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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가 북항재개발지구에 건립을 추진하고있는 오페라하우스의 설계당선작. 노르웨이의 스노헤타사가 출품한 작품이다. 부산시는 당선작을 선정하며 "전문화된 문화시설로 건립함으로써 지역 문화의 전문화 및 다양성을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부산시가 북항재개발지구에 건립을 추진하고있는 오페라하우스의 설계당선작. 노르웨이의 스노헤타사가 출품한 작품이다. 부산시는 당선작을 선정하며 "전문화된 문화시설로 건립함으로써 지역 문화의 전문화 및 다양성을 위한 새로운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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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부산시가 추진하는 오페라 건립 사업의 백지화를 주장했다. 이 사무처장 뿐이 아니다. 10일 오후 부산오페라하우스 공론화를 위한 시민토론회에 모인 참석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반대했다. 삽도 뜨기 전부터 거센 논란에 직면한 부산 오페라하우스 건립사업은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사실 부산시가 오페라하우스 건립을 추진하게 된 계기는 상당히 우발적인 이유에서였다. 2008년 롯데그룹이 1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고 오페라하우스 건립안을 제시하자 부산시는 롯데와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필요한 약정을 체결한다.

이후 부산시의 오페라하우스 건립 계획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이른바 '미래부산발전 10대 비전' 중 하나인 부산항(북항)재개발 사업의 핵심 사업으로도 오페라하우스는 언급된다. 롯데의 제안 전에는 생각도 하지 않던 오페라하우스가 없어서는 안 될 '국제도시' 부산의 필수품이 된 셈이다.

곳곳에서 우려가 섞인 목소리가 나왔지만, 부산시의 사업 추진은 계속됐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제지명초청 설계공모를 거쳐 당선작도 선정했다. 부산시는 이 설계당선작을 바탕으로 부산오페라하우스 건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 상반기 중으로 설계용역을 마무리하면 내년 하반기에 공사에 착수해 2018년에 오페라하우스를 완공한다는 것이 부산시의 계획이다.

사업비 확보는 불투명, 사업 적자는 불 보듯

부산문화정책연대회의 등 부산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은 10일 오후 동구 부산일보 소강당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공론화를 위한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부산문화정책연대회의 등 부산지역 문화예술단체들은 10일 오후 동구 부산일보 소강당에서 부산오페라하우스공론화를 위한 시민토론회를 개최했다.
ⓒ 정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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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 계획은 그렇다지만 문제는 예산이다. 부산시는 오페라하우스 건립에 2600억 원에서 3000억 원 남짓의 예산을 예상하고 있다. 이중 롯데가 1000억을 제공한다하더라도 2000억 원 가량을 부산시가 떠안아야 한다. 부산시는 이 돈을 국고와 시비로 끌고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국비 확보는 불투명하다.

이미 부산시는 국립극장 건립에 필요한 예산 2천억 원을 정부에서 지원받기로 했다. 정부가 한 지자체에 초대형 공연장의 예산을 연거푸 지원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거기다 부산항만공사는 오페라하우스 건립 부지를 무상으로 임매하거나 양여해달라는 부산시의 요청을 거부했다. 부산항만공사 측은 "부산시가 구체적인 협의 없이 추진한 오페라하우스에 부지를 제공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하고 있는 상태다.

시비로 추진한다면 우려는 더 깊어진다. 이는 부산시의 경제지표를 보면 쉽게 드러난다.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2000년 78.3%에 달하던 부산시의 재정자립도는 2012년 57.4%까지 떨어졌다. 반면 비슷한 기간 동안 지방교부세와 국고보조금에 기대는 의존수입은 2000년 22.7%에서 2011년 41.8%까지 치솟았다.

전체적으로 시 재정이 그만큼 어려워졌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지난해 6월에는 행정안전부장관의 승인없이 지방채를 발행했던 것이 감사원의 감사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비교적 건전했던 부산시의 재정이 추락한 이유로 지목되는 것이 오페라하우스와 같은 무리한 토목 사업의 추진이다. 부산시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부산국제영화제 전용관인 '영화의 전당'도 당초 468억 원대에 건립이 가능할 것이라던 계획이 바뀌면서 4.5배나 늘어난 2049억 원이 들어갔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차재권 동의대 교수 등에게 의뢰한 연구용역보고서 '정치적 경기순환과 지방자치단체 재정운용 관계에 관한 연구'에서는 "(부산시가) 투자규모가 큰 전시성 사업들을 대거 추진하면서 막대한 규모의 민간유치와 재정투자를 감행함으로써 재정건전성이 심각히 악화되는 사태를 맞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보고서는 "시로서는 이러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편법을 동원하여 투자수익을 회수하려고 노력해보지만, 크게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계속적인 투자에 따른 이자비용 지출 등으로 막대한 재정손실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노들섬'의 교훈..."있는 공연장부터 내실있는 사용해야"

대구시 북구에 위치한 대구 오페라하우스. 2003년 완공된 대구 오페라하우스 건립에는 440억원 가량이 들었다. 1490석을 가진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45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고있다.
 대구시 북구에 위치한 대구 오페라하우스. 2003년 완공된 대구 오페라하우스 건립에는 440억원 가량이 들었다. 1490석을 가진 대구 오페라하우스는 45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고있다.
ⓒ 대구광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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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오페라하우스가 건립되고 난 이후의 일이다. 서울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도 2011년 74억 원의 국고보조금과 기부금을 쏟아부었지만, 54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서울시가 오세훈 시장 시절 6700억여 원을 들여 노들섬에 추진하던 서울오페라하우도 결국 무리한 사업비를 견디지 못하고 중단된 상태다.

삼성이 짓어 대구시에 기부한 대구 오페라하우스도 적자를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대구 오페라하우스의 경우 7억 원가량을 벌어들였지만, 52억 원을 운영경비로 지출했다. 45억 원의 적자는 고스란히 대구시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건설 대신 내실있는 운영을 다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부산시는 공연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지만 기존 공연시설의 활용도가 낮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사무처장은 "가동율이 59.4%에 머물고, 객석당 연 이용객 수가 광역시 평균인 78명에 못 미치는 69명에 그치는 공연장부터 내실있는 사용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승욱 '안녕광안리' 대표는 "건립과 운영 모두 고비용 구조인 오페라하우스의 무리한 추진 보다 적절한 규모와 충실한 계획을 갖춘 문화공간, 혹은 부산의 기후환경을 고려하여 야외공연장 같은 것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고 이후 활용도나 파급효과도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태그:#부산오페라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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