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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물 뒤에 새순을 내어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았다. 아침 햇살에 잎맥이 뚜렷하게 보인다. 잎맥은 길, 실핏줄같은 길들이 연결되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느티나무 이파리 가물 뒤에 새순을 내어 아직은 단풍이 들지 않았다. 아침 햇살에 잎맥이 뚜렷하게 보인다. 잎맥은 길, 실핏줄같은 길들이 연결되어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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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들기도 했지만, 지난 계절을 보내면서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 모든 것들 아울러 아름다운 빛으로 만들어 낸 이파리, 자연은 상처조차도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를 시킨다.
▲ 플라타너스의 이파리 단풍이 들기도 했지만, 지난 계절을 보내면서 상처를 입기도 했다. 그 모든 것들 아울러 아름다운 빛으로 만들어 낸 이파리, 자연은 상처조차도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를 시킨다.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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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자, 새 봄 연록의 새순을 내었던 나뭇잎들이 제 할 일을 다 마쳤다는 증거를 온몸에 새기고 있습니다.

나무의 월동 준비는 인간처럼 쟁이는 것이 아니라 놓아 버리고 비워 버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놓지 않으면 혹한의 겨울에도 계속 물을 빨아들이게 되고, 그 물이 얼어터지면 다시는 새봄에 싹을 틔우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입니다.

떨어진 이파리 너머의 애기똥풀을 아침 햇살의 기운을 받아 마음에 새겼다. 내 마음엔 어떤 그림자가 새겨져 있을까?
▲ 플라타너스와 애기똥풀의 꽃 떨어진 이파리 너머의 애기똥풀을 아침 햇살의 기운을 받아 마음에 새겼다. 내 마음엔 어떤 그림자가 새겨져 있을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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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떨어져 버석거리며 말라버린 플라타너스 이파리, 아침 햇살이 맑게 비추자 이파리 너머에 피어 있는 애기똥풀을 담습니다.

다시 한 번 꽃 피워보고 싶다는 마음일까요? 불현듯 내 마음을 비추는 햇살이 나를 속속들이 비췄을 때 내 주변엔 무엇이 있고, 나는 어떤 그림자를 담고 있을 것인지 돌아봅니다.

이파리에 이파리가 담겨있다. 이파리마다 서로 다른 색깔,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시기하지 않고 늘 어우러진다. 그들에게는 승자와 패자 없이 오로지 '더불어 삶'이 있을 뿐이다.
▲ 뽕나무와 느티나무 이파리 이파리에 이파리가 담겨있다. 이파리마다 서로 다른 색깔, 서로 다른 모양이지만 그들은 서로를 시기하지 않고 늘 어우러진다. 그들에게는 승자와 패자 없이 오로지 '더불어 삶'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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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를 닮은 붓꽃의 이파리에 작은 꽃 그림자 하나 새겨졌다. 자연이 그린 그림이다.
▲ 붓꽃이파리와 작은 꽃 한 송이 부채를 닮은 붓꽃의 이파리에 작은 꽃 그림자 하나 새겨졌다. 자연이 그린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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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저렇게 아름다운 그림자를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그것이 생각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 비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지적인 희열을 느끼는 것에 머무르는 이들이 되지 않으려면 삶으로 살아져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리 쉽지 않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자연이다. 이 순간이 그리 길지 않아도,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간다.
▲ 뽕나무 이파리와 애기똥풀 이파리 서로가 서로를 의지하고 마음에 품고 살아가는 것이 자연이다. 이 순간이 그리 길지 않아도, 그들은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아름답게 만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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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국의 노란빛은 뽕나무 이파리를 물들여 버렸다. 서로 바라보면 닮은 것일까?
▲ 뽕나무 이파리와 감국 감국의 노란빛은 뽕나무 이파리를 물들여 버렸다. 서로 바라보면 닮은 것일까?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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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보면서 서로 많이 닮아 있다 생각했습니다. 눈을 뜨면 서로를 바라보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기가 보는 것을 닮아가는 법이지요. 나는 무엇을 보고 살아가고 있는가 돌아보니, 오늘도 하루를 시작하면서 세상의 어지러운 소식들에 마음이 흐트러진 채로 시작했습니다.

어지러운 소식들에 무관심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내 마음을 주장하지 못하게 하자는 것입니다.

갈 준비를 마친 비비추 이파리와 늦게 피어난 장미꽃 한 송이, 가는 것과 오는 것 모두 아름답다.
▲ 비비추와 장미 갈 준비를 마친 비비추 이파리와 늦게 피어난 장미꽃 한 송이, 가는 것과 오는 것 모두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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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풀도 어지간히 고단한 삶을 살았는가 보다, 토끼풀의 상처가 뽕 잎에서 빛나고 있다. 상처를 빛으로 승화시키는 자연, 그래서 자연인가 보다.
▲ 뽕나무와 토끼풀 토끼풀도 어지간히 고단한 삶을 살았는가 보다, 토끼풀의 상처가 뽕 잎에서 빛나고 있다. 상처를 빛으로 승화시키는 자연, 그래서 자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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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상처조차도 아름답게 승화시키는 묘약을 가지고 있는가 봅니다. 살아가면서 받는 상처들, 그것에 굴복하지 않는 것은 그것을 아름답게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추억은 다 아름답다고 하지요. 지나간 것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돌아보는 지금, 그럼에도 여전히 서 있다는 사실 때문에 추억일 수 있는 것입니다.

저마다의 역할에 따라 온 힘을 다하는 자연, 그들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온 힘을 다할 뿐이다. 장인 정신을 본다.
▲ 호박잎과 호박의 줄기 손 저마다의 역할에 따라 온 힘을 다하는 자연, 그들은 서로 다투지 않는다. 그저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온 힘을 다할 뿐이다. 장인 정신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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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후보들 저마다 국민을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는 자기만한 인물이 없다고 자화자찬합니다. 그런 와중에 상대방의 약점을 들춰내는 일에 열중하기도 합니다. 정책은 없고 네거티브만 있는 것 같아 외면하고 싶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두고 살펴보면 그들의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지, 이 나라를 위한 것인지 보일 것입니다. 그들의 마음속에 있는 그림자가 훤하게 드러났을 때 그것이 사람을 죽이는 칼이거나 흉기가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이파리에 새겨진 그림자, 그것을 보면서 내 마음에 어떤 그림자가 새겨 있을지 돌아봅니다. 그런데 잘 보이지는 않습니다.


태그:#느티나무, #그림자, #호박, #가을, #애기똥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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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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