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해남 달마산
 해남 달마산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달마가 동쪽으로 안 가고, 서쪽으로 갔다고?"

지난 14일 지인들과 1박 2일로 전남 해남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해남에 '달마'라는 이름을 가진 산이 있었습니다. 오래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달마산이 서쪽에 있었습니다(우리 동네는 경남 진주).

달마산은 489m로 그렇게 높지 않은 산입니다. 하지만 '호남 소금강'으로 불릴 정도로 바위들이 갖가지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불상'과 '바위', '석양빛'을 삼황(三黃)이라고 부릅니다. 날씨가 맑으면 제주 한라산까지 보인다고 합니다. 북쪽으로는 두륜산이 있고, 삼면은 바다입니다. 달마산에는 신라 경덕왕 8년(749년)에 창건된 미황사라는 유명한 절집은 한반도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달마산은 '도솔암'이라는 작은 암자가 있습니다. 미황사로 가려다가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몸을 가누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호남의 소금강이 헛말이 아니었습니다. 산등성이는 다 바위였습니다.

달마산.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몸이 다 흔들렸습니다.
 달마산. 바람이 얼마나 부는지. 몸이 다 흔들렸습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달마산. 왜 달마산이 동쪽에 있지 않고 서쪽에 있을까요?
 달마산. 왜 달마산이 동쪽에 있지 않고 서쪽에 있을까요?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도솔암은 통일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암자라고 합니다. 도솔암까지 가는 길은 험하지 않았지만 아직 덜 녹은 눈 때문에 미끄럽고, 깎아지른 바위, 세차게 부는 바람은 낮은 자가 되도록했습니다.

해남 달마산에 있는 '도솔암' 저 멀리 바위 사이로 도솔암이 보입니다.
 해남 달마산에 있는 '도솔암' 저 멀리 바위 사이로 도솔암이 보입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절벽 사이로 난 도솔암 가는 길
 절벽 사이로 난 도솔암 가는 길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달마산. 몇 십미터 낭떨어지입니다.
 달마산. 몇 십미터 낭떨어지입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아찔아찔한 순간이 이어졌습니다. 산에 오를 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마음이 교만한 자는 산에 오를 수 없고, 설혹 산에 오른다고 해도 산이 주는 넉넉함을 결코 경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달마산을 내려가면서 낮은 자로 살아가자는 마음이 절로 들었습니다. 달마산을 뒤로하고 땅끝으로 향했습니다.

한반도 최남단 '땅끝'. 옛날부터 오고 싶었던 곳입니다. 사실 땅끝은 자기가 선 곳입니다. 왼쪽으로 가면 지구를 돌아돌아 오면 오른쪽으로 돌아옵니다. 앞으로 가고, 가면 나중에는 뒤쪽으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해남 땅끝은 한반도 가장 남쪽 땅임은 분명합니다. '땅끝'이라는 글자를 보니 마음 한 켠에 울컥했습니다.

한반도 최남단 '땅끝'
 한반도 최남단 '땅끝'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땅끝에 있는 쌍둥이 바위섬
 땅끝에 있는 쌍둥이 바위섬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또 다른 쌍둥이 바위. 오른쪽 바위는 사람처럼 생겼습니다.
 또 다른 쌍둥이 바위. 오른쪽 바위는 사람처럼 생겼습니다.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쌍둥이 바위 심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떻게 땅끝에 쌍둥이 바위 심이 덩그러니 놓여 있는지 묘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한반도는 갈라져 있습니다. 쌍둥이 바위처럼 남북도 함께 마주 보면서 다투거나 싸우지 않고,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랐습니다. 땅끝 전망대에서 바라본 남쪽 바다는 여기가 한반도 최남단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임을 보여주었습니다. 달마가 동쪽이 아니라 서쪽으로 간 이유는 그곳에는 땅끝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해남 땅끝 마을 전망대
 해남 땅끝 마을 전망대
ⓒ 김동수

관련사진보기




태그:#해남, #달마산, #땅끝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당신이 태어날 때 당신은 울었고, 세상은 기뻐했다. 당신이 죽을 때 세상은 울고 당신은 기쁘게 눈감을 수 있기를.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