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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직업은 삶의 일부일 뿐이다. 하지만 직업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직업을 갖느냐는 사회적인 위치를 결정하기도 하며 그에 따른 수익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모든 직업을 사회적인 위치와 급여의 많고 적음에 따라 좋고 나쁨으로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직업을 통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 기자 말

'마술'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신기함이다. 없던 것이 생기고, 있던 것이 감쪽같이 사라지기도 하며, 심지어는 사람의 신체가 절단되는 모습을 우리는 마술을 통해 흔히 보아왔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지켜봐도 도저히 속임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다. 그래서 마술을 귀신 마(魔)자와 술법 술(術)자를 써서 '귀신이 술법을 부린다'고 하는 모양이다.

지난 2012년은 유달리 TV에서 마술프로그램을 많이 볼 수 있는 해였다. 종합편성채널 TV조선과 채널A에서는 <최현우 노홍철의 매직홀>과 <스토리텔링 매직쇼>를 방영했고 MBC에서도 <일밤-매직콘서트 이것이 마술이다>와 <매직쇼크>를 방영했다. 이들 프로그램은 최현우와 이은결이라는 마술사를 스타로 만들었고 마술사가 대중으로부터 더욱 사랑받는 계기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마술사는 한국 사회에서 직업의 한 분야로서는 어떨까, 이들의 수익은 어느 정도며 마술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스테이지(무대) 마술사 김학영씨를 수원의 한 마술 공연장에서 만나봤다.

스테이지 마술사 김학영씨가 한 무대에서 마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직업과 삶①] 마술사 편 스테이지 마술사 김학영씨가 한 무대에서 마술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 이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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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영 마술사, 그는 처음부터 마술사가 되고자 하지 않았다. <리믹스> 음악을 처음 듣게 되면서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대학에서도 실용음악을 전공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 중 우연히 방문한 사장 친구를 통해 마술을 TV가 아닌 실제로 보게 되면서 마술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때 시작된 단순한 호기심은 결국 그를 음악전공에서 마술사로 인생을 바꾸게 만든다.

- 마술사란 직업에 대해 정의를 내린다면?
"여러 의견들이 있는데 저는 종합예술이자 연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지만 연기를 통해 진심으로 마술을 믿게끔 연기를 하는 것이죠. 마술은 단순히 기술이 뛰어나다고 잘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외 마술사로 유명한 제임스 랜디(James Randi)는 '이 세상에 마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마술을 한다'라는 명언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속임수가 아니라 연기를 하는 것이죠."

- 직업으로서의 마술사는?
"모든 일이 다 자신이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마술사는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출퇴근이 일정치 않고 자유로운 편입니다. 또 세계 각국을 다닐 수 있고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전국 방방곳곳 여행도 하면서 좋은 사람도 만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 마술사는 시간관리가 제일 중요해요. 마술사는 한번 나태해지기 시작하면 끝도 없어요. 자신이 알아서 연습을 해야 하기 때문에 스스로 시간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기본 몇 시간에서 길게는 몇 달까지 연습을 해야 하죠.

수입은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 듯 마술사도 개인에 따라 다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일반직장인(?)보다는 많이 받는 편입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는 힘들어요. 마술사도 3D업종입니다. 왜냐면 마술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이 정말 많습니다. 음악, 조명 등을 마술과 다 맞춰야 하고 마술 파트너인 비둘기 관리, 새 모이, 앵무새 훈련 등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듭니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직업입니다. 남들은 마술사보고 '공연 한 번 하면 얼마 번다'라고 생각하지만 행사 기획부터 공연까지 다 제안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이 정말 많죠. 하지만 무대에 올라가 환호하고 박수를 치면 다 잊어버립니다."

그는 마술을 하면서 가족한테 미안하다고 전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은 좋지만 직업의 특성상 출장이 많고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청주가 집이지만 자주 내려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김학영 마술사가 한 무대에서 마술 공연을 하고 있다.
▲ [직업과 삶①] 마술사편 김학영 마술사가 한 무대에서 마술 공연을 하고 있다.
ⓒ 이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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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은 그냥 마술로서 즐기면 되는 것

- 한국에서 마술사의 환경은?
"외국의 비해 많이 부족하죠. 사실상 2004년과 2005년에 한국마술이 급성장 했어요. 그때 이은결, 최현우 마술사가 방송에 많이 나왔고 이슈가 됐었죠. 작년의 경우 TV에서 마술 관련 프로그램이 많이 편성돼 이슈가 되긴 했지만 마술계 내부에서는 현재도 침체기로 보고 있어요. 이것은 마술계 내부의 숙제입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마술을 보여주면 어떻게 하는지 찾아보려고 해요. 이것은 좋지 않은 습관입니다. 그것은 관객의 문화 수준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죠. 해외의 경우는 마술을 공연이라고 봐요. 알려고 하지 않죠. '와 신기하다'그 정도예요. 그냥 마술로서 즐기고 박수를 칩니다. 근데 우리나라는'어떻게 하는 거야?', '에이 이거 사기 아니야?'라고 하죠. 사기는 상대방을 속여서 이익을 취하는 것이고 마술은 상대방을 속여서 즐거움과 유익함을 주죠."

- 마술사는 다른 마술사가 마술을 하면 방법을 다 아는지?
"아는 경우도 있지만 새로운 마술을 선보이면 잘 모릅니다. 그래서 마술경진대회 등을 통해 교류를 하죠. 마술사도 분야가 있어요. 방송활동을 주로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전국 혹은 세계를 돌면서 공연을 주로 하는 사람들도 있죠. 그리고 FISM(세계마술올림픽)이라는 3년에 한 번씩 열리는 마술대회가 있어요. 마술사마다 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마술대회에 참여해서 수상을 하는 마술사도 있죠. 저 같은 경우는 참가보다는 그냥 보러갑니다. 마술공연을 통해 여러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죠."

- 마술사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는 마술 관련 학과가 2개 대학 정도 있어요. 하지만 관련 학과를 나온다고 해서 마술사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안 나온다고 될 수 없는 것도 아니에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일단은 마술 학원을 권유하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는 혼자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했어요. 학원에 가면 마술 기술만 배우는 게 아니라 마술사한테 노하우를 배울 수 있어요. 거의 일대일 방식이죠. 또 마술 관련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있어요. 거기서 차곡차곡 배우면 됩니다."

김학영 마술사가 한 무대에서 마술공연을 하고 있다
▲ [직업과 삶①] 마술사편 김학영 마술사가 한 무대에서 마술공연을 하고 있다
ⓒ 이경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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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눈으로 보는 행복한 속임수

김학영 마술사는 마술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느 제약회사와 함께 모 병원에 봉사를 하러 간 적이 있었다. 아픈 어린 아이들을 보며 그 아이들에게 직접 병을 치료해 줄 수는 없지만 즐거움과 마술에 관한 행복감을 주기 위해서다. 어린 환자들에게 병실을 돌며 마술을 보여주는데 한 아주머니 한 분이 계속 따라다니더니 간절한 표정으로 '내 아들에게도 마술을 보여주세요'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순차적으로 병실을 돌아야 하기에 바로 가지 못하고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곧 가겠다'고 전하고 순서가 돼서야 그 병실에 갔다. 병실에 도착한 마술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몸 둘 바를 몰랐다. 아주머니의 아이는 선천적으로 앞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술, 눈으로 보는 행복한 속임수, 눈이 없다면 볼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마술! 김학영 마술사는 그 당시 앞을 볼 수 없는 친구에게 결국 마술을 보여주지 못하고 무겁고 미안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지금도 당시를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고 무겁기만 하다고 한다. 그리고 그에게 있어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


태그:#직업과 삶, #마술사, #김학영,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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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가야할 곳을 현실이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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