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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대를 드리우고 기다림 끝에 물 좋은 고기를 낚아 올리자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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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그래서인지, 10월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어떻게 해야 정리 잘했다고 소문날까요. 역시 자연을 즐기는 게 최고일 것입니다.
지난 6일, 고등학교 친구들과 전남 여수 안도에 낚시 갔을 때 일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벗들과 만나니 거리낌 이야기를 나눕니다. 주위를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다는 건 또 하나의 위안입니다. 그래서 친구가 제일인 것 같습니다.
친구들과 바다낚시 포인트로 잡은 곳은 금오도와 안도를 잇는 안도대교가 보이는 가두리 양식장 인근이었습니다. 당시 큰 태풍이 지나간 뒤라 부서진 가두리 양식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가슴이 아팠습니다. 어쩌다 보니 친구들과 섬 낚시 이야기를 나눴고, 한 친구의 집이 있는 안도로 낚시 여행을 떠난 것이었습니다.
낚시는 설익은 강태공을 두 종류로 나눕니다. 판단 기준은 '고기를 잡았냐 못 잡았냐.' 고기를 잡은 사람은 목소리가 커지고, 못 잡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조용해집니다. 또, 고기가 잘 잡히는 곳에서는 돔을 잡았는지 여부에 따라 각자의 자신감은 큰 차이를 보이곤 합니다.
고기 입질과 낚시 인증 샷의 두 가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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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를 걷어 올린 후 씨알이 작으면 인증 샷에서도 고기를 앞으로 쭉 뺍니다. |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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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풍경은 어디나 매한가지입니다. 낚시를 할 때는 조급증과 여유로움이 한꺼번에 드러납니다. 그러니까, 살면서 내공을 길렀는지, 아닌지 금방 들통 나는 게지요. 설익은 강태공에게는 조급증이, 진짜 강태공에 가까운 사람은 여유로움이 묻어납니다.
"야, 입질 오냐?""에이. 먹이만 따먹었네.""와우, 장난 아닌데.""이번에는 크다."씨알이 클 경우 손맛도 손맛이지만 입이 찢어집니다. 어깨가 저절로 으쓱합니다. 허당일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돌과 나무 혹은 그물 등을 잡아챈 경우입니다. 여기엔 생물을 낚아 올리는 퍼떡이는 생동감이 없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오기가 발동합니다. 자기가 기어코 큰 고기를 잡아 올릴 때까지 낚시를 하자는... 자연에서는 경쟁 심리보다 즐기는 게 최고입니다.
낚시에서 물고기 인증샷은 필수입니다. 이 인증샷 풍경은 시끄러우면서도 재밌습니다. 큰 놈을 잡은 이는 얼굴을 앞으로 내밉니다. 작을 걸 잡은 이는 고기를 얼굴 앞으로 내밉니다. 그래야 씨알이 커 보인다는 겁니다. 아시죠? 몸집 작은 물고기는 더 자라라고 놔주는 센스.
낚시갈 때 꼭 모자 챙겨 써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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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 왜 이렇게 안잡히나 마음 졸인 끝에 돔을 잡아 올리자 웃음이 묻어납니다. |
ⓒ 임현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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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서 사르르 녹네, 녹아."
낚시에서 뺄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바로 잡은 물고기를 즉석에서 회 떠 먹는 재미입니다.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배 위에서 싱싱한 회를 초장이나 된장에 찍어 먹는 맛은 최고입니다. 여기에 라면까지 있다면 금상첨화. 식후경 후에 오는 포만감을 무엇에 비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꼭 위생 여부를 따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위생이 먼저입니다. 하지만 도마 상태와 횟감 씻는 물을 따지는 건 썩 유쾌한 자세는 아닙니다. 위생을 따지다 보면 즐거움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무엇이든 즐기려는 자세가 우선인 것 같습니다.
낚시갈 때 모자를 꼭 챙겨서 써야 하는 이유가 따로 있답니다. 저도 이런 말은 처음 들었습니다. 어떤 거냐고요? 이에 대한 벗의 설명입니다.
"언젠가 낚싯줄을 던졌는데 바늘이 머리에 걸린 거야. 낚싯바늘 빼려고 줄 자르고 야단이었는데 아무리 해도 안 빠지는 거야. 결국 병원에 가서 뺐어."바다낚시에서 또 하나의 즐거움은 해돋이나 해넘이를 보는 것입니다. 자연의 위대한 현상 속에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다짐을 하는 것 자체가 인생의 멋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전남 여수 안도는 이런 의미에서 최상의 바다 낚시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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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낚시로 잡아 올린 고기는 즉석에서 바로 회감으로 뜹니다. 이 맛이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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