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대구 수성구 신매역 부근에서 노접상을 하는 상인들이 지난 27일 수성구청장실을 점거하고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대구 수성구 신매역 부근에서 노접상을 하는 상인들이 지난 27일 수성구청장실을 점거하고 구청장과의 면담을 요구하고 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할매들 손이 가장 아름답다며 손을 잡고 한 표 찍어달라고 할대는 언제고 이제 와서 잡아먹을라카는데 우리가 가만 있겠나? 하루 벌어 약 사먹고 힘들게 사는데 구청장 면담하자고 하니까 쓰레기 처리하듯 끌어내려 한다."
"우리는 굶어죽게 생겼는데 하루 10만 원씩 주고 용역들 불러서 내쫓으려고만 하는 구청은 도대체 어느 나라 구청입니까? 우리가 나쁜 짓 한 것도 아니고 두부 팔고 도토리묵 팔고 콩나물 팔아서 살라고 하는건데…."

대구시 수성구청이 지산동 목련시장과 상동시장 등의 노점상들을 강제 철거하려다 상인들의 반발을 산 데 이어 신매역 주변 노점상들에 대해서도 강제 단속에 나서자 상인들이 생계대책 마련을 요구하며 구청장실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도시국장이 암묵적으로 약속하고 하루도 안돼 뒤집어

신매역 주변에서 노점상을 하는 20여 명은 지난달 4일 전국체전을 앞두고 수성구청의 건의를 받아들여 2개월 동안 노점상을 운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생계가 막막하다며 다시 운영에 나섰고 수성구청은 용역을 동원해 강제로 철거했다.

이에 반발한 상인들이 지난 27일 오전 8시부터 수성구청장실을 점거하고 구청장의 면담을 요구했다. 이들은 수성구청이 지난 4월부터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이전을 요구했지만 당장 노점상을 그만 둘 경우 먹고 살 길이 막막하다며 구청이 나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성구청이 신매역 주변이 아닌 인근 지역에 노점을 할 수 있도록 대체부지를 마련해 줬지만 이곳은 손님들이 찾지 않아 하루종일 일해도 5000원도 못 번다고 노점상인들은 하소연했다.

한덕희(64)씨는 "어제 오후 5시 30분부터 물건을 팔았는데 춥고 어두워서 3000원밖에 팔지 못했다"며 "날씨가 추워 채소도 얼어서 팔지 못하는데 우리 더러 죽으라는 소리냐"고 비난했다.

상인들이 구청장실에서 농성을 벌이자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외부 행사를 이유로 이날 늦게까지 구청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도시국장은 노점상 대표와 대화를 열고 신매역 근처에서의 장사를 묵시적으로 허용하면서 생계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합의해 농성을 풀었다.

그러나 이날 도시국장과의 약속은 하루도 지나지 않아 휴지조각이 됐다. 노점상인들은 이날 도시국장의 약속을 믿고 시장에 나가 다음날 팔 물건들을 샀지만, 28일 오전 거리에 노점을 펴자마자 수성구청이 용역들을 동원해 단속에 나섰기 때문이다.

용역 직원들은 약속을 하루도 안돼 번복한 수성구청을 규탄하며 다시 구청으로 몰려들었고 일부는 구청 직원들과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노점상인들은 도시국장이 구의원과 경찰서 관계자 등이 지켜보고 있는 곳에서 약속을 했음에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다며 구청장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자 수성구청은 상인들에게 12월 중 노점상 실태조사에 무조건 응할 것과 노점상 단속 유보기간을 2013년 3월 12일까지 하기로 하고 그 이후에는 달구벌대로변 이외의 다른 장소로 무조건 이전하는 것 등의 5개안을 제시하고 단속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점상인들은 이 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29일 또다시 구청 앞에서 농성에 들어가는 등 구청과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상인들은 시한을 두고 유예한다는 것은 6개월 뒤에 또다시 구청과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계속 노점을 하면서 구청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대구수성구청이 지난 9일 지산동 목련시장에 있는 노점상을 강제 철거한 데 해대 노점상엽합회원들이 13일 오전 수성구청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대구수성구청이 지난 9일 지산동 목련시장에 있는 노점상을 강제 철거한 데 해대 노점상엽합회원들이 13일 오전 수성구청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신매역 부근에서 노점상을 하는 박헌규씨는 "수성구청이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않은 채 6개월간의 유예기간만 준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에게 대책을 내라고 하지 말고 구청이 대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헌규씨는 "나는 한쪽 눈이 안 보이고 부인도 6급 장애인이라 취직도 안 된다"며 "보증금 500만 원에 월 30만 원 월세를 살고 있는데  보증금도 다 까먹어 집주인이 나가라고 한다"며 "당장 장사만이 살 길"이라고 하소연했다.

신매역 노점상들을 이끌고 있는 김보규씨는 "우선 장사를 하도록 해주고 그 다음에 대안을 갖고 서로 머리를 맞대면 우리도 협조할 수 있다"며 "하지만 구청은 무조건 장소를 옮기든지 그만두든지 하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성구청 건설과 관계자는 "우리가 하루이틀 단속한 것도 아니고 저분들은 10년에서 15년까지 게속해서 노점상을 해왔다"며 "신매역 주변은 고산 지역에서도 최고 상업지역이고 1종 미관지역으로 지정돼서 그만큼 도시환경이 중요시되는 지역이라 더 이상 방관만 하고 있을 순 없다"고 말해 계속 단속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

대구수성구청이 지난 9일 지산동 목련시장에 있는 노점상을 강제 철거한 데 해대 노점상엽합회원들이 13일 오전 수성구청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대구수성구청이 지난 9일 지산동 목련시장에 있는 노점상을 강제 철거한 데 해대 노점상엽합회원들이 13일 오전 수성구청에서 항의집회를 열었다.
ⓒ 조정훈

관련사진보기


이 관계자는 "생계대책을 요구한다거나 하면 실태조사를 통해 생계지원이라든지 취업알선이라든지 그런걸 주선할 수 있는데 제시하지 않는다"며 "도로는 사람이나 차량 통행이 목적이지 생계가 어렵다고 해서 거기서 생활 터전으로 삼는 것은 선량한 시민들의 통행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계가 어렵다면 그건 다른 사회안전망으로 해서 구호를 해야지 생계가 어렵다고 전부 노점을 하겠다고 나온다면 시민들이 결과적으로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점상인들은 이런 식으로 쫓아내면 결국 도둑질 밖에 더 하겠느냐며 서민들이 먹고살아야 도시미관도 있고 '명품수성'도 있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수성구청의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구청 입구에서 농성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태그:#노점상, #수성구청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구주재. 오늘도 의미있고 즐거운 하루를 희망합니다.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 회원이 되어 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