" "성추행 공무원은 교육한다고 되는 일 아니다"

지역 시민단체는 올해 행정사무감사에서 다룰 쟁점들이 산적해 있다는 점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의원들이 역할을 다해 줄 것을 주문하면서 쟁점이 될만한 의제들을 이미 제시한 바 있다.

시민단체의 주문도 그렇지만, 이번 행정사무감사의 핵심은 단연 울산시와 박맹우 시장이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태화강'에 집중됐다.

그동안 시민사회는 누누이 수천 억원 이상의 천문학적인 시민 예산이 투입돼 개선된 태화강의 수질을 모든 행정의 투명함으로 갈음하는 집행부의 독선을 질타해 달라는 요구를 이어왔다.(관련기사 : <"자전거 도로 사업에만 예산 치중... 내년도 예산 보여달라">)

하지만 울산시 고위 공무원들의 답변 태도는 3선 시장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감사 의원들에게 고성으로 답하는 데 못지 않은 권위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이라이트는 시정을 바라보는 관점이 서민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관련기사: <국감 의원들 질타에 '버럭'한 울산시장>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20일 열린 환경복지위원회의 울산시 태화강관리단 행정사무에서 나왔다. 울산시의회 이성룡 환경복지위원장은 울산시가 예산을 투입해 조성한 태화강전망대에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커피숍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커피값이 5000원을 넘고 팥빙수가 1만6000원으로 비싸다. 시민부담을 줄이기 위해 1000원짜리 무인카페로 하라"는 주문을 내놨다.

하지만 울산시 태화강관리단 간부는 "커피값 5000원은 울산 최고 번화가인 삼산동 커피명가에 비하면 비싼 것이 아니다"며 시의원의 주문을 일축한 것.

이같은 지자체 고위 간부의 인식은 울산시민 대다수의 물가인식과는 상반된 것으로, 그동안 울산시의 물가 행정을 비롯한 시민행정이 어떠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낳기에 충분했다.

울산이 비록 부자도시로 불리긴 하지만 이는 특정 대기업 정규직의 높은 임금과 연관이 있고, 나머지 비정규직과 자영업자 등 대다수 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간과한 것이다.

특히 21일 열린 울산시 상수도사업본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는 근래들어 빈발하고 있는 공무원들의 일탈 근원점이 과연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낳기에 충분했다.

울산에서는 지난 5월 한 공무원이 70대 여성을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겠다며 자신의 차에 태운 뒤 성추행해 기소돼 재판을 받는 부끄러운 일이 발생한 바 있다.

이날 류경민 의원은 "울산시가 성폭력과 성희롱 근절 의지가 있다면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하지만 성희롱 예방교육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울산여성회 회장 출신으로 울산아동여성폭력예방조례를 발의해 통과시켰고, 그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성희롱 예방 교육 을 강화할 것을 주창해 왔다는 점에서 일면 수긍이 가는 질타였다. .

하지만 해당 공무원이 근무했던 상수도사업본부 간부의 답변은 우려를 자아내게 했다. 그는 "이런 사건은 교육을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라 본인의 인성에 달린 문제"라고 답해 성범죄와 관련된 고위 공무원의 관점을 엿보게 했다.

이제 몇 일 남지 않은 울산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앞으로 고위 공직자들이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사뭇 궁금해진다.


태그:#울산시 행정사무감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