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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오마이뉴스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2011년 3월 1일,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동성결혼 합법화를 지지했다. 이런 공식 표명은 비국 역사상 처음 일어난 일이다. 대부분 미국 시민들의 성에 관한 사고는 개방적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성애에 있어서는 아주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는 곳이 바로 미국이다.

이러한 나라에서 대통령이 '동성결혼 금지법은 위헌'이라는 발언을 했다는 것은, 시민들의 지지율을 유동시키기에 충분했다. 대선을 의식한 발언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긴 했지만, 작년에 비해 그를 지지하는 비율이 7%가 늘었다. 이러한 효과에 부응하듯, 점점 많은 기업들도 덩달아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을 지지하기 시작했다.

경제적인 혜택을 바라고 행동한 것이겠지만, 이것이 동성애가 시발점이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 시민들은 개인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성향을 띄고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무관심하다. 미국 시민들이 생각하는 평등의 기준이란 무엇일까, 사랑의 기준은 무엇일까, 사랑은 기준을 세워 둘 수 있는 것인가?

성적 소수자들을 위해 '사랑'의 뜻이 재개편됐다.
 성적 소수자들을 위해 '사랑'의 뜻이 재개편됐다.
ⓒ 국립국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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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에서 제정한 '사랑'의 사전적 정의다. 이 정의는 지난해 12월 재개편됐다. 사랑이라는 단어의 뜻만 바뀐 게 아니라 '연인' '애정' 등 사랑과 관련된 단어의 뜻도 함께 바뀌었다.

이는 경희대학교 학생들의 요구로 성 소수자들을 위한 개정을 마련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시각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의미다. '이성'이라는 단어 하나로 연인과 사랑이 가지는 경우의 수는 대폭 늘어났다. 한국 어딘가에 숨어 있을 동성애자들에게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되어주었다.

우리나라는 동성애에 관대하지 않다. 아직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방송인 혹은 유명인이 커밍아웃을 한 사례 자체도 외국에 비해 현저히 적다. 대표적으로 방송인 '홍석천', 영화감독 '김조광수'가 있다. 이들은 각기 분야에서 동성애자들의 인권 보호를 바라는 운동을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홍석천은 미디어를 통해 커밍아웃을 한 지 11년이 되었고, 김조광수 감독은 <소년, 소년을 만나다>라는 작품 이후 꾸준히 퀴어 영화를 발표해 자신의 목소리를 키워내고 있다.

김조광수 감독은 최근, 자신의 연인인 김승환 대표(영화사 레인보우팩토리)와의 결혼 발표를 했다. 청첩장과 파격적인 웨딩사진을 공개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그 이후다. 자신들의 결혼식에 국회의원들을 초청하기 위해 연인과 함께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 선 것이다. 이제껏 자신의 성적 취향을 당당하게 밝힌 사례가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했다. 오히려 동성연대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분명 말하고 싶은 것은, 동성애를 지지하는 것은 죄를 짓기 위함이 아니고, 평등해지기 위한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동성결혼을 합법화 하는 것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는 인간의 이성과 감정을 논하는 것이지, 거래를 이루는 것이 아니다. 동성애자들에게 평등한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그들은 더욱 당당해 질 수 있고, 그러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법안이 통과되고 난 뒤에도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들은 뒤섞여 살아간다. 그 뿐이다.

뉴질랜드의 국회의원인 모리스 윌리암슨이 동성 결혼 합법화에 관련한 공개 공청회에서, 이런 발언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하려는 이 법안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서로를 사랑하는 두 사람이 그 사랑을 결혼이라는 것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게 전부예요.(중략) 저는 그것이 사랑 면에서나 세금 면에서나 잘못된 점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의장님, 전 일부 사람들이 왜 반대를 하는 지에 대해 그냥 이해를,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중략) 태양은 내일도 떠오를 겁니다. 당신의 10대 딸은 모든 것을 안다는 듯이 당신의 말을 받아칠 거고요. 당신의 모가지가 늘어나지도 않을 것이고, 피부병이나 발진 혹은 혹이 생기지도 않을 겁니다. 세상은 그냥 계속될 거예요. 그러니 크게 걱정하지 마세요.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법안 내용과 관계된 사람들에게는 환상적인 소식이겠지만 나머지 우리들에겐 그저 삶이 지속될 뿐입니다."

동성 부부 사이의 입양 문제나 동성애에 관한 종교적 인식의 차이는 동성애 논란에서 빠지지 않고 거론된다. 동성부부에게 입양된 아이의 미래와 인격 형성 과정에서, 과연 부모가 동성애자라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칠까? 이 질문에 대해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왜냐면 우리는 동성애자 부모를 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학적이고 사전적인 논리를 따질 수도 없다. 결국 동성애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내면적인 이유는 동성애가 아주 극소수의 사람들이 겪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양질의 차이는 죄가 아니다.

홍석천은 최근 방송 <힐링캠프>에 나와 커밍아웃 했던 일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커밍아웃을 한 사람에게 남는 것은 '동성애자'라는 껍질뿐이다. 김조광수 감독과 김 대표가 시위하는 지점에서 1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시위가 한창이었다. 동성애자가 어떤 인품을 지녔는지,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따위는 일반인에게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의 고정관념은 아직까지도 벗겨내기가 힘들다. 어쩌면 세상에 숨어있는 수많은 동성애자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촉망받는 인재일 확률이 크다.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알고 보니 자신의 가장 믿음직한 친구가 동성애자였다면? 세상이 너무도 당연하게 동성애를 받아들이고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성적 취향의 차이로 인연을 끊는다는 말은 너무도 황당하다. 자신은 어느 이성이나 동성에게 매력적인 사람이었는가를 생각해 보라. 동성애를 지지한다고 해서 가족이 바뀌는 것도, 피부색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성적 취향으로 사람의 등급을 매길 수도, 수준을 파악할 수도 없다. 동성애자가 아닌 당신은 동성애자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


태그:#동성결혼, #동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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