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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중앙시장에서 노점을 하고 있는 이복희(69) 할머니가 16일 안양시청을 찾아와 최대호 안양시장에게 4천500만원 상당의 재산 기부 승낙서를 전달하고 있다.
 안양시 중앙시장에서 노점을 하고 있는 이복희(69) 할머니가 16일 안양시청을 찾아와 최대호 안양시장에게 4천500만원 상당의 재산 기부 승낙서를 전달하고 있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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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시 중앙시장에서 30년 동안 노점을 하며 도라지와 더덕 등 농산물을 팔고 있는 이복희(69) 할머니가 한푼한푼 모은 전 재산인 4억5000만 원 상당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불우청소년 장학금으로 안양시에 쾌척하고 본인은 정작 전셋집을 얻어 귀감이 되고 있다.

"좋은 일에 쓰여졌으면 좋겠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조용히, 모르게 제가 모은 재산을 전달하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크게 만들어질 줄 몰랐습니다."

이 할머니는 16일 오후 4시 30분 안양시청을 찾아와 안양시 인재육성장학재단 및 시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학재단 이사장인 최대호 안양시장에게 재산 기부 승낙서를 전달했다.

안양 중앙시장에서 30년동안 노점상을 하며 도라지와 더덕 등 농산물을 팔고있는 이복희(69) 할머니가 환하게 웃고 있다.
 안양 중앙시장에서 30년동안 노점상을 하며 도라지와 더덕 등 농산물을 팔고있는 이복희(69) 할머니가 환하게 웃고 있다.
ⓒ 안양시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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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호 시장은 "감사합니다. 이복희 할머니께서 참으로 따뜻한 마음을 지녔다. 어머님의 유지를 받들어 그 뜻을 전하는 숭고한 마음에 고마움을 전한다"며 "이복희 장학금이 어려운 청소년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이 할머니는 3년 전 돌아가신 친정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좋은 일에 쓰기로 마음먹고 처음에는 오갈 곳 없는 홀로 사는 할머니·할아버지들을 위해 집을 내놓을 생각으로 지난 3월 안양시청 시장 비서실을 찾아와 이런 뜻을 전달하고 전 재산 기부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할머니의 뜻이 성사되기가 쉽지 않았다. 행정기관인 안양시가 개인 재산인 집을 기부받아 사용할 수 있는 법률 근거가 마땅치 않았기 때문이다. 시는 고사를 했으나 완고한 할머니의 뜻을 저버릴 수 없어 안양시 인재육성장학재단을 통해 기부받기로 했다.

안양시 인재육성장학재단은 기부받은 할머니의 집을 세를 놔 매월 받는 돈이 1년이면 최소 2000만 원 정도 들어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모아진 장학금 명칭을 '이복희 장학금'으로 하여 한부모 가정이나 조부모 가정 청소년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장학재단 문해수 사무국장은 "이 할머니는 평소에도 노점상을 하면서 수익이 생기면 쌀을 사 어려운 노인들에게 전해달라고 동주민센터에 기증해 왔으며 소년소녀가장을 집으로 데려와 함께 생활하는 등 선행을 실천해 왔다"고 귀띔했다.

이복희 할머니가 젊은 시절 호떡 장사를 하며 어렵게 살던 이야기를 하며 도움을 준 분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최대호 안양시장에게 요청하고 있다.
 이복희 할머니가 젊은 시절 호떡 장사를 하며 어렵게 살던 이야기를 하며 도움을 준 분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최대호 안양시장에게 요청하고 있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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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기부할 마음의 밑거름 되어준 분 찾아주세요"

한편 이 할머니는 최대호 안양시장에게 재산 기부 승낙서를 전달하고 가진 대화의 자리에서 "한 가지 부탁이 있다, 사람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 할머니가 찾는 사람은 젊은 시절 천안에서 호떡 장사를 하며 어렵게 살적에 도움을 준 분으로 김창수씨의 부인이라는 것이다. 당시 이 할머니는 가진 돈도 없어 월세방 조차 구하기도 힘들었는데 선뜻 방을 내주었을 뿐만 아니라 돈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할머니는 "안양에 올라와 노점상을 하면서 그때 도움을 받은 기억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며 "어머니의 유언도 유언이지만 그때 받은 도움이 오늘 제가 전 재산을 기부할 수 있는 마음의 밑거름이 된 것 같다. 꼭 찾아서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그:#안양, #기부, #이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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