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유튜브를 검색하다 800만 명 이상이 시청한 사우디아라비아(아래 사우디) 코미디언 파게의 비디오를 보았다.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여인이여 울지 말아요)'를 변환한 'No Woman, No Drive(여인이여 운전하지 말아요)'였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운전을 금지한 사우디 정부 정책을 비웃는 비디오였다. 잘 생긴 중동 청년이 사우디 전통 복장을 입고 밥 말리 노래를 부르면서 사우디 정부의 여성 운전 금지를 고발하는 장면은 심각하기보다는 유쾌했다.

봉건 토호국인 사우디는 여성들의 운전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여성이 운전하면 교통법규 위반으로 구금되거나 직장에서 해고된다. 이슬람 원리주의 국가인 사우디의 여성들은 외출할 때면 전통 복장인 '아바야'를 입어야 하고 집안의 남성 가족이 동반해야만 집을 떠날 수 있다. 또 여성이 직장을 구하거나 여행을 가거나 은행 계좌를 열 때도 남성 가족의 허락이 있어야만 한다. 아직도 사우디 여성들은 투표의 자유를 얻지도 못하고 있다.

사우디에서 여성은 남성의 도움 없이 살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일 뿐이다. 사우디 여성들은 조선시대 여성들처럼 집 밖을 나갈 때면 장옷을 머리 끝부터 뒤집어 쓰고 하인과 함께 해야 외출이 가능하다. 부유한 집안의 여성이면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출신의 전용 운전사들을 고용하지만 차가 한 대뿐인 여성들은 집안의 남성 가족이 돌아와서 데리고 나갈 줄 때까지 기다려야만 한다.

그러나 이런 사우디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경제 환경이 바뀌면서 사우디 여성들도 쇼핑센터에 가서 장을 봐야 되고 아이들을 학교에 가서 픽업을 해야 한다. 더구나 사우디는 대중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서 근거리 이동에는 자동차가 필요하다. 새로운 경제 환경은 집에 남성들이 돌아올 때까지 여성들이 기다릴 수만은 없게 한다. 여성들도 운전을 해서 아이들을 보살피고 시장을 보고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woman2drive facebook campaign
 woman2drive facebook campaign
ⓒ woman2drive

관련사진보기

1990년대부터 용감한 사우디 여성들이 당국의 허가 없이 운전을 하기 시작했다. 많은 여성들이 교통경찰에 의해 구금되면서까지 운전을 했다. 여성 운전을 독려하는 'Woman2drive'라는 페이스북 캠페인도 시작됐다. 통제사회인 사우디에서 생긴 최초의 온라인 청원운동이었다.

사우디는 이슬람의 탄생지이자 봉건 토호국여서 다른 이슬람 국가보다 더 보수적이다. 이슬람 원리주의를 신봉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사우디의 종교학자인 알 루하딘은 "여성의 생식 기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여성 운전을 금지해야 된다"고 주장한다. 파게가 만든 유튜브 비디오에서는 "여성이 뒷자리에 앉아 있으면 자궁이 안전하기 때문에 많은 아기들을 생산할 수 있다"고 종교학자들을 비웃는 가사를 만들어서 노래한다. 여성을 아기 만드는 암소처럼 생각하는 사우디 종교학자들로서는 자궁에 조금이라도 충격이 가해지면 생식을 할수 없으니 운전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파게의 'No Woman, No Drive'는 유쾌하게 사우디 종교학자들을 비웃고 그들의 황당한 생각들을 꼬집고 있었다. 모든 이슬람 남성들을 광신론자라고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내 생각을 뒤집어 놓는 비디오였다. 저명하신 알 루하딘을 만나면 내 차에 태워 과속운전을 하리라. 그리고 그에게 과속을 할수록 피가 빨리 돌아 생식이 더 잘되는 것이라는 것을 꼭 알려주리라.


태그:#국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