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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기온은 지난 100년간 1.7℃ 상승(세계 평균 0.74℃)했다. 1980년대 들어서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되면서 대기가 오염되고 평균 기온은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북극 빙하가 빠른 속도로 녹았다. 얼음이 녹으면서 대기의 흐름이 달라졌고, 이에 따라 제트기류가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동북아지역까지지 내려와 지난 겨울 우리나라에도 기습 한파가 자주 나타났다. 

우리나라 해수면 온도는 지난 41년간 1.31℃ 가량 높아졌다. 최근 우리나라 해안에서는 난류성 어류들이 많이 잡히고 있다. 그에 따라 난류성 어류의 가격이 싸지고, 구매 고객이 늘어난다. 하지만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플랑크톤이 다량으로 생겨나고 이 영향으로 적조가 발생해 어패류들이 오염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기후변화의 가속화로 이상기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우리나라도 식중독균과 같은 식품위해인자에 안전할 수만은 없다. 이같은 기후변화 속에서 식품안전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지난 17일 서울대 의과대학 신은희(52)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식중독균, 온도·습도 등 기후의 영향 많이 받아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서울대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신은희 교수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서울대 의과대학 기생충학과 신은희 교수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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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희 교수는 누구?
▲ 이화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 학사·석사 ▲ 일본 동경대학교 의학계 연구과 연구생 ▲ 일본 동경대학교 의과대과연구소 병인·병리 의학박사 ▲ 서울대학교 박사 후 연구원(Post doctor) ▲ 서울대학교 인간생명과학연구단 조교수 ▲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기생충학교실 부교수
신은희 교수는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 기후로 점차 변하는 과정에서 온도·습도가 바뀌면서  식중독균이 서식하기에 좋은 조건이 되기 때문에 식중독 발생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변화는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우리의 먹거리인 어류·패류·동물성 식품·과일·야채 등의 생산 공급에도 변화를 준다. 신 교수는 "식품은 보관하는 온도·습도에 따라서 숙성정도와 미생물이나 병원성대장균의 번식 속도도 달라지기 때문에 기후의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정부간 기후변화 협약체(IPCC)는 지난 2001년 '기후변화에 따라 건강·농업(식량)·산림·수자원(수질)·생태계 등 인간의 삶과 밀접한 부분이 취약해 질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도 기후변화에 따른 식품안전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신은희 교수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지난 2010년부터 지구온난화에 의한 한반도의 기후변화 양상과 환경 변화에 영향을 많이 받는 식품과 위해 인자(기생충 등)들의 관계를 파악하는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재래식 화장실이 일반적이었고, 주로 퇴비를 사용해 농사를 지었다. 미생물 등 병원균과 사람 사이에 순환 고리가 형성돼 식중독 등에 감염될 확률도 높았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서는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감염률이 현저하게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기생충 감염이나 식중독에 걸리는 사례가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은희 교수는 그 원인으로 생산·유통과정의 다양화, 토양·수질의 오염, 기후변화 등을 꼽았다.

신 교수는 "내륙지역의 온도 상승은 회충·구충 등의 식품위해인자의 발육을 돕는다"며 "실험결과 이 식품위해인자들은 온도·습도가 높을수록 발육속도가 빨라지고 온도가 낮을수록 발육이 느려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식중독균 등 10℃ 이상의 기온에서 잘 번식해"

우리나라 국민들은 '유기농 야채'를 선호하고, 또 기호에 따라 육류와 어류를 날 것으로 먹기도 해 기생충 감염이나 식중독 바이러스에 의한 발병 가능성을 늘 내재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 '식품 원인별 식중독 발생건수'(식약처)를 보면 야채류 및 가공품 24건(146명), 어패류 및 가공품 16건(326명), 복합조리식품 9건(157명), 육류 및 가공식품 6건(231명) 등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서는 2011년 새싹채소를 먹고 장출혈성대장균으로 식중독에 걸린 사례가 있었다.

이런 현상과 관련, 신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유기농' 바람이 그 원인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농약을 치지 않았다는 면에서는 깨끗하지만, 토양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토양 오염 미생물에 접촉될 기회가 많고 기르는 과정에서 지하수에 오염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 야채의 수입국이 다양화되고 있는 만큼 유통과정에서 오염될 소지가 있어 꼼꼼히 씻거나 삶아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나들이철인 봄에 식중독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나들이철인 봄에 식중독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 박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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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희 교수는 "사람들이 추운 날이라고 해서 음식을 냉장보관 하지 않고 바깥에 내두는 습관도 식품위해인자를 번식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지적했다.

기생충이나 식중독균 같은 식품위해인자는 10℃ 이상의 기온에서 잘 번식한다. 날씨가 춥더라도 발코니 등에 음식을 두면 햇빛을 받아 온도가 올라가 세균이 증식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10℃ 이하에서 냉장보관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 겨울에 유행했던 식중독균 노로바이러스는 특히 생명력이 길다. 노로바이러스 등 바이러스성 식중독균은 음식물 섭취나 사람 간 전염 등으로 확산된다. 따라서 많은 사람이 모이고 한 번에 많은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신 교수는 "노로바이러스균은 -20℃의 기온에서도 생존하고 비교적 높은 기온(60℃ 이상)에서도 끄떡없을 만큼 강하다"며 "80~100℃에서 1분 이상에서 가열했을 때 사멸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 교수는 "기후변화로 예전에 비해서 기생충·병원균·미생물 등이 번식하기 좋은 조건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며 "우리 식생활의 변화도 그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도시락 문화였다. 음식이 상했어도 혼자 아파하고 말았다. 하지만 지금은 급식 등이 보편화 돼 동일 재료로 만든 음식을 많은 사람들이 함께 먹고 있다. 

나들이철인 봄, 식중독 가장 많이 발생

봄철에도 식중독은 그치지 않는다. 봄철의 큰 일교차 때문에 식중독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전체 환자 중 나들이철인 4~6월 발생 비율이 평균 37.6%를 차지했다. 식중독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생각되는 여름철(7~9월·31.1%)보다 높은 비율이다.

신 교수는 "최근 바람이 많이 불고 일교차도 큰 폭으로 벌어지는 날씨가 계속돼 식중독 발생 우려가 높다"며 "구매 후 바로 섭취하는 식품이라도 생산·유통과정에서 식중독균에 오염될 소지가 있으므로 충분히 가열할 것"을 당부했다.

해수면의 기온상승으로 나타난 적조 현상도 화제에 올랐다. "예전에 없던 적조가 생긴 것이 아니라 요즘 기후 조건이 적조가 살기에 적절한 상태가 됐다"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적조는 플랑크톤이 갑작스레 엄청난 수로 번식해 바다나 강 등의 색깔이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적조의 원인은 환경오염과 더불어 기온 상승으로 생물이 왕성하게 번식하는 경우 일어난다. 적조를 일으키는 플랑크톤 중 독성을 가진 조류가 있어 이 때문에 물고기들이 오염되고 폐사하기도 한다. 적조가 일어나면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 농도가 낮아지는 것도 문제다. 또 바다수온이 올라가면서 적조 뿐만 아니라 난류성 어류에 '아니사키스'라는 균이 번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신 교수는 "평균기온 상승, 해수면 온도 증가와 같은 기후변화는 이미 진행 과정에 있기 때문에 식품 관리도 이에 맞게 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는 개인이 위생에 철저해야 한다"고 말했다.

식품은 조리 전에 깨끗이 씻고, 되도록 데치거나 삶아서 먹는 것이 안전하다. 샐러드나 배추 등 가열 없이 섭취하는 농산물은 잔류염소농도 0.5ppm의 소독액에 5분 정도 담가둔 후 흐르는 물로 씻어 먹는 게 바람직하다.

어류·육류·채소류를 취급하는 칼·도마는 각각 구분해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식기류, 칼, 도마 등은 사용 후에 세척·살균시켜 항상 청결을 유지하는 게 좋다.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신은희 교수, #서울대, #기생충, #식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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