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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림성 집안현 각저총 무덤에 그려진 씨름 모습입니다. 고구려 벽화에 씨름 그림이 많은 것은 고구려 사람들이 씨름을 즐겨했거나 신앙적인 행위로 씨름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길림성 집안현 각저총 무덤에 그려진 씨름 모습입니다. 고구려 벽화에 씨름 그림이 많은 것은 고구려 사람들이 씨름을 즐겨했거나 신앙적인 행위로 씨름을 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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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일본에는 옛날부터 씨름이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누구에 의해서 언제 시작되었는지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지금도 씨름을 하는 선수나 보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설이나 추석 등 명절 때가 되면 천하장사를 가리는 씨름대회가 열립니다.

일본 역시 설이나 명절뿐만 아니라 교토, 나고야, 오사카, 후쿠오카 등 큰 도회지에서 계절에 따라서 씨름대회가 열립니다. 이 씨름대회는 대부분 TV로 생중계되고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승률에 따라서 오세키(大関), 요코즈나(横綱) 등 명예로운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한반도에 씨름에 대한 기록이나 문헌은 고구려 지역이었던 집안에서 발견된 각저총의 그림이 유명합니다. 무덤 이름이 각저총, 씨름 무덤인 것으로 보아 고구려 때 씨름이 인기가 있었다는 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 때 사람들은 자신의 삶의 모습이나 소중히 여기는 것을 무덤 벽에 그려 두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조선 시대 김홍도가 그린 씨름 그림입니다. 씨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적이고 주위 구경하는 사람들 모습도 자세히 그려져 있습니다. 부채를 든 사람이나 옷차림새로 보아 단오 무렵으로 보입니다.
 조선 시대 김홍도가 그린 씨름 그림입니다. 씨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실적이고 주위 구경하는 사람들 모습도 자세히 그려져 있습니다. 부채를 든 사람이나 옷차림새로 보아 단오 무렵으로 보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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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름이라는 말은 씨룬다, 즉 겨룬다는 뜻의 말이 명사형으로 굳어진 것이고, 원래 각저라는 말이 씨름이라는 말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두 사람이 모래판에서 승부를 정하는 씨름은 단옷날에 행하는 중요한 행사였습니다. 씨름에서 이긴 사람에게 소를 상으로 주는 것으로 보아 씨름은 농경문화와도 깊은 연관이 있어 보입니다.

씨름이나 씨름과 비슷한 시합은 세계 여러 지역이나 나라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대부분 두 사람이 서로 겨누어 발로 차거나 손으로 때리지 않고, 발바닥 이외의 몸 일부가 먼저 땅에 닿는 사람이 지는 게임입니다. 지역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지만 한반도, 몽고, 일본 씨름이 서로 비슷합니다.

몽고에서는 나담축제 기간 동안 씨름대회가 성대하게 열립니다. 몽고에서는 씨름을 부흐라고 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대표 선수들이 며칠 동안 시합을 열어서 이긴 사람을 결정합니다. 씨름시합에서 이긴 사람은 양팔을 벌려 새가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시늉을 하면서 자신의 위세를 과시하기도 합니다.

  길림성 집안현 장천1호분에 있는 역사(양 구석)와 씨름 모습입니다. 씨름 모습은 사진 왼쪽 아래 있는 것을 확대해 본 것입니다.
 길림성 집안현 장천1호분에 있는 역사(양 구석)와 씨름 모습입니다. 씨름 모습은 사진 왼쪽 아래 있는 것을 확대해 본 것입니다.
ⓒ 박현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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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몽고씨름은 맨손으로 하는데 경기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서 승부가 결정될 때까지 치룹니다. 몽고는 씨름이 국가적으로 행해지고 일반적인 운동입니다. 그 때문인지 몽고 사람들이 일본 스모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씨름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일본 씨름인 스모의 시합 전후 의식이나 선수들이 치루는 행사를 보면 씨름이 종교적인 의례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군국주의 때 국가 권력과 군부가 스모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여 민족주의적인 색채를 덧칠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스모 선수들이 시합을 치루기 전이나 신사에서 종교적인 의식으로 토효이리(土俵入り)를 합니다. 두 다리로 서서 허리를 세운 채 무릎을 굽히기도 하고, 다른 쪽 다리를 높이 들어서 땅을 밟는 의식을 거행합니다. 이것은 우리나라 지신밟기 풍습과 비슷한 면이 많습니다. 그리고 스모 선수가 선 채로 무릎을 구부려 한손을 앞으로 내뻗는 것 역시 고구려 벽화에서 보이는 역사의 모습과 비슷합니다.

씨름이 처음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모심기가 끝나고 동네 장정들이 강가 모래판에서 씨름을 하고 마지막 이긴 사람에게 수소를 주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힘센 장수가 모래판에서 승리를 얻는 모습은 보는 사람도 손에 땀이 나고, 힘이 솟게 합니다.

이제 서서히 단오(6월 13일)가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한반도 이곳저곳 강가나 축제마당에서 씨름이 열립니다. 씨름판에서 힘센 역사들의 시합도 보고, 올 뜨거운 여름을 넘길 새 힘을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일본 스모 선수들의 씨름 모습과 토효이리의 일부입니다. 일본 스모에서 심판을 교지(行司)라고 합니다. 교지는 교지(行司)를 들고 있습니다.
 일본 스모 선수들의 씨름 모습과 토효이리의 일부입니다. 일본 스모에서 심판을 교지(行司)라고 합니다. 교지는 교지(行司)를 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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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김용의, 일본 스모의 국기 정착과 천황의 관람, 2013년 비교민속학회 춘계 학술대회 자료집, 비교민속학회, 국립민속박물관, 2013.5.24
대한씨름협회, 한국씨름연구소, http://ynucc.yeungnam.ac.kr/~ssi/, 2013.5.31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문화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태그:#씨름, #일본 스모, #고구려 벽화, #각저총, #장천 1호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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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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