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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 해오름초등학교 학부모들과 관양지구 주민들이 2일 자정을 넘겨 안양과천교육지원청 청사 앞에서 불을 피우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다.
 안양 해오름초등학교 학부모들과 관양지구 주민들이 2일 자정을 넘겨 안양과천교육지원청 청사 앞에서 불을 피우며 밤샘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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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제기하러 왔는데 왜 문을 잠그는 거야?"
"교육청이 학부모들을 무시해도 유분수지, 책임자 나와라"
"민원인을 제지하는 교육청, 대체 어느나라 관공서인가"
"어린 학생이 다쳤는데도 정신 못차리는 000 사과하라"

안양과천교육지원청 현관. 지난 2일 오후 4시 30분 30여 명의 안양 해오름초등학교 학부모들과 안양 관양지구 입주 주민들이 모여 현관문을 열라고 고함을 질렀고, 현관 안쪽에는 교육청 직원들과 공익요원 등 20여 명이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대치했다.

학부모와 주민들이 교육청을 찾아 온 이유는 이날 오후 12시 30분께 해오름초등학교 운동장 놀이터에서 이 학교 4학년생 김아무개(10)군이 시소를 타다 치아를 다쳐 병원으로 후송되는 사고가 발생하며 비롯됐다.

해오름초교는 관양지구내에 있는 단 하나의 학교다. 당초 관양택지개발 계획에는 초교 2개교, 중학교 1개교, 고교 1개교 등 4개의 학교가 건립될 계획이었지만 해당 교육지원청의 잘못된 학생수 수용 예측으로 나머지 학교들의 건립 계획은 모두 백지화되고 말았다.

이로 인해 전입해 온 중.고교생들은 인근 학교에 배정했지만 단지내 초등학교는 학생들을 수용하기에 역부족으로 올 5월 신축한지 불과 3개월만에 증축공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학급 수가 학생 수용에 부족하니 증축한 후 개교할 것을 요구했으나 교육청은 지난 5월 개교를 강행했다. 이어 학기 중인 지난 8월부터 증축 공사를 시작한 것이다.

공사는 수업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토요일과 일요일에 실시된다고 하지만 학교 건물은 사실상 건축 공사장이나 마찬가지다. 이에 안전사고 등의 우려한 학부모들은 학기중 공사 중단과 보건교사 배치를 요구했으나 학급수 미달이라는 이유로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봇물처럼 터진 사안으로 곤혹스런 안양과천교육청

안양과천교육지원청 청사. 2일 오후 5시께 굳게 닫힌 현관 문을 사이에 두고 관양지구 주민과 교육청 관계자가 대화 나누고 있다.
 안양과천교육지원청 청사. 2일 오후 5시께 굳게 닫힌 현관 문을 사이에 두고 관양지구 주민과 교육청 관계자가 대화 나누고 있다.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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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과천지원교육청으로 전달되는 문서가 현관 틈새로 전달되고 있다.
 안양과천지원교육청으로 전달되는 문서가 현관 틈새로 전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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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지난 주 찾아갔던 해오름초등학교. 양호실은 있으나 자물쇠로 굳게 닫혀 었었다. 학교장은 보건교사가 일주일에 한 번(수요일) 온다고 말했다. 운동장에서 놀던 한 여학생에게 "다칠 땐 어떻하냐"고 물어보니 "일회용 반창고를 가지고 다닌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실에서 학생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고, 담임교사가 병원으로 직접 후송해야 했으며 그동안 수업은 중단되고 만 것이다. 이 소식은 학부모들에게 퍼졌고 화가 난 30여 명이 "최소한 보건교사는 있어야 한다"며 교육청으로 항의하러 온 것이다.

"우리가 못 올 때 왔어요? 우리 학부모들이 무섭나요?, 우리가 농성하러 왔나요? 방법이 잘못 된거지, (교육청이 대하는) 도가 지나쳐도 너무나도 지나쳤어요, 문 열고 사과하고 얘기해, 국장도 있고 과장도 있는데 왜 문을 잠그냐고 이러니 화를 자초하지."      

그러나 교육청은 현관을 굳게 걸어 잠그고 청사 진입을 막았다. 학교 보건교사 배치만을 요구하는 민원이 아니라는 이유다. 최근 학교 부지의 도시지원시설 용지변경, 진학문제 등 문제점들이 봇물처럼 터지며 곤혹을 치루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각 학교와 유치원 등에서 교육청으로 전달되는 민원서류는 굳게 닫힌 현관문 틈새로 전달되고, 중재차 찾아온 지역구 도의원인 정기열 경기도의원은 명함까지 전달했음에도 1시간 30분 가까이 기다리다가 청사 안으로 들어가는 촌극이 빚어졌다.

"민원인이 찾아왔는데, 문을 잠궈! 빨리 문 열어..."
 "민원인이 찾아왔는데, 문을 잠궈! 빨리 문 열어..."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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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열 도의원입니다, 무척 기분 나쁘네요. 명함을 국장에게 전달하고 빨리 문 여세요"
 "정기열 도의원입니다, 무척 기분 나쁘네요. 명함을 국장에게 전달하고 빨리 문 여세요"
ⓒ 최병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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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재고 뭐고 필요 없어요, 애들 화장실도 못가게 하고..." 

"교육장 당장 오라고 해! 학생이 다치는 일이 발생하고, 학부모들이 면담하자는데... 심각한 사태가 일어났는데, 책임자가 이런 상황에서 나타나지도 않다니 말이 됩니까?"  

학부모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교육청 관계자는 "보건교사 배치는 교육장 재량으로 5일부터 학교에 상주시키겠다"고 말했으나 학부모들의 분노를 누그러 트리기에는 이미 늦었다.

정기열 경기도의원과 경찰이 중재에 나서기도 했으나 무산됐다. 교육청측은 학부모 및 단지내 주민 5명이 학무국장(교육장은 교육청내에 없는 상황)을 1시간동안 면담하는 대신 나머지 학부모들은 돌아가라고 요구한 것. 반면 학부모들은 "기다리겠다. 다만 1층 현관이나 민원실에서 기다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하며 줄다리기를 벌인 것이다.

오후 7시 무렵에는 퇴근을 한 해오름초교 학부모들과 관양지구 주민들이 속속 도착하며 80여 명으로 늘어났다. 학부모들은 교육장 공식 사과와 면담을 요구하며 청사앞 마당에 불을 피워 몸을 녹이면서 새벽 2시 넘어까지 밤샘 농성을 계속했다.


태그:#안양, #교육청, #해오름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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