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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가루를 넣고 소금, 매실청, 소주를 넣고도 기다린다.
완전히 식은 후에 마지막으로 간을 맞추고, 고추가루의 고운 빛깔도 점점 물이들어가는 것을 기다린 후 적당한 항아리나 그릇에 넣는것이 좋다.
▲ 고운 고추가루를 넣고 간을 맞추고 기다린다 고추가루를 넣고 소금, 매실청, 소주를 넣고도 기다린다. 완전히 식은 후에 마지막으로 간을 맞추고, 고추가루의 고운 빛깔도 점점 물이들어가는 것을 기다린 후 적당한 항아리나 그릇에 넣는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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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살림이란 것이 간장, 고추장, 된장을 담아 먹기가 그리 쉬운 편은 아니다. 여러 가지 이유 중에 바람과 특히 햇볕의 문제가 가장 크다 할 것이다. 장 종류는 될 수 있으면 햇볕을 많이 받을수록 좋기 때문이다.

몇 년 전부터 간장, 된장을 다시 담가 먹는데 봄만 되면 햇볕과의 전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남향집에 높은 층이면 좋겠지만, 동향집에 2층이다 보니 햇볕의 아쉬움은 정말 크다. 하여 항아리 위에 간장 항아리를 놓고 햇볕을 받게 했다. 그래서일까. 다행히 간장, 된장은 먹을 만 하게 되었다. 그 힘을 빌려 쉽게 담글 수 있는 된장도 지난해 12월에 담갔다. 그 된장이 성공적으로 끝나 이번에는 고추장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것도 찹쌀고추장으로.

겨울에 담그면 변질할 걱정을 덜어도 되는 장점이 있어 안심하면서. 며칠 동안 뜸을 들이다 6일 아침부터 고추장 담기에 분주했다. 그 전날 5일에는 찹쌀을 물에 담가놓았다. 재료는 찹쌀과 고추장용 고춧가루는 같은 양으로, 메줏가루, 소주, 매실청, 천일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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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에 담근 매실원액, 소주, 천일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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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날 물에 담가 불린 찹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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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찹쌀과 같은 양으로 준비한 고추장 담글 고운 고추가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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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담가 놓은 엿기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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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40분 담가 놓은 엿기름을 고운채에 거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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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날 찹쌀을 물에 담가놓는다. 엿기름은 한번 씻어낸 후 미지근한 물에 30분~40분 정도 담가놓는다. 그렇게 담가 놓은 엿기름을 고운 채에 밭처서 거른다. 엿기름을 거른 물을 잠시 가라앉힌 후 가만히 물만 따르고 가라앉은 앙금은 버린다. 양에 따라 2~3 번 같은식으로 반복해서 엿기름 거른 물을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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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찹쌀을 믹서에 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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찹쌀은 방앗간에서 빻아서 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난 믹서에 되직하게 갈아서 사용했다. 어차피 엿기름에 삭힌 후 끓여야 하기때문에 상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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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믹서에 간 찹쌀에 엿기름을 거른 물을 부어 삭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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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엿기름에 삭은 찹쌀가루를 불에 올려 주걱으로 잘 저으면서 끓여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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엿기름 거른 물에 삭힌 찹쌀가루를 불에 올려 주걱으로 잘 저으면서 끓이기 시작했다. 거의 절반 이상으로 줄어들 때까지 저으면서 끓여 주어야 한다. 1시간 정도 저어주다 보면 냄새부터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달짝지근한 냄새가 이젠 고추장의 모양새가 되는 것 같아 약간의 흥분마저 느끼게 된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만약에 설탕물에 섞은 것이라면 이렇게 오랫동안 저어주면서 끓여준다 해도 아마도 밑이 눌러 붙었을 텐데, 엿기름도 단맛의 성분이 있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2시간 반 정도 중약 불에서 끓여주었다. 사이사이 주방 일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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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반이상 줄어든 찹쌀에 메주가루를 넣어 섞어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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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가루를 넣은 후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매실청, 소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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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이라 느지막하게 일어난 아들은 "엄마 이젠 고추장까지 집에서 만들어? 힘들잖아요. 편하게 사 먹지"라고 말한다. "그러게 집에서 만들어 먹고 싶어서. 너 마침 잘 왔다. 이것 좀 저어봐"하니 시늉을 낸다. 그러면서 "엄마 이 주걱 샀어요?" "사긴? 있었던 거야"

그러고 보니 그 주걱 산 것이 20년도 훌쩍 넘은 것 같다. 오래전에는 고추장, 된장 등을 사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하여 결혼하고 몇 년 후에 주걱도 사서 고추장을 몇번 담가 먹은 기억이 난다. "버리지 않고 놔두니깐, 이렇게 다 써먹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난해에 담근 매실 원액을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추었다. 변하지 말라고 소주도 넣었다. 겨울이라 상관없지만. 고추장 위에 하얀 것이 자꾸 끼면 걷어낼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실상 먹을 수 있는 고추장은 얼마 안 된다. 그런 경험이 있는지라 행여나 하는 노파심에 반 병정도 넣어 섞어 주었다.

고추장이 완성되어도 조금 기다렸다가 적당한 용기에 넣는다. 고춧가루는 시간이 흐를수록 빨간빛으로 더 곱게 물이 든다. 만약 부족하다면 고춧가루를 더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소금이 녹아 적당한 간을 맞추기 위해 기다림이 필요하다.

우리 음식의 기초가 되는 장 종류는 빨리 되는 것이 없다. 준비와 기초부터, 오랜시간동안 세심하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하는 기다림을 필요로 하는 음식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몸에는 우리의 음식이 최고란 말도 나왔나 보다.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맛을 보니 조금 싱겁다. 소금을 조금 더 넣고 다시 기다려본다.


태그:#찹쌀고추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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