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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체결 1년 동안 그로 인한 GDP 증가는 0%입니다. 정부 발표는 수치가 워낙 안 나오니까 장난질을 한 거죠."(이해영 한신대 교수)

오는 3월 15일 발효 1주년을 맞아 한미FTA의 긍정적 효과를 강조했던 정부의 주장을 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강력하게 부인하고 나섰다. 지난 1년간의 성과만 놓고 보자면 '실패한 FTA'에 가깝다는 반론이었다.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는 15일 국회에서 '한미FTA 발효 1년 평가토론회'를 열었다. 패널로는 이해영 한신대학교 교수와 백일 울산과학대 교수, 장경호 건국대 교수, 이창근 전국민주노총 정책국장 등 각계 관계자 6명이 참여했다.

15일 국회에서 '한미FTA 발효 1년 평가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주관했다.
 15일 국회에서 '한미FTA 발효 1년 평가토론회'에서 사회를 맡은 참여연대 이태호 사무처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가 주관했다.
ⓒ 김동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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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흑자 40%↑, FTA 탓 아닌 '불황형 흑자'

정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한미FTA 1주년 자료에 따르면 'FTA효과'는 상당한 수준이었다. 발효 이후 지난 달 28일까지 대미수출은 1.4% 증가한 570억 달러를 기록했고 수입은 9.1% 줄어든 399억 달러였다. 무엇보다 무역수지가 전년 동기 대비 39.1%나 증가하는 등 FTA의 긍정적 효과가 상당했지만 농산물 등 분야에서 우려했던 역효과는 크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었다.

이해영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이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40% 증가한 무역수지는 수입이 줄어서 생긴 전형적인 '불황형 흑자'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 3년간의 월별 대미 수출추이를 보면 2010년에 높은 성장세를 지속하던 대미 수출은 한미 FTA가 체결되던 작년 3월 이후로 급격히 감소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입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정확히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예년에 비해 수출과 수입이 급감했다"고 지적하면서 "FTA는 (무역의) 볼륨(크기)을 늘리기 위해서 하는 건데 그런 취지에서 보자면 명백히 실패한 FTA"라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FTA가 거시적으로 경제를 살리는 효과가 있다는 정부의 오랜 주장도 반박했다. 정부 측은 FTA 체결 전에 GDP가 최대 5.7%까지 증가하고 일자리는 최대 34만 개 늘어나며 많게는 70억 달러의 무역흑자가 불어날 거라고 대대적인 홍보를 해온 바 있다.

"거시경제효과를 측정할 때 정부가 사용하는 GTAP v.7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버전의 최신버전에 따라서 표준모형을 만들어 추정해보면 FTA 실시 이전과 이후 GDP 차이는 3300만 달러 정도입니다. 퍼센트로 따지면 0%죠."

그는 FTA 투자효과의 허구도 지적했다. FTA 발효 이후 미국에서 들어온 직접 투자액수는 약 37억 달러. 이 교수는 "이 액수도 일본 등 주요 투자국에 비하면 높은 수치가 아니지만 그나마 투자액이 실제로 국내 통장으로 입금된 것은 12억 달러에 불과하다"면서 "그리고 그 직접 투자의 80%가 M&A(기업 인수합병) 자금"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가 할인판매 시작... 해외차 수입 갈수록 증가할 것"

백일 교수는 한미FTA로 인한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에 대해 경고했다. 위기의 본질은 FTA 이후 국내 수출량이 줄어든 반면 수입량은 늘고 있다는 것. 그는 "해외 수입차 시장 점유율이 20%대로 증가했다"면서 "현대·기아차가 요즘 대대적인 할인판매를 하고 있듯 위기가 FTA 체결 1년 만에 나타난 것"이라고 말했다.

"FTA 체결된 해인 2012년 완성차 수출 증가율이 19.5%라고 홍보했는데 발효 전해인 2011년에는 30.5% 늘었거든요. 증가율이 줄어든 거예요. 이렇게 증가율이 줄어든 이유는 기업들이 해외에 직접 공장을 세우기 때문인데,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국내에는 산업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게 되지요."

완성차 기업이야 어디에 공장을 세우든 돈을 벌지만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들은 국내 완성차 기업의 생산량이 줄어들면 성장하기 어렵다. 최근 자동차 부품시장은 세계적으로 품질이 좋아지는 추세에 있기 때문. 백 교수는 "경쟁력이 좋은 차량 부품수출 부문도 수출 증가율이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부문 수출 증가율은 2011년 20.1%에서 2012년 11.1%로 내려앉았다.

반면 완성차 수입은 크게 늘었다. 관세청에서 작성한 '2012년 대미 주요 수입 품목'을 보면 '승용자동차와 그 밖의 차량' 품목의 수입 증가율은 2011년 21.5%에서 2012년 97.3%로 크게 늘었다. 백 교수는 "미국차의 관세 이하는 발효 이후 3년차부터 본격화되며 5년 뒤에는 소형차까지 포함되게 된다"고 덧붙였다.


태그:#FTA,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한미FTA, #1주년, #이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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