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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여수종고초등학교에서 ‘우리자녀 성교육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이승철 교장선생님이 행복샘 심리삼당소 심경자씨를 소개하고 있다.
 24일 여수종고초등학교에서 ‘우리자녀 성교육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에서 이승철 교장선생님이 행복샘 심리삼당소 심경자씨를 소개하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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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오늘 학교 올 거지?"

"무슨 학교?"
"오늘 학교에서 성교육한데…."
"성교육?"

성교육이란 말에 잠이 확 깼다. 요즘 부쩍 외모에 신경을 쓰는 5학년 막내아들. 며칠 전부터 학교에 와달란다. 예전 같으면 엄마에게만 부탁하던 아들이 전학 와서는 점점 아빠를 찾는다.

아빠 마음은 그랬다. 생일이 12월생이라 또래 아이들보다 조금 늦은 아들. 전학 와서 친구가 없던 아들이 학교에 적응하는 시간이 좀 빨랐으면 하는 바람이 학교에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주된 이유였다. 할 수만 있다면 아들에게 용기를 심어줘 소극적인 성격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바꿔주고 싶었다.

우리 아이들 성교육 어떻게 할까

지난 24일은 종고초등학교(교장 이승철)에서 실시하는 학부모 초청강연회가 있는 날이었다. '우리자녀 성교육 어떻게 할까?'라는 주제로 열린 강연회 자리였다. 강사는 행복샘 심리삼당소 심경자씨였다.

꼭 한 달 만이었다. 지난 9월 24일 이 학교에서 학부모 교육설명회에 처음 간 적이 있다. 그런데 아빠들은 보이지 않고 도통 엄마들뿐이었다. 조금 어색했다. 학교폭력 예방에 관해 일선 경찰관이 파견돼 학교 폭력의 심각성을 일깨워 주는 시간이었다. 오늘 역시 아빠는 나 혼자. 교장선생님께서는 홍일점 진혁이 아빠가 왔다고 소개해줬다. 얼마 전 아들 운동회 때 참여해 함께 뛰었던 탓에 선생님께서 기억해주신 모양이다.

우리 집에는 고등학생·중학생 딸이 있지만, 제대로 된 성교육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성교육은 오로지 엄마 몫이었다. 큰딸은 사춘기를 무난히 넘겼지만, 중2 작은 딸이 사춘기를 맞고 있다. 요즘 왜 중2를 '핵폭탄'이라 말하는지 알 것 같다. 딸들은 아빠에게 성에 대해 심도 있게 묻지 않는다. 나 역시 그런 질문이 나오면 어떻게 답변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래도 어색할 것 같다. 우리시대 아직도 많은 가정에서 성에 대한 대화를 꺼리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비단 내 기준에 비추면 말이다. 이는 부모가 준비가 안 된 탓도 있지만, 성은 '때가 되면 다 알게 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들은 요즘 성에 대해 부쩍 관심이 많다. 이제 엄마보다는 아빠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초등생은 '성적잠복기'를 거치는 시기다. 자아성장의 결정적시기인 이때 제대로 된 성교육은 자신감과 유능감 그리고 근면성을 얻을 수 있단다. 열등감을 느끼는 이시기에 부모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그럼 우리 자녀 성교육 어떻게 할까. 행복샘 심리상담소 심경자씨는 자녀와 나누는 행복한 성 이야기 강연에서 "청소년 성문제 및 성 고민 실태에 대해 14세 중학생이 되면 성관계를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의 말이다.

"서울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 10대 청소년 성문화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관계의 시작은 65.6%가 '음란물 이용' 경험에서 나타납니다. 성 관련 지식 통로 1위가 학교 성교육입니다. 이어서 친구나 인터넷을 통해 배우는데 성폭력 가해자의 특성은 78%가 아는 사람을 통해 피해를 당합니다."

"부모가 자녀 성코치 돼야"

청소년 성문제 및 성 고민 실태에 대해 14세 중학생이 되면 성관계를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폭력 가해자의 특성은 78%가 아는 사람을 통해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적이다.
 청소년 성문제 및 성 고민 실태에 대해 14세 중학생이 되면 성관계를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성폭력 가해자의 특성은 78%가 아는 사람을 통해 피해를 당하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적이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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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자 강사는 자녀 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부모가 자녀에게 효과적인 성교육을 위한 성코치를 통해 아이들을 보호해줘야 한다"며 "개인의 과거 또는 현재 성에 대한 부정적인 경험이나 성에 관한 생각과 인식을 심어줘 향후 원만한 선택을 할 수 있게 힘을 북돋아주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선 부모가 정확한 성정보를 알아서 자녀들이 성적의사결정능력을 할 수 있도록 자주 대화를 가져야 한단다.

전교 학생수가 40여 명이었던 종고초는 벌써 학생수가 100여 명이 넘었다. 특히 자녀교육을 위해 참여한 30여 명의 젊은 학부모들을 보면서 학교에 대한 희망이 느껴진다. 특히 이 학교는 위클레스(Wee class)라는 교내 전문상담실을 통해 아이들의 고민상담이 이뤄져 눈길을 끈다. 성고민 역시 마찬가지다.

종고초 서경희 교감은 학교자랑을 묻자 "우리 학교는 학생수가 적다 보니 아이들이 화합도 잘되고 서로에 대해 챙겨주는 맘이 좋은 것 같다"며 "특히 위클레스는 놀이공간이면서 아이들의 고민상담을 통해 이해심이 길러지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학교생활에 만족스러워 한다"라고 답한다.

24일 종고초에서 가진 학부모 교육설명회에서 많은 엄마들이 참여해 자녀들의 성교육에 관한 강연을 듣고 있다.
 24일 종고초에서 가진 학부모 교육설명회에서 많은 엄마들이 참여해 자녀들의 성교육에 관한 강연을 듣고 있다.
ⓒ 심명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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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강사님이 소개한 인물이 떠오른다. 96세 현역 브루드웨이의 전설인 무대의상디자이너 윌라 킴은 아직도 푸른색 챙 넓은 모자를 쓰고 블라우스와 바지를 입고 손가락에는 반지를 주렁주렁 끼고 다닌다. 재미동포 2세 윌라 킴은 한국계로는 유일하게 미국 '무대예술 명예의 전당'에 오른 인물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리기와 만들기를 유난히 좋아해 대학에서 패션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한 그는 영화사에 무대예술분야의 일을 하게 된다. 그녀는 항상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완벽을 위해 타협하지 않는 집념에 있었다. 그의 성공비결은 바로 이 한 마디.

"디자인을 현실화하는 능력에 있다. 내안에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을 느낀다."

더 큰 꿈을 가진 우리 아이들이 사춘기를 무난히 넘겨 사회에서 큰 인물로 성장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을 가져본다. 오늘은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아빠가 한수 배우는 날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라도뉴스><여수넷통>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여수종고초등학교, #성교육, #사춘기, #윌라 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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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하고 싶은 일을 남에게 말해도 좋다. 단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라!" 어릴적 몰래 본 형님의 일기장, 늘 그맘 변치않고 살렵니다. <3월 뉴스게릴라상> <아버지 우수상> <2012 총선.대선 특별취재팀> <찜!e시민기자> <2월 22일상> <세월호 보도 - 6.4지방선거 보도 특별상> 거북선 보도 <특종상> 명예의 전당 으뜸상 ☞「납북어부의 아들」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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