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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공무원노동조합이 법원 내 비정규직의 신분 불안 문제 공론화에 팔을 걷고 나서 주목된다.

이들은 특히 법원 내 비정규직 비율이 검찰에 비하면 5배, 국회에 비하면 2배가 넘는 상황이라고 지적하면서,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조차 비정규직을 채용하면서 어떻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판결과 비정규직들에 대한 판결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은 당장 비정규직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는 어렵겠지만, 일단 법원행정처가 비정규직 비율을 축소해 나가는 방안에 대해 계획을 발표하고 이를 적극 추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의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라고 밝혀, 법원행정처에 대한 압박을 예고했다.

지난 1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 있는 전국공무원노조 법원본부(법원공무원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이상원 본부장과 강승복 사무처장을 만나 법원 내 비정규직 문제를 들었다.

좌측이 강승복 사무처장, 우측이 이상원 법원본부장
 좌측이 강승복 사무처장, 우측이 이상원 법원본부장
ⓒ 신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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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법원본부는 법원 내 비정규직 공무원 현황으로 일반계약직, 전문계약직, 별정직 3종류로 분류했다. 법원본부에 따르면 일반계약직은 전국 법원에 총 52명이 있다. 이들 중 대부분은 가사조사관이고, 일부는 대법원에 있는 노무사 등도 포함된다. 전문계약직은 479명이 있는데, 이들은 계약직 속기사다. 법원에는 기능직 공무원인 '속기원'과 계약직인 '속기사'가 있다.

또 별정직인 법원경비관리대원 243명이 있다. 법원경비관리대원은 별정직 공무원 신분임에도, 법원본부가 비정규직 공무원으로 분류하는 이유는 10년 임기가 정해져 있고, 필요성에 의해 5년씩 연장하면서 신분을 보장받는 불안한 신분이기 때문이다.

법원본부가 이들 3가지 직종의 정규직 공무원 전환을 요구하는 데에는 기본적으로는 안정적인 신분 보장이다. 여기에다 준사법기관인 검찰이나 헌법기관인 국회와의 비정규직 공무원 비율을 비교(별정직 제외)해 보면 법원이 비정규직 비율이 월등히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도 꼽는다.

실제로 법원은 전체 직원 1만4732명(법관 제외) 중 비정규직이 531명으로 전체 3.6%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 검찰의 경우는 전체 직원 7945명(검사 제외) 중 비정규직은 57명으로 0.7%이고, 국회의 경우 총 정원과 현원이 비슷한데 전체 직원 3432명 중 비정규직이 60명으로 1.7%이다. 법원의 비정규직 비율을 검찰에 비교하면 5배 이상, 국회에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이와 관련, 이상원 본부장은 "이 비교에는 사실상의 계약직으로 보는 법원경비관리대원은 뺀 것인데도, 비정규직 비율이 검찰과 국회에 비해 월등히 높다"고 지적했다.

법원공무원노동조합에서 요구하는 건 당장 계약직 비율을 줄일 수 없다면, 법원행정처에서 최소한 3개년 계획 등 계약직 공무원을 줄여 나갈 방안을 발표하고 그대로 실천하라는 게 핵심이다.

이상원 법원본부장에 따르면 가사조사관의 경우 현재 일반계약직으로 선발하고 있다. 계약기간은 2년+1년 등 총 3년 계약 후 그동안의 근무평정, 태도, 실적 등을 따져 정규직으로 전환하게 된다. 지난 7월 정규직 전환에서 가사조사관 1명이 탈락했다.

계약직 속기사의 경우 계약기간은 총 5년(계약단위 2년+2년+1년). 처음 2년 계약에 이후 2년 계약 이런 식으로 계약 갱신을 통해 근무하면서, 정규직 공무원(기능직 속기원) 정원이 확보될 경우 경쟁시험을 통해 정규직으로 전환되고 있다. 하지만, 5년 이내 정규직 채용이 되지 못하는 경우와 5년의 총 계약기간 종료 후 다시 새로이 계약을 맺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본부장은 "정규직 채용이 안 된 경우 집으로 가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이거나, 다시 신규 계약직 채용 형식으로 법원에서 속기사로 근무하게 된다. 그러면 또 다시 계약기간 5년 동안 근무하며 정규직 채용의 길을 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렇게 정규직(속기원) 채용이 보장돼 있지 않아, 속기사들이 신분 불안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속기사의 경우 1997년 IMF 이후 민간부분 뿐만 아니라 정부 각 부처에도 일정비율의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후 법원은 공판중심주의 강화 등으로 속기업무에 대한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계약직 채용이 더욱 확대됐다.

이와 관련, 강승복 사무처장은 "당시 법원에서는 속기 수요 급증에 대처하고자, 원칙적인 방법인 기획재정부와의 속기원 정원 확보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였으나, 갑작스런 대규모 인력증원에 대한 기획재정부의 거부감으로 인해 정규직 속기원 증원 협상에 실패하였고, 이에 법원은 편법적 방법으로 계약직채용을 위한 예산만을 확보하여 자체적으로 계약직 속기사를 대거 채용했다, 이러한 방식이 고착화되면서 현재와 같이 법원 내 비정규직 비율이 급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상원 본부장은 "올해 12월 정부의 직종개편이 있어, 이에 따라 계약직 공무원제도가 없어진다"면서 "계약직 속기사 같은 경우 '임기제 일반직 공무원'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또 "그런데 이분들은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공무원이 아니라 이름만 '임기제 일반직 공무원'으로 뽑겠다는 것으로 사실상의 계약직 공무원"이라며 "이분들은 임기가 끝난 뒤 채용을 안 하면 사실상 잘리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과 같이 신분 불안을 안고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약직 속기사들의 경우 직종 개편으로 '일반직 공무원'이 된다고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신분 불안을 느끼고 있다, 왜냐하면 계약직 공무원이 임기제 일반직 공무원으로 이름만 바꿔 직종 개편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분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며 "따라서 법원행정처에 몇 년 계획에 걸쳐 비정규직 비율을 줄여나가는 방안을 발표하라고 요구하고 싸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계약직 속기사들은 매우 소외돼 있어, 당연히 업무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분들은 저임금으로 노동을 강요하고 착취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기사 같은 경우 법원에서 상당히 업무량이 많은 직렬에 속하는데, 신분 보장도 안 되고, 급여도 상당히 낮다. 연봉제인데 1400~1500만원 정도다. 최저임금체계보다 조금 더 받는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며 계약직 속기사들의 현실을 전했다.

이 본부장은 "법원 계약직 속기사 분들도 다른 부처 정규직 속기사들과 비교할 텐데, 그들 연봉의 60~70% 수준"이라며 "따라서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업무에 대한 애착이 높을 수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직 속기사들에게 법원에서 성실하게 일하라고 하는 건 무리다"라고 법원행정처를 질타했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한꺼번에 정규직 채용이 어렵다면, 또 타 기관에 비해 법원의 비정규직 비율이 월등이 높다면, 적어도 법원행정처가 비정규직 비율을 순차적으로 줄여 나가는 방안을 발표해 이분들의 신분 불안을 안심시켜 줘야 한다는 게 법원공무원노동조합의 입장이다. 이런 게 대법원에 대한 우리의 요구다"라고 강조했다.

"별정직 '법원경비관리대원', 정규직으로 채용하라"

법원본부는 '법원경비관리대원'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법원본부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임기 10년)인 법원경비관리대원의 경우도 비정규직 공무원으로 분류했다.

이상원 법원본부장
 이상원 법원본부장
ⓒ 신종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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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에 대해 이상원 본부장은 "법원경비관리대원들은 처음에는 10년 동안 신분 보장이 된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5년마다 새로 갱신을 해야 된다. 이 분들은 별정직 공무원 신분으로 법령상은 계약직은 아니지만 처음에 10년 이후 5년+5년 단위로 계속적으로 갱신을 해 신분을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의 계약직 공무원으로 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원경비관리대원은 이른바 '판사 석궁 사건', 법정 내 폭언, 폭행, 흉기난동 등 법관에 대한 테러 위험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술 유단자로 하여금 법정 안팎에서 법관들의 신변보호를 강화할 목적으로 채용됐다.

법원에는 현재 법정보안을 맡는 법원경위, 법원청사 방호를 맡는 법원경비관리원(방호원), 법원 내 교통통제 등 법원 외각 방호를 맡는 청원경찰이 있다. 모두 정규직 공무원이다. 그리고 여기에다 무술 유단자 위주로 선발하는 '법원경비관리대원'이 있다. '법원경비관리원'과 이름이 흡사하나 다르다.

그런데 '법원경비관리대원'은 법정 안팎에서 법관의 신변보호는 물론 법원청사 보안 업무 등 법원경위와 방호원들이 하는 업무를 모두 겸하고 있다. 그런데도 법원경비관리대원은 일반직공무원(법원경위)도 기능직공무원(방호원)도 아닌 10년 임기의 '별정직공무원' 신분이라는 것이다.

때문에 이상원 본부장은 "문제는 법원경위, 방호원과 유사업무를 수행하는 법원경비관리대원을 신분보장이 되는 일반직(법원경위) 또는 기능직(방호원)이 아닌 '별정직'으로 채용한 것은 결국 10년(계약단위 5년+5년) 뒤 채용 목적에 부합하지 않게 되는 인원은 다시 채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는 결국 계약직과 같은 비정규직과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본부장은 "법원경비관리대원들과 유사한 업무를 하는 법원경위 등은 정규직 공무원이다. 따라서 직종개편을 통해 법원경비관리대원들도 정규직화 시키는 건 지극히 당연한데, 또 다시 사실상 비정규직으로 추진한다는 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법원의 논리는 법원경비관리대원은 자신의 몸 관리도 안 되고 상대방도 제압할 수 없다면, 과연 이런 분들을 채용하면 실익이 있겠는가라는 입장인 거 같다. 그럼 반문하고 싶다. 법원경비관리대원이 나이가 들거나, 제압 능력이 조금이라도 떨어진다면 자르겠다는 건가. 특히 법원에서 벌어진 테러를 제압하다가 부상을 당해 정상적인 근무가 어렵게 된다면 자르겠다는 것이냐. 그럼 누가 부상을 당할 것을 각오하면서 위험한 일에 선뜻 나서겠는가. 둘째는 법원경비관리대원을 신분 불안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분들의 신분 보장을 가지고 통제수단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공무원과 비교하면 명확하다. 경찰공무원이 건강이 안 좋아지면 자르느냐? 수사 못하면 자르느냐? 경찰공무원이 통제 안 된다고 비정규직으로 하느냐? 다른 수단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지, 이렇게 고용불안을 가지고 통제한다는 것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이다."

이 본부장은 그러면서 "따라서 법원경비관리대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라는 것이 노동조합의 명확한 입장이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법원 내에서 신분 불안을 느끼고 있는 분들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자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계약직 속기사와 법원경비관리대원들은 사실상 신분이 보장이 안 되는 공무원들인데, 법원 측에서 신분보장을 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가는 것 같다"면서 "때문에 법원공무원노동조합에서는 투쟁을 벌여나가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강승복 사무처장은 "지난 10월 7일 서울중앙지법과 10월 10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직종개편 설명회에서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에게 검찰의 비정규직 비율이 0.7%이고 국회는 1.7%라고 지적하면서, 반면 3.6%에 달하는 법원 내 비정규직 비율을 줄일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법원행정처 관계자들은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는 것에 인정하는 듯한 반응을 보이면서 '향후 줄여 나가는 쪽으로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했다"고 말했다.

이상원 본부장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될 법원이, 최후의 보루가 사법부인데, 사법부조차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고, 더구나 타 기관에 비해서도 월등해 높은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다고 하면, 사법부가 그러면서 어떻게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판결과 비정규직들에 대한 판결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이런 모순들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법원에서라도 직종개편과 관련된 법을 활용해 법원경비관리대원들은 정규직으로, 속기사 등 계약직들은 정규직화 해 나가는 비정규직 축소 방안을 대법원이 발표하고 그 계획대로 비정규직을 줄여나가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라며 "정부차원에서는 전체 관공서에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해 나가라는 포문을 여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법원본부는 이를 위해 대법원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 법원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에게도 따로 요청해 국회 차원에서도 법원 내 비정규직 부분에 대한 해소 요청을 제안할 계획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법원노조, #이상원, #강승복, #법원본부,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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